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초임 기간제 교사 사망사건 조사 결과 발표 “학부모 항의·협박으로 정신적 고통…결국 우울증으로 사망”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 기간제 교사 극단선택 사건의 배경엔 "콩밥 먹게 해주겠다" 등 학부모에 의한 협박 및 폭언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교육청 공익제보센터 측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서울 상명대학교 사범대학부족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였던 A씨의 사망 사건 관련 민원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A씨는 작년 3~8월간 해당 학교서 2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했고, 지난 1월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교육청 측은 "학부모의 과도한 항의와 협박성 발언으로 고인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이 사실로 인정된다"면서 "그로 인한 우울증으로 인해 결국 고인이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유가족 측은 폭언 의혹이 제기된 학부모를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A씨는 작년 3월 상명대부속초 기간제 교사로서 첫 교단에 선 동시에 2학년 담임교사를 맡았다. 스쿨버스로 등교하는 학교 특성상 일반 초등학교 교사보다 약 1시간 일찍 출근해야 했고, 초과근무 또한 빈번했다. 학교 측이 담임교사들의 개인 연락처를 공개해 퇴근한 이후나 주말에도 학부모들의 각종 요구 및 민원을 직접 응대해야 했다.
유족 측은 "1학기 세 달동안 학부모에게 받은 메시지가 1500건이 넘었다"고 주장했다.
작년 6월 초 교실에서 학생 4명이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면서 A씨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가리고 사과를 주고받게 하는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가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특히 사과할 것을 요구받은 모 가해학생의 학부모는 '피해학생의 평소 행실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편파적으로 사건을 중재한다'는 취지로 A씨에게 여러 차례 강하게 항의했다.
A씨가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보낸 메신저 메시지 등엔 고인이 해당 사건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온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고인은 "한 학부모가 경찰에 신고한다고 생난리를 쳤다", "내가 무릎이라도 꿇고 사죄해야 하는 것인가" 등의 호소를 주변에 남겼다. 학부모들에게 '교육청에 신고해서 교직에 설 수 없게 하겠다', '옷을 벗게 하겠다', '콩밥을 먹게 하겠다' 등의 협박 및 폭언을 들었다고 호소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A씨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같은 취지의 호소를 남겼다. A씨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뒤 휴직, 치료를 이어가던 중 사망했다. 고인은 사망 약 1개월 전 쓴 일기에서 "내가 힘이 없는 게 당연하다"면서 "너(본인) 대단해. 봄날이 올거야. 넌 유능한 초등교사야"라고 썼다.
다만 폭언 의혹의 당사자인 학부모는 교육청 측의 조사를 거부했다. 교육청 또한 본인이 원치 않는 조사를 강제할 권한이 없는만큼, 다른 학부모들의 진술을 청취하는 것에 그쳐야 했다.
또한 교육청은 학교 당국이 학부모 악성민원에 노출된 초임 기간제 교사를 방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학교나 교장·교감 등 관리자가 고인의 어려움에 관심을 기울이고 심리적 지지를 해줬어야 했는데 미흡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어느 정도의 지원이 필요한지 매뉴얼 등이 없어 법적 책임을 묻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 7월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교직 3단체와 공동기자회견' 현장에서 A씨의 부친이 딸의 억울한 죽음을 토로하면서 뒤늦게 공론화됐다. 당시 A씨 유족은 조희연 교육감에게 "내 딸도 몇 개월전 똑같이 죽었는데, 우리 딸은 꽃도 한 송이 못 받고 죽었다"고 호소하며 오열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