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일 하러 왔잖아요” 웃으며 돌아온 김재현 SSG 단장, 흥분과 책임감 사이

김태우 기자 2023. 12. 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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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책과 함께 옛 소속팀에 돌아온 김재현 SSG 단장 ⓒSSG랜더스
▲ 김재현 단장은 현 SSG의 난맥을 풀어나갈 적임자로 뽑힌다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팀을 이끄는 핵심 타자이자, 팀을 이끄는 정신적 지주 중 하나였다. 모든 선수들이 ‘좋은 형’인 그의 카리스마를 따랐다. 설사 아파서 경기에 뛰지 못해도 더그아웃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던 선수였다. 그렇게 세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직‧간접적으로 공헌한 뒤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15일 SSG 단장에 공식 선임된 김재현 단장은 현역 시절 ‘캐넌’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의 호쾌한 타격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캐넌’과 같은 이미지는 단순히 그가 경기장에서 쳐 내는 타구와 이미지에만 있지 않았다. 항상 곧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선수단을 이끌며 큰 사랑을 받았다. 1994년 LG에서 시작한 야구 인생은 2005년 SK 이적을 거쳐 2010년까지 이어졌다.

많은 이들이 김재현의 SK 컴백을 의심하지 않았다. “차세대 지도자”, 조금 더 나아가 “차세대 감독감”이라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그 인연이 닿지 않았다. 지도자 연수를 다녀오니 팀의 역학 구도가 바뀌어 있었다. 김 단장은 SBS스포츠 해설위원, 한화 1군 타격 코치, SPOTV 해설위원 등 항상 현장과 SSG 주변에 있었지만 정작 팀에는 들어오지 못했다. 염경엽 현 LG 감독이 SK 단장 및 감독 시절 김 단장의 지도자 컴백을 타진했지만 그 또한 이런저런 사정에 무산된 것도 결정적이었다.

2022년 시즌을 끝으로 LG 전력강화 코디네이터 제안을 받아 방송국을 떠난 김 단장은 다시 SSG와 멀어지는 듯했다. 2023년 시즌이 끝날 때까지만 해도 SSG와 인연이 쉽게 만들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김 단장도 자신의 취임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사이 갑작스레 일이 생겼다. SSG가 오프시즌 중 잘못된 일 처리로 후폭풍에 휩싸였고, 김성용 전 단장이 R&D 센터장으로 보직 이동된 끝에 결국 팀을 떠나면서 새 단장을 찾아야 했다.

SSG의 리스트에 일찌감치 오른 게 바로 김 단장이었다. 다양한 방면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꾸준하게 현장과 접점을 만들어놓은 인사였다. 또한 SK 출신으로 팀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며 현재 선수들도 환영할 만한 선배였다. 실제 현재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선수들 중 몇몇은 김 단장과 현역 시절 같이 활동을 했었다. 김강민의 2차 드래프트 이적으로 어수선한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는 인사로 충분했다. 여기에 팬들에게 환영을 받을 수 있는 인사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룹에서도 “능력은 물론 팬 정서도 고려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단장은 최근까지도 SSG의 단장 후보군 최상위순위 후보였고, 결국 SSG도 시간을 더 끌지 않고 김 단장을 만나 면접을 거쳤다. 면접을 통과한 김 단장에게 곧바로 계약을 제안했고, 14일 밤 최종 계약에 이르렀다. 김 단장은 15일 전화통화에서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차 미국 내슈빌에 다녀왔는데 만나자는 제안이 왔었다”면서 면접 자체는 근래의 일이라고 하면서 “어제(14일) 계약을 했다”고 설명했다.

SSG는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의 방향성에 맞는 리더십, 단장으로서의 역량, 선수단을 포함한 대내외 소통 능력, SSG 팀문화 이해도 등을 선임 핵심 기준에 두고 다양한 직군의 단장 후보군을 물색했다. 적임자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김재현 신임 단장을 최적의 인물이라고 판단해 영입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대표팀 코치 시절의 김재현 단장 ⓒ스포티비뉴스DB
▲ 김재현 단장은 지도자, 프런트, 해설위원, 행정 업무 등을 두루 수행한 인사다 ⓒ스포티비뉴스DB

이어 “김 신임 단장이 다년간의 현장 경험과 프런트 업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겸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야구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인사이트를 갖추고 있어 단장으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SK와이번스 시절 리모델링을 통한 팀의 왕조 구축 과정을 주장으로서 몸소 체험했고,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로서 육성 방향성과 시스템을 실행한 경험을 큰 강점으로 봤다. 그리고 인터뷰 과정에서 팀 상황에 대한 냉정한 진단, 청라시대를 대비해 구단이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성에 대한 비전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인을 존중하며, 팬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김 신임 단장의 평소 소신을 높게 평가해 단장으로 발탁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에게 주어진 난이도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SSG는 2022년 통합우승, 그것도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팀이었다. 2023년도 3위로 성적은 체면치레를 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충격의 탈락을 맛봤고 게다가 팀 장기적인 전력 구상에서 여러 허점을 드러내며 우려를 모았다.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걱정되는 팀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김원형 감독의 경질, 김강민의 이적 등으로 팀 자체가 어수선한 분위기다. 김 단장은 성적과 육성 두 마리를 모두 좇아야 하는 매우 어려운 기본적 과제를 수행함과 동시에, ‘팬심’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팀을 빠르게 정상궤도로 올려놔야 한다는 이중고와 함께 임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김 단장은 이미 단단한 각오와 함께 단장직을 수락한 듯했다. 김 단장은 민경삼 대표이사를 비롯한 현재 프런트 주축들이 현역 시절 동고동락을 같이 한 인사들이라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면서 “선수들도 내가 있을 때 다 동생들이었다. 팀 내부적으로 베테랑들의 마음도 좀 잡아야 할 것 같고, 팬심도 저희가 좀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내외부적으로의 빠른 수습을 강조했다.

이어 “프런트들이 지금 다 종무를 했다. 다만 팀장님에게 말씀을 드렸다. 이번 주말이 끝나고 필요한 자료들을 메일로 좀 보내달라고 했다”면서 빠르게 업무 파악을 할 계획을 밝히면서 “1월부터는 집중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어떤 부분들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밖에서 보는 것과 또 안에서 들여다보는 것은 많이 다르다. 빨리 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숭용 감독과도 통화했다는 김 단장은 “불펜 쪽에 나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젊은 선수들이 빨리 올라와야 한다는 생각은 든다”면서 “LG에서 내가 했던 것, 그리고 우리가 시스템적으로 만들어놓은 것도 접목을 해야 한다. 내년에 성적도 성적이지만 육성도 같이 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런 부분들을 빨리 계획해 나가야 한다”고 두 토끼를 모두 쫓아갈 뜻을 숨기지 않았다.

구단의 가장 큰 난제로 뽑히는 육성에 대해서는 2군 코칭스태프와 충분한 대화를 나눠 볼 뜻을 드러냈다. 김 단장이 “인천에도 많이 가야하지만 강화에도 많이 가야할 것 같다”면서 거처 위치를 고민할 정도다. 김 단장은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폭넓게 선수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육성 시스템의 틀을 결정하면, 이를 2군 코칭스태프 등 현장에서 실행하는 현재의 틀 자체는 찬성하는 방향이다. 다만 “코칭스태프와 더 협의가 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선수 개개인마다 맞춤형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 단단한 각오와 함께 인천에 돌아온 김재현 단장 ⓒ곽혜미 기자

2군 선수들의 동기부여에 대해서도 확고한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LG에서는 2군과 3군 개념을 만들고 자체 승강 시스템으로 자꾸 내부적인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거쳐 1군을 압박하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한 뒤 “선수들 구성도 봐야 하고 제대 선수들의 날짜도 봐야 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계속 (외부 선수) 테스트도 해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2군에서 감독이나 코칭스태프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거기서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1군에서 필요로 하면 그런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올리는 식으로 동기부여를 만들어주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는 지난 10년간 SSG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였지만, 김 단장은 “어려운 일을 하려고 들어온 것”이라면서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가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웃으며 인사를 건넨 김 단장의 어투는 어느덧 단호하게 바뀌어져 있었다. 김 단장은 “나는 되게 좋고, 흥분도 된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런 부담감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어차피 그런 부담감을 안고 들어왔기 때문에 수습을 한번 잘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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