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투자자들 ‘불완전판매’ 주장…“원금 보장하라”
“홍콩H지수가 뭔지도 처음 알았다. 오래 봐왔던 은행 직원 말만 믿고 가입을 했는데 이렇게 됐다. 내가 잘했다는 것은 아닌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용인에서 서울까지 왔다.”
김모씨(80) 부부는 2021년 은행 직원 권유로 홍콩H지수 ELS에 총 1억5000만원을 가입했다. 김씨 부부가 가입한 ELS 상품 중 가입 시기가 가장 빠른 상품은 내년 1월에 만기가 돌아온다. 3000만원을 가입했는데, 최근 은행에서 평가금액이 1551만원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내년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원금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앞에 모였다. 투자자들은 “은행들이 ELS를 안전한 상품처럼 판매했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 대부분이 재가입자라는 점에서 불완전판매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홍콩H지수 ELS 투자자들은 15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원금 보장과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이날 집회에는 홍콩H지수 투자자 수십 명이 모여 ‘불완전판매’라고 쓰인 머리띠를 두르고 ‘불완전 판매해놓고서 책임회피 웬말이냐’ ‘ELS 원금 전액 보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결의문을 낭독한 이모씨는 “은행이 ELS가 위험한 상품임을 알고도 고객들에게 설명하지 않는 등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어기고 부당하게 가입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ELS는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인데, 기초자산이 특정 조건을 밑도는 상태로 만기가 도래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홍콩H지수 ELS가 활발하게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50%가량 급락했다는 점이다.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었던 홍콩H지수는 최근에는 5000대 중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홍콩H지수가 만기 전까지 급등하지 않는 한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8개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SC제일·씨티·제주)의 홍콩H지수 ELS 판매잔액은 14조7828억원이다.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ELS의 배상기준안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연령이나 재가입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 대부분이 재가입을 한 경우인 데다, 사모펀드와 달리 공모형 상품이라는 점에서 불완전판매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일 보고서에서 “최근까지 사모펀드 등 금융권의 불완전판매 이슈가 제기된 일련의 사안에 대해 손실배상 조치가 이어져 왔다는 측면에서 이번 ELS 이슈 또한 유사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ELS 투자자의 경우 대부분 상품가인 경험이 있는 재투자자라는 점에서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에 비해 실제 배상비율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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