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오타니, 같은 날 '134년 라이벌' SF-LAD 공식 간판됐다, 내년 4월2~4일 다저스타디움 첫 ML 맞대결

노재형 2023. 12. 1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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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15일(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15일(한국시각) 이정후와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트위터 캡처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2023년 12월 15일(이하 한국시각)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슈퍼스타가 공식적으로 각각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이날 다저스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오타니 입단 기자회견을 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와의 6년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MLB.com은 '오타니가 공식적으로 다저스 선수가 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자이언츠가 KBO 스타 이정후와 6년 1억1300만달러 계약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는 뉴욕 시절부터 134년 라이벌이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로 옮겨온 뒤에는 라이벌 관계가 더욱 격화돼 적대적 의미의 '앙숙'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LA를 무찌르자(Beat LA)!"를 외친다.

일본을 대표하는 오타니가 두 차례 MVP를 석권한 뒤 다저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KBO리그 최고의 슈퍼스타 이정후가 역대 한국 선수 최고 대우로 샌프란시스코에 입성했으니 MLB.com이 두 구단의 라이벌 관계, 한일 프로야구의 경쟁 관계 등을 부각해 이같이 전했다고 보면 된다.

오타니 쇼헤이 입단식에 다저스 구단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왼쪽부터 브랜든 곰스 단장, 데이브 로버츠 감독,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마크 월터 구단주, 오타니, 스탠 카스텐 CEO, 오타니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 통역 미즈하라 이페이. AP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 취재에 몰려든 약 100명의 사진기자들이 일제히 프래시를 터뜨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먼저 오타니 입단식에는 300여명의 취재진과 100여명의 사진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물론 일본 취재진이 절반 이상이었다. 다저스 구단은 다저스타디움에 특설 무대를 마련했다. 팬들도 다저스타디움에 밖에 몰려들었다.

다저스는 특히 구단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구단주인 마크 월터 구게하임 베이스볼 매니먼트 회장과 스탠 카스텐 CEO,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 부문 사장, 브랜든 곰스 단장 등 프런트 서열 1~4위가 모두 참석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등장해 오타니를 반갑게 맞았다.

무려 10년 7억달러 계약이다. 전세계 프로스포츠 사상 단일계약으로 최대규모라는 수식어보다는 추후 지급액(deferrals)이 97.1%인 6억8000만달러에 이른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하지만 오타니가 10년 동안 다저스에서 일하는 대가로 받는 돈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월터 구단주가 배번 17번이 새겨진 저지를 오타니에게 직접 입혀줬다. 구단주가 입단식에 참석한 것도 그렇고, 직접 유니폼을 챙겨주며 악수를 건네는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마크 월터 다저스 구단주가 오타니에게 저지를 입혀주고 있다. USATODAY연합뉴스

오타니는 5분에 걸쳐 다저스 식구가 된 소감을 밝혔다. LA 에인절스에서 오타니와 함께 옮겨온 미즈하라 이페이가 통역을 맡았다.

오타니는 "이곳에 오신 모든 분들을 보니 경외롭고 행복하다. 오늘은 그저 미디어 행사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올 줄 몰랐다. 빨리 다저스에 오고 싶었다. 나와 똑같은 열정을 갖고 있고, 비전과 우승 역사가 자랑스러운 구단이다.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구단주부터 스태프까지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두 우승을 바라고 있다. 그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오타니는 "다저스와 미팅을 했을 때 구단주측에서 말하길 지난 10년을 되돌아봤을 때 매년 플레이오프에 나가고 월드시리즈 우승도 한 번 했지만, 그것은 '실패'라고 평가하더라. 그 말을 들었을 때 '이 분들은 모두 우승에 진심이구나' 생각했다. 그게 내가 느낀 점"이라고 했다.

우승이라는 공통 분모가 다저스행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오타니는 월터 구단주 혹은 프리드먼 사장이 팀을 떠날 경우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특별 조항을 계약서에 담았다.

이날 오타니에 궁금한 질문 두 가지가 나왔다. 하나는 지난 9월에 받은 팔꿈치 수술의 정확한 명칭, 또 하나는 지난달 MVP 수상 소감을 밝힐 때 같이 등장한 강아지의 이름이다.

오타니는 팔꿈치 수술에 대해 "난 의학 분야에 문외한이지만, 분명히 수술이었다. 그러나 무슨 수술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내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처음 받은 수술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건 안다. 여러분들이 뭐라 부르는지 모른다면 수술을 한 분께 물어보면 될 것"이라며 답을 피했다.

오타니가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UPI연합뉴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인 2018년 10월 LA 닐 엘라트라체 박사의 집도로 첫 토미존 서저리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8월 신시내티 레즈전에 등판했다가 팔꿈치 부상을 입어 시즌을 접은 뒤 9월 20일 역시 엘라트라체 박사에게 수술을 받았다. 엘라트라체 박사는 수술 후 보도자료에서 토미존 서저리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인대를 재건했다는 점에서 현지 언론들은 토미존 서저리로 기사화하고 있다.

오타니는 자신의 애완견에 대해 "강아지 이름은 '데코핀(Dekopin)'인데, 일본말로 누군가의 이마를 튕긴다는 뜻이다. 그냥 데코이(Decoy)라고 부르면 된다"고 했다. 오타니가 지난달 17일 아메리칸리그 MVP에 선정된 직후 MLB 네트워크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 데코이를 데리고 나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오타니는 당시 강아지 이름을 밝히지 않아, 본인이 계약할 팀명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와 6년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트위터 캡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배경은 오라클파크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트위터 캡처

오타니 입단식은 이날 오전 8시에 열렸다. 그리고 3시간 뒤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보도자료를 통해 이정후와의 계약이 공식화됐음을 알렸다. 계약 조건을 매우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자이언츠와 외야수 이정후는 6년 1억1300만달러 계약에 합의했다. 2027시즌 후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됐다. 연도별 연봉은 내년 700만달러, 2025년 1600만달러, 2026년과 2027년 각 2200만달러, 2028년과 2029년 각 2050만달러다. 사이닝보너스는 500만달러다. 그리고 이정후는 자이언츠 커뮤니티 펀드에 2024년 6만달러, 2025년 8만달러, 2026년과 2027년 각 11만달러, 2028년과 2029년 각 10만2500만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정후의 KBO리그 성적을 자세히 소개한 뒤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기간에 이정후는 4게임에 출전해 14타수 6안타, 2루타 2개, 5타점을 올렸다'고 했다.

MLB.com이 이정후를 소개하며 아버지 이종범을 조명하고 있다. 사진=MLB.com 캡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이 한국어로 이정후를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트위터 캡처

이정후는 이날을 포함해 샌프란시스코 구단으로부터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다.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7월 수술을 받은 왼쪽 발목도 건강했다. 샌프란시스코는 16일 오전 6시 홈구장 오라클파크에서 이정후 입단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이정후의 계약이 공식화됨에 따라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1882만5000달러의 이적료를 받는다. 샌프란시스코는 6년 계약 총액과 이적료를 합쳐 약 1억3200만달러를 이정후에 투자한 셈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근접해서 관찰해 온 팀이다. 피트 퍼틸라 단장이 올시즌 막판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이정후의 훈련과 복귀전을 지켜봤다. 이정후에 대해서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카고 컵스도 샌프란시스코 못지 않은 오퍼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4파전 양상이었다는 얘기다.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는 내년 시즌 13차례 맞대결을 벌인다. 4월 2~4일 다저스타디움 3연전이 이정후와 오타니가 자존심 대결을 벌일 첫 무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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