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HMM 인수전'...늑장 결론에 하림vs동원 신경전 고조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 매각 절차가 이해 관계자들의 극한 대립 속에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 진행한 본입찰에서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의 2파전으로 좁혀졌지만, 최종 인수 후보자 선정을 앞두고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
하림그룹과 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이 기준보다 500억원 높은 6조4000억원, 경쟁사인 동원그룹은 이보다 1500억원 낮은 6조2000억원을 각각 제시했다는 게 투자업계의 관측이다. 이 예상이 맞는다면 기준가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하림그룹이 우선 협상자가 돼야 하는데, 산은과 해진공은 결정을 늦추고 있다.
전일 하림그룹이 사실상 HMM 매각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는 보도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즉각 "사실이 아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정부 입장을 강조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산은이 발표를 미룬 이유는 하림그룹이 본입찰에 앞서 별도로 요구한 조건이 논란이 되고 있어서다. 산은은 본입찰에 앞서 인수 후보자들에게 주식매매계약서 초안을 보내면서 △HMM 인수 뒤 지분 5년 보유 △연간 배당금 3년간 5000억원 제한(총 1조5000억원) △사외이사 지명권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자가 HMM이 보유한 10조원대 현금성 자산을 유용하거나, 단기적으로 주가를 올리고 지분을 되파는 '먹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조건을 별다른 이견 없이 수용한 동원그룹과 달리 하림그룹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선 5년 보유 조건에서 제외하고, 산은과 해진공이 이번에 매각하는 주식과 별개로 보유한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3년간 주식으로 전환하지 말아 달라는 '역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매각 측의 사외이사 임명권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경쟁사인 동원그룹이 "불공정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 전환을 3년간 유예하는 조건을 수용하면 인수자의 지분율을 3년간 57.9%가 유지돼 이 기간 최대 2850억원의 배당금을 더 받을 수 있다. 이는 양사가 제시한 입찰가 격차를 웃도는 수준이다. 동원그룹은 이 조건을 매각 주관사 측이 본입찰 전부터 제시했다면 인수 금액을 더 높게 써내 실질적으로 하림그룹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원그룹은 지난 10일 영구채 전환 3년 유예 조건을 전제로 하림그룹이 HMM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산은도 영구채 전환 유예 조건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의 원활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전제 조건으로 내건 점도 최대한 자체 자금으로 인수하기 위해 별도 FI를 꾸리지 않은 동원그룹 입장에선 특혜로 비칠 소지가 있다.
업계 안팎에서도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의 입찰가 차이를 고려하면 향후 매각 조건 변화에 따라 법적 분쟁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렇다고 산은이 HMM 지분 매각을 보유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책 금융 역할을 강화하려면 HMM 지분을 매각해서 자본 안정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당분간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산은과 해진공이 이번 주말이나 내주 초에 HMM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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