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신호에 고꾸라진 美 국채 금리… 한미 '채권 랠리' 내년에도 지속될까

세종=박소정 기자 2023. 12. 1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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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FOMC서 파월 의장 “금리 인하” 언급
10월 5% 찍던 美 10년물 금리, 3%대로↓
韓 국고채 3년물도 20bp 내려 연 3.2%대
“내년 말 美 국채 3%대 중반”VS“4%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 예고가 나오면서 미 국채 금리가 고꾸라졌다. 세계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다섯달 만에 연 3%대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국고채 3년물 금리도 20bp(1bp=0.01%p) 내렸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표출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런 시장의 낙관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내년까지 이런 채권 랠리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전망이 갈린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열린 통화 정책 관련 기자 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3%대로 내린 美 국채 금리… 韓 국고채 금리도 ‘뚝’

15일 글로벌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929%로 전 거래일 대비 10bp 하락했다. 미 국채 금리가 3%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7월 말 이후 처음이다. 불과 지난 10월 연 5% 선을 넘나들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두달 만에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이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 수준으로 동결한 미 연준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메시지를 낸 영향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정책 완화(금리 인하)가 언제부터 적절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가시화됐다”고 언급했다. 이미 시장에 퍼져있던 금리 인하 기대감은 이를 기점으로 더욱 짙어진 모습이다.

우리 시장도 연쇄적으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나라 시중금리의 지표가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 20.7bp 하락한 연 3.258%를 나타냈다.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도 각각 21.2bp, 19.3bp 떨어진 연 3.288%, 연 3.332%를 보였다. 모두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3.5%)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은행권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로 활용되는 금융채(은행채) 5년물 금리도 전날 연 4.046%를 기록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유럽중앙은행(ECB)과 잉글랜드은행(BOE)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매파적 기조를 유지했음에도,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 심리는 요지부동이었다. 앞서 ECB와 BOE는 ‘인플레이션의 추가 둔화가 당연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한 바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이날 “대체로 물가 안정 마지막 단계가 가장 어렵기 때문에 승리를 조기 선언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다만 이튿날인 이날은 전날 급락세 분을 일부 되돌리며 숨 고르기를 하는 양상이다. 아시아장에서 미 국채 금리가 상승했고, 국고채 금리도 전 구간에서 일괄 2~3bp가량 상승했다.

그래픽=손민균

◇ 韓美 ‘채권 랠리’ 내년에도 지속될까? 갑론을박

시장에선 파월 의장이 이번 FOMC에서 “생각보다 너무 서둘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재 미 국채 금리 수준은 미 연준이 내년 연 5~6차례(125~150bp)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향후 관련 컨센서스가 상향될 경우 (국채 금리) 일부 반등은 가능할 것”이라며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내년 초 4% 부근에서 등락한 이후 내년 말 3%대 중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낙관이 과도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마이클 로젠 앤젤레스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이 지난 2년간 현실보다 앞서 설레발을 떨었다”면서 “(내년 5~6차례 인하는) 심각한 경기 침체가 발생한다는 가정 하에는 말이 되지만, 연준조차도 그 정도의 침체 가능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일부 채권 전문가들의 전망을 인용해, 올 연말 채권 랠리가 내년까지 이어지지 못할 것이란 시각을 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라빈 코라파티 골드만삭스 수석 금리 전략가와 세무 컨설팅 기업 RSM의 조셉 브루수엘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말까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4.5%로 다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국고채 금리 역시 미 국채 금리 급락을 반영해 향후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용구 연구원은 “미 국채 금리 급락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고채 금리 하락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며 “내년 초 국고채 및 크레딧 채권 발행 재개로 일부 반등한 뒤 완만한 하락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는 초단기채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이미 전 구간 기준금리를 하회하고 있는데, 당분간 이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추가 하락 대비 상승 시 민감도가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과도한 시장 금리 하락세가 향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채권뿐 아니라 주식 가격이 급등하는 등 지금처럼 금융 여건이 지나치게 완화하면,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생각보다 일찍 단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연준의 시계를 따라가는 한은의 금리 인하 시기도 밀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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