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 ‘형제의 난’ 실패로 끝나나…주가 25% 급락
차남 조현범 회장과 장남 조현식 고문 사이에 벌어진 경영권 분쟁으로 한동안 상승세를 탔던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15일 25% 넘게 급락했다.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이 조현범 회장 지원을 위해 주식을 사들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현식 고문과 MBK파트너스가 일으킨 ‘형제의 난’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 때문으로 보인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앤컴퍼니는 전날보다 5300원(25.06%) 떨어진 1만5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조현식 고문과 손잡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시작하기 전날인 지난 4일 종가(1만6820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MBK의 공개매수 가격인 2만원 아래로 떨어졌지만, 조 고문 측이 매수할 수 있는 지분 자체가 적어진 상태라 공개매수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양래 명예회장이 조현범 회장의 우호 지분을 늘려주기 위해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취득했다는 소식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장내 매수로 한국앤컴퍼니 주식 258만3718주를 주당 2만2056원에 취득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약 570억원어치다.
조 명예회장이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매입한 것은 차남 조현범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2020년 6월 보유 지분 전량(23.59%)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조현범 회장에게 넘겼다.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에 따라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기존 42.89%에서 45.61%로 높아졌다. 여기에 기존 우호지분까지 더하면 조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지분 50%를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회장은 전날 “경영권 방어에 대한 준비는 끝난 상황”이며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조 고문과 손잡은 MBK 입장에서는 공개매수로 확보할 수 있는 주식 수량이 줄었다. MBK는 지난 5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주당 2만원에 한국앤컴퍼니 발행주식 20.35~27.32%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목표한 만큼의 지분을 공개매수로 확보하면 MBK 측은 한국앤컴퍼니 오너일가 중 조 고문(18.93%)과 차녀 조희원씨(10.61%)의 지분까지 합쳐 발행주식의 50.0%~57.0%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MBK는 주식수가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면 주식 매수하지 않을 계획이다.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 확보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MBK는 조 명예회장의 시세조종 혐의를 조사해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요청했다. 조양래 명예회장이 MBK 측이 제시한 공개매수가(2만원) 이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취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MBK는 “공개매수 이틀 차인 지난 6일 한국앤컴퍼니의 주가가 하락해 종가 기준 공개매수가에 근접한 2만750원이 되자, 조 회장은 바로 다음 날 150만주를 매수했다”며 “한국앤컴퍼니의 비정상적인 주가의 흐름은 본건 공개매수의 실패를 원하는 대상회사 최대주주 측이 의도적으로 대상회사 주가를 상승시키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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