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온 가족도 만족…제주는 일상이 워케이션이네요"
워케이션, 제주 전체 '균형발전' 이루는 신사업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도는 숙소를 나서면 일상이 워케이션이네요"
제주도 내 숙소와 카페를 오고가며 회사 업무를 처리 중인 정호영(45)씨는 최근 차량용 노트북 거치대를 장만했다. 업무 효율이 높은 카페를 나와서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작업할 수 있도록 차량에도 편의 장치를 들인 것이다.
차량 내 편의 도구를 하나 둘씩 장만한 정씨는 이제 제주에서 디지털 노마드를 구현할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그는 겨울철 추위로 다시 근무지를 카페로 택했지만, 기회만 주어지면 차량 내 '이동형 사무실'로 자유로운 업무 형태에 변화를 주고 있다.
대세로 굳어진 '워케이션(일+휴식·Work+Vacation)' 트렌드에 맞춰 스스로 변신하는 업무를 즐기게 된 것이다. 환경이 바뀌자 업무 효율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휴식을 충분히 취한 다음 업무에 집중하는 패턴에 익숙해지자 생산성 향상은 저절로 따라왔다. 회사는 정씨뿐만 아니라 부서원들을 차례로 제주로 보내 원격근무를 경험해보도록 돕고 있다.
성과에 대한 부담이 앞서 처음엔 소극적이었던 부서원들은 이제는 앞다퉈 제주 근무를 신청하고 있다. 공간과 환경의 변화가 주는 효용을 체험하는데 주저함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정씨는 "가족들과 함께 찾은 제주도에서 새로운 업무 환경에 적응하며 '일의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스스로 느껴보는 큰 경험이 됐다"면서 "업무 외 시간은 가족들과 함께 하며 '가정과 일',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에 해결점을 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일찌감치 워케이션 트렌드를 읽고 수요에 대비했다. 도는 2021년 코로나19 상황에서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수도권 ICT 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워케이션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요가와 서핑, 트래킹, 캠핑 등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비대면 근무에 필요한 스마트워크 시설도 운영한 것은 물론이다.
반응이 좋았다. 이듬해 워케이션 공유 오피스도 3개소로 늘어났고, 민간시설을 임차한 곳과 서귀포시 복합혁신센터 내 워케이션 오피스도 조성됐다.
설문조사 결과 이 곳을 다녀간 참가자 192명은 전원(100%) 재참여 의사를 보였다.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9점으로 높은 제주 워케이션 인기를 나타냈다.
제주도는 올해 거점 워케이션 오피스를 확대 운영하고, 워케이션 선도지역 조성을 위한 도내 민·관 네트워크 구축과 산업 활성화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민선 8기 오영훈 제주지사는 취임과 동시에 워케이션을 관광객 유치와 기업 유치를 위한 새로운 분야로 키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장기적으로 읍·면 권역별로 농어촌 빈집이나 유휴시설을 등을 활용한 체류형 워케이션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인구는 곧 경제'라는 개념 아래 외부인 '정주 인구'를 유지해 지역경제를 탄탄하게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자체마다 귀농인 지원 정책으로 인구 늘리기에 보이지 않는 경쟁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 워케이션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도는 지난 10월 아세안 플러스 알파 정책의 거점인 싱가포르 래플스 호텔에서 현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약 2시간에 걸쳐 제주의 기업환경 및 워케이션 설명회도 열었다.
이 설명회에는 싱가포르 기업인연합회(SBF) 회원사로 신재생에너지, 해운, 물류 등 제조업과 금융·컨설팅 등 다양한 업종의 현지 기업들을 비롯해 한국기업의 싱가포르 법인 등 38개사 62명의 기업인들이 참석해 제주시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도는 이 자리에서 탄소중립 2030으로 쌓아 온 그간의 성과와 함께 도심항공교통(UAM), 글로벌 그린수소 허브 구축 등 싱가포르에서도 관심이 큰 유망산업의 정책 비전과 계획들을 공유했다.
특히 대한민국 워케이션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제주의 워케이션 기반시설을 설명하면서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제주 워케이션 오피스를 활용할 것을 제안해 큰 호응을 이끌었다.
워케이션은 제주시권에 치우친 각종 인프라를 서귀포시권으로 분산시키는 이른바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중요한 사업이다. 차량으로 1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서귀포시권은 상대적으로 발길이 적을 수밖에 없다.
제주 워케이션에 대한 도외 기업 인식조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제주 워케이션 선호지역으로는 59%가 제주시, 서귀포시 등 도심지역, 27%는 ‘한적한 제주 농어촌 마을’, 17%는 ‘유명관광지’를 택했다.
서귀포시가 상대적으로 제주시보다 낙후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환경이 발전의 제약 요소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도는 서귀포에 워케이션 센터를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서귀포에 있는 '서귀포 복합센터' 를 활용한 워케이션 공간을 키워나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워케이션은 제주 지역발전에 매우 중요한 사업이고 특히 서귀포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oo12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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