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놓쳤다면 '까치랠리'…반도체·엔터 1등주 주목하라
연말이 되면서 주식시장에서 '111'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1월 효과'를 노려 1분기 1등 주식을 사서 새해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종의 SK하이닉스,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엔터테인먼트(엔터)의 하이브가 '1등 프리미엄'으로 투자 대상에 떠오른다.
다만 이들은 1등 주식에 걸맞게 국내외 2, 3등 주식보다 실적 대비 주가가 더 비싸다.
주식시장에서 유난히 1등주 프리미엄을 정당화하는 경향 탓에 약세장에서도 주가가 버텨 저가 매수 기회를 포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은 주식은 주가수익비율(PER) 추세가 낮아지는 것을 확인해 중장기 분산 투자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1일 이후 12월 12일 오전까지(최근 30거래일)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주식을 3조2036억원어치나 순매수했다. 이전 30거래일(9월 13일~10월 31일)에 외국인이 4조2434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은 확실히 '12월 산타랠리'나 '1월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 기업 실적을 주가에 반영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코앞으로 다가온 산타 랠리보다는 1월에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유리한 편이다. 1월 효과란 계절적 효과 중 하나다. 신년 초에 낙관적인 전망이 실제 투자로 반영돼 매수세가 몰리다보니 지수 상승률이 다른 달보다 높다는 것이다.
2010년 이후 2023년까지 코스피가 상승한 1월은 총 8번이다. 올해도 잘 맞은 편이다. 1월에 8.4% 올랐는데 11월(11.3%)을 제외하곤 최고 수익률이다.
AI 1등주 SK하이닉스 PER 절반으로 낮아져
1월 효과를 노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선취매한 업종은 반도체다. 최근 30거래일 순매수 금액 중 91%(2조9192억원)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쏠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도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한다. 반도체에 올인한 SK하이닉스는 AI 시장이 열리자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라는 신규 시장에서 1등으로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HBM 시장은 2022년 기준 약 2조7000억원 규모였다.
이 중 SK하이닉스가 50%의 점유율로 업계 1위다. 삼성전자는 40%대다. 시장 자체는 작지만 AI 시장 성장에 따라 향후 급성장할 수 있는 분야다. 블룸버그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생성형 AI 산업에서 경쟁이 격화되면서 관련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미국 반도체 설계 회사 AMD가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인스팅트 MI300X'를 시장에 공개하면서 엔비디아를 맹추격 중이다. 이들이 AI 시장을 차지하려는 싸움이 심화될수록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수요가 증가한다. 그 수혜는 HBM 시장을 양분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에 AMD가 출시한 MI300 시리즈 HBM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회사가 싹쓸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수혜는 내년 1분기(1~3월) SK하이닉스의 예상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1분기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0조4052억원, 3911억원이다. 매출은 2023년 1분기(5조881억원)보다 무려 2배 이상 급증하는 것으로 나온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조4023억원 적자에서 4000억원에 가까운 흑자로 돌아서는 셈이다.
이 반도체 회사의 흑자 전환은 2년 넘게 이어져온 반도체 재고 문제가 서서히 해결되고 있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는 매출의 63%를 D램 반도체에 의존한다. 고부가가치 HBM의 신규 매출도 의미가 있지만 실제 실적에는 D램 가격이 더 중요하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기가비트)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9월에 1.3달러였다. 4월 이후에도 계속해서 하락하거나 정체됐다가 10월 1.5달러, 11월 1.55달러로 상승 전환의 불씨를 피우고 있다.
SK하이닉스 내 재고가 감소하면서 조금씩 비싼 가격에 다른 기업들을 상대로 D램을 팔고 있다는 뜻이다. 12일 블룸버그 기준 미국 인텔의 2024년 말 예상 PER은 23.73배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흑자 전환으로 PER 측정이 가능해진 SK하이닉스는 내년 말 PER이 15.68배로 저평가 매력까지 갖추고 있다.
엔터 1등 하이브 전원 군입대 악재 극복할까
외국인이 최근 30거래일 동안 순매수한 개별 종목 기준 3위는 하이브다. 스포츠 업계에서 국내 양궁 1위가 세계 1위이듯 엔터 업종 역시 국내 경쟁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4대장은 하이브, 와이지엔터, 에스엠, JYP엔터다. 가장 최근 분기(지난 3분기) 하이브가 72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1등이었고, 내년 1분기 역시 645억원으로 1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 1등의 힘은 방탄소년단(BTS)이다. 그동안 앨범이 나올 때마다 미국 주요 음반 차트를 석권해왔을 정도다.
하이브와 BTS의 관계는 하이닉스와 D램 반도체와 비슷하다. BTS 역시 하이브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BTS의 힘은 올 상반기까지 하이브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12일 멤버 중 지민·정국까지 육군 현역에 입대하면서 7인의 가수 모두 병역 의무를 이행하게 됐다.
다양한 가수나 그룹으로 매출이 분산돼 있는 다른 엔터주에 추격도 허용하고 있다. JYP엔터는 내년 1분기에 매출 1563억원, 영업이익 490억원으로 이익률 31.3%가 예상된다.
하이브는 같은 시기 매출 4857억원, 이익 645억원으로 이익률 13.3%에 그친다. 2배 이상 이익률 격차가 벌어져 있지만 외국인 등 '큰손' 투자자는 하이브의 이익률이 내년에 상승할 것으로 보고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브는 BTS '군 공백기'를 메꾸기 위해 세븐틴, 뉴진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엔하이픈 등 다양한 가수 그룹을 키우고 있다.
하이브의 매출 대비 판매관리비 비중(판관비율)이 34.1%(2022년 기준)에 달하는 이유다. JYP엔터는 17.3%에 그친다. 가수들이 유명세를 타고 성숙기에 접어들면 판관비율은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투자자들은 하이브의 홍보·마케팅 비용이 감소하면서 판관비율이 낮아지고 이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은 내년 하이브의 높은 PER로 이어질 전망이다. 하이브의 PER은 12일 현재 188.11배에서 내년 말 32.44배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들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나 PER이 가장 많이 하락하며 중장기 투자자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경쟁사보다 PER 높은 LG에너지솔루션
하이브와 SK하이닉스가 외국인 투자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LG엔솔은 개인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지지 덕분에 LG엔솔은 국외 경쟁자 대비 높은 프리미엄을 유지 중이다.
최근 30거래일 기준 LG엔솔에 대한 개인투자자 순매수 규모는 455억원이다.
LG엔솔은 전기차 배터리 업종에서 국내 1위이며 세계 시장에선 중국 CATL과 '투톱'이다. 올해 1~10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총사용량은 552.2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배터리가 확실한 성장 업종이란 증거다.
중국 CATL은 해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며 전년 동기 대비 사용량이 51.1% 늘어나 203.8GWh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점유율 36.9%다. CATL의 성장은 테슬라 등 미국 업체들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채택 비중 확대에 힘입었다. BYD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다른 나라에서 골고루 성장해 87.5GWh로 2위다.
LG엔솔은 전년 동기 대비 47.2% 성장하며 76.1GWh의 사용량으로 3위(점유율 13.8%)를 차지했다. SK온과 삼성SDI의 점유율은 4~5%다. 여기에서 중국을 제외한 시장으로 국한하면 LG엔솔이 70.5GWh로 1위에 오른다. CATL은 0.2GWh라는 근소한 격차로 2위로 내려간다.
이처럼 '중국 착시'를 제외한 전 세계 1등 배터리 회사 LG엔솔은 58.77배라는 높은 PER을 형성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상황 지속으로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에 의문부호가 붙은 상태다. 이에 따라 1등주 LG엔솔 주가도 올 들어 이달 12일까지 4.8% 하락했다.
경쟁사 CATL과 BYD는 같은 기간 24%씩 하락했다. 특히 BYD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가 올 들어 계속 내다 팔면서 이 같은 하락이 나왔다. 이들 3사는 모두 내년 예상 PER이 현재보다 낮아지는 것으로 나온다.
악재를 미리 반영하고 있지만 실적은 쌓이고 있어서다. LG엔솔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5329억원이었는데 내년 1분기에는 15.8% 증가한 6172억원으로 예상된다. 현재 58.77배의 PER은 내년 말 37.97배로 낮아질 전망이다. 중국 두 회사는 17배 수준에서 13배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문일호 매경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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