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윤핵관’이 퇴장한 자리에 누가 오나

천남수 2023. 12. 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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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육핵관’의 퇴장이 시작됐다. 지난 12일 원조 윤핵관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하고 15일 김기현 의원이 당대표직을 사퇴했다. 이들의 퇴장 대대적인 물갈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들이 퇴장한 자리를 대신할 이들은 누구인가.

마침내 ‘윤핵관’의 퇴장이 시작됐다. 지난 12일 ‘원조 윤핵관’ 장제원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부족하지만 저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주길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한때 거칠 것이 없었던 기개는 보이지 않았다. 기자들이 불출마 결심 시점을 묻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되는 순간부터 모든 각오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운명적인 거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그의 불출마 변은 그럴듯하게 들렸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물러간다는 내심을 숨길 수 없었다.

“저는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습니다”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한 지 하루 반나절 만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당대표직 사퇴를 밝혔다. 그는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며, 그에 따른 어떤 비판도 오롯이 저의 몫입니다”라면서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당의 안정과 총선승리를 위해 이바지하겠다고 했다. 당대표직을 사퇴했지만, 총선 출마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그의 당대표 사퇴의 변도 당을 위한 결심이라고 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왜 이렇게 됐을까.

▲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더불어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을 더 싫어한다” “국민의힘을 접수한 후에 이놈 XX들 개판치면 당 뽀개버린다” “내가 국민의힘을 접수하면 이준석 아무리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다” “국민의힘 지도부, 뒤집어엎고 당대표부터 전부 해임하겠다” 무시무시한 이 발언은 국민의힘 입당하기 직전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자와 나눈 녹취된 전화 통화 내용 중 일부다. 통화의 맥락을 보면, 윤 대통령이 통화 상대에게 자신을 도와달라는 뜻으로 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대권을 위해 입당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심중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오버랩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이런 인식을 고려한다면, 이번 장제원 불출마와 김기현 당대표 사퇴도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들의 퇴진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윤한홍, 이철규 의원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윤 대통령이 강릉 외가를 찾을 때 만났다는 오랜 지기 권성동 의원은 국민의힘 당내 경선부터 윤 대통령과 함께한 윤핵관의 맏형이었다. 그러나 당대표 권한대행 당시 이른바 ‘체리따봉 사건’ 등으로 위세가 예전 같지 않지만, 여론은 계속 그의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 실세 사무총장으로 급부상했던 이철규 의원의 거취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비록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서 참석 의원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이 다가올수록,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정체를 면치 못할수록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던 윤핵관은 급격히 힘을 잃어가고 있다. “자신은 더 이상 윤핵관이 아니다”라고 고백하는 이들도 생겼다. 윤핵관이 혁신의 대상이 된 것. 동시에 이들과 호흡을 맞췄던 국회의원들의 처지도 어렵게 됐다. 특히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인 TK 등 영남권과 서울 강남3구 지역구 국회의원은 좌불안석이다. 누군가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김기현 대표 사퇴와 원조 윤핵관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이어 자신들도 그렇게 몰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윤핵관의 퇴장은 결국 대대적인 물갈이의 신호탄이 됐다. 공천을 둘러싼 눈치보기가 극에 달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자신이 만든 당대표마저 물러나게 할 정도로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친정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는 뚜렷해 보인다. 윤 대통령의 녹취록에서 드러난 국민의힘에 대한 인식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낮은 국정수행 지지율이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공천과정에서 자칫 여권 내 분란을 가져와 리더십에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다가도 잠시 멈칫하기도 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는 다른 무기가 있다. 무엇일까.

▲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성남 서울공항 2층 실내행사장에서 마중나온 국민의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핵관이 퇴장하는 자리를 대신할 이들이 누구인가를 떠올려보면 답은 나온다. 친정체제 이상의 의미를 가진 그룹,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현실적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 아니겠는가. 영화 ‘서울의 봄’의 ‘하나회’와 같은 그룹이 오늘날에도 존재하고 있다. 이른바 ‘캐비닛 통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지닌 사람들이다. 지난해 이들의 막강한 힘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 검찰 출신 대통령에 앞서 막강한 정보력과 수사력, 기소권까지 틀어진 조직이 윤석열 대통령을 통해 국가 권력을 장악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번 주말 윤석열 대통령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 마치 예정된 일이었던 것처럼 여당은 대격변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총선을 통해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그만큼 강한 것으로 읽힌다. 그래서 막강한 권력의 힘으로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이뤄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심각한 내홍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는 이를 누를 수 있다는 현실적 힘이 있다. 그 힘으로 윤핵관이 퇴장한 자리에 ‘용핵관’ ‘검핵관’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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