뭐든 측정할 수 있다는 인류…세상통제 집착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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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제임스 빈센트는 고대 문명에서 저울과 자로 시작된 측정의 역사를 아주 소소한 일화부터 중후장대한 세기의 발견까지 집요하게 파헤친다.
시간과 일기예보, 경제지표, 안전표준 등 그동안 익숙하기에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일상 속 측정의 산물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펼쳐낸다.
측정 욕구가 지나치면 성과 지표에 대한 집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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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경제지표·웨어러블…
일상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욕망 지나치면 지배당할 위험
고대인들이 숫자를 세기 위해 뼈에 눈금을 새겨 만든 탤리스틱, 운동과 변화를 측정해 오늘날 과학의 토대를 닦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음의 상대적인 높낮이로 음악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준 중세 기보법, 안데르스 셀시우스가 만든 최초의 온도계, 시장 개혁을 이끈 18세기 미터법 혁명, 실시간으로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의 의료 혁신….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제임스 빈센트는 고대 문명에서 저울과 자로 시작된 측정의 역사를 아주 소소한 일화부터 중후장대한 세기의 발견까지 집요하게 파헤친다.
주변의 온갖 것을 재고 가늠해보며 기준과 지표를 세워온 인류의 3만년이 넘는 시간을 따라 그는 지금 여기, 현대인의 일상에까지 이른다. 시간과 일기예보, 경제지표, 안전표준 등 그동안 익숙하기에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일상 속 측정의 산물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펼쳐낸다.
그 과정은 놀랍고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냉소적이다. 단순한 사실 너머에 숨겨진 인간의 지독한 욕망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17세기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백인들은 측량되지 않은 땅을 미개척지로 여기고 측량사의 사슬을 식민지 토착 부족의 땅을 빼앗는 데 썼다. 1960~1975년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 국방부 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너마라는 미군에 '시체 수 세기'를 전투 전략 중 하나로 도입해 할당량까지 주면서 대규모 살상을 벌였다. 표준도량형을 두고 벌어진 경쟁은 지정학적 패권 전쟁과 궤를 같이했다.
우리는 숫자 속에 파묻혀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측 기술과 정보기술(IT) 등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전보다 더 많은 것을 더 정밀하고 신속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다.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데이터로 도시의 교통량이나 미세먼지 농도, 제품의 생산·판매량, 사람의 걸음과 심박수, 분자의 화학반응까지도 실시간으로 측정되고 수집된다. 최근에는 언어를 대신해 사람의 감정과 생각까지 데이터로 측정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측정은 여전히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고 현대사회를 질서 있게 통제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르트무트 로자 독일 예나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과 희망, 욕구는 근대라는 생활양식을 이끄는 문화적 힘"이라고 했다.
그러나 저자는 그 욕망이 지나쳐 본질에 눈을 멀게 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측정 욕구가 지나치면 성과 지표에 대한 집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조차도 성취감이 들 때 즐겨듣는 음악에 어느새인가 집착하고 있었고 책에서 "음악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각 음표에 너무 무게를 실은 탓에 체계 전체가 무너져내렸고 나의 즐거움도 무너졌다"고 고백했다. 모두가 잠시 멈춰서서 생각해볼 일이다.
한편 지난해 '비욘드 메저(Beyond Measure)'란 제목으로 먼저 출간된 원서는 영국의 주요 일간지 '더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 과학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의 유력 주간지 '뉴요커'에서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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