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2애미 두 남자가 달군다 백남준, 헤르난 바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12. 1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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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아트 위크' 가보니
한국이 낳은 '미디어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개인전 '마이애미 시대' 전시 전경. 가운데가 'Bakelight Robot'이다. 바스 미술관

괴짜, 이단아, 실험을 그치지 않는 악동…. 의외의 공통점을 지닌 20세기와 21세기를 대표하는 두 작가가 뜨거운 햇살이 작열하는 마이애미비치에서 만났다. 8만여 명이 찾은 북미 최대 규모 아트페어,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ABMB)가 열린 한 주 동안 마이애미는 미술 천국으로 변신했다. '마이애미 아크 위크'(12월 4~10일)를 통해 크고 작은 미술관 전시가 불꽃놀이처럼 쏟아진다. 마이애미를 대표하는 루벨뮤지엄, 페레즈미술관(PAMM) 등이 야심 찬 전시를 열었다.

이 중에서도 수백억 원짜리 그림이 '턱턱' 팔리는 미술 장터의 큰손들에게 한 주간 가장 주목받은 전시가 있다. 바로 ABMB와 인접한 바스미술관에서 나란히 열리고 있는 한국이 낳은 '미디어아트의 창시자' 백남준(1932~2006)의 개인전 '마이애미 시대(The Miami Years·내년 8월 16일까지)'와 헤르난 바스(46)의 개인전 '개념론자(The Conceptualists·내년 5월 5일까지)'다.

독일과 뉴욕 시대로 기억되는 백남준에게는 마이애미는 특별한 도시였다. 세계적인 작가가 된 뒤 백남준은 뉴욕의 번잡한 생활에서 벗어나 1988년부터 마이애미의 작은 아파트를 구해 뇌졸중으로 타계할 때까지 만년을 보냈다.

최근 백남준의 대표작 'TV 첼로'(2003)를 소장한 것을 계기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이 도시에서 통신과 미디어 기술을 사용해 탐구한 혁신적인 미술을 돌아보는 전시다. 전시 초입에 'TV 첼로'는 그와 유명한 퍼포먼스를 함께한 '뮤즈' 샬롯 무어만의 영상과 함께 설치됐다. 3층짜리 TV탑에는 '白바보'라는 붉은 물감으로 쓴 글자가 적혀 있었다.

한때 백남준은 '마이애미의 얼굴'이었다. 1990년부터 약 8년간 마이애미 국제공항에는 백남준의 두 대표작이 설치돼 있었다. 콩코스 B 로비의 'TV Wing'은 100대의 텔레비전 모니터가 거대한 비행기의 양 날개 모양으로 한가운데의 프로펠러와 함께 손님을 맞았다. E 콩코스 로비에는 74대의 모니터가 'M-I-A-M-I' 모양으로 설치된 'TV 마이애미'가 공항의 랜드마크로 사랑받았다.

두 작품은 야자수, 플라밍고, 교통체증, 불교사원 등 이 휴양지의 대표적인 모습을 비추며 '역동적인 불협화음'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어렵게 복원한 당시 영상과 함께 백남준이 구상하며 그린 드로잉, 연구자료, 신문 등을 함께 아카이브로 공개한다.

전시를 기획한 제임스 부어히 큐레이터는 "마이애미와 백남준의 상당한 연관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술을 인간화하려는 예술가의 낙관적인 목표를 더 깊이 살펴보며 'TV 마이애미'를 비롯한 공공예술의 역사도 돌아봤다"고 설명했다.

'LUCY'와 '인공 플라스틱 로봇' 등 TV 로봇 연작과 뉴욕타임스, 한국일보 등 신문에 그가 어린아이의 낙서처럼 친근하게 그린 만년의 드로잉 등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이 크진 않지만 이 남부 도시를 사랑했던 백남준의 면모를 충분히 만날 수 있다.

헤르난 바스 'Conceptual artist #20' 리만머핀

바스는 쿠바 난민 출신으로 말 그대로 이 도시를 대표하는 작가다.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최근 몰두한 연작을 대규모로 선보인다. 회화의 물성과 주제의식을 어디까지 탐구할 수 있는지 '유미주의 작가'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바스는 18세기의 낭만주의부터 시, 종교, 신화와 문학을 넘어 21세기 대중문화까지 폭식하듯 캔버스에 담아온 작가다. 이 회화의 장인은 30여 점의 '개념론자' 연작을 통해 다채로운 표정의 미소년을 소개한다. 가로 6m가 넘는 초대형 회화까지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전의 작업들과 달리 이번 작업은 강박적이고 특이한 취미에 깊이 빠져 있는 한 명의 주인공을 묘사했다. 번호가 매겨진 각각의 그림에는 소년과 복잡한 암호들이 숨어 있어 해석을 요구한다. 얼음을 담는 물건을 조각하고, 히치하이커를 위한 도로변 기념물을 만들고, 죽어가는 식물의 잎을 도금하는 등 독특한 행동을 하는 소년을 목격하게 만들고 배경에는 숱한 기호가 부유한다.

새와 식물, 바다, 플로리다를 상징하는 것들이 캔버스를 가득 채우는데 이와 대조적으로 소년의 표정은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워 보인다. 소년의 안도의 순간, 혹은 명백한 자기 성찰의 순간을 포착한 셈이다. 부어히 큐레이터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퀴어적인데, 여기서 퀴어는 반드시 성적 지향이 아니라 개념적 예술의 기둥, 즉 순응에 기반을 둔 사회를 위한 이해할 수 없는 허용성과 해방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마이애미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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