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들만 챙긴 가맹사업법"…프랜차이즈 본사들 '반발'

김지우 2023. 12. 1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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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 '가맹사업법 개정안' 기습 통과
점주단체 사실상 노조로 인정…업계 '우려'
/그래픽=비즈워치

'가맹점주단체 등록제 및 단체교섭권 부여'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가맹점주 단체가 가맹점주들을 대표해 가맹본부와 거래 조건 등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보완사항을 논의 중인 법안이 기습 통과됐다"며 개정안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기습 통과'된 법안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4일 '가맹점주단체 등록제 및 단체교섭권 부여'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가맹점주 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후 가맹점주를 대표해 가맹본부와 거래 조건 등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맹점주 단체 협의 요청 시 가맹본부가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하면 가맹본부에 시정조치나 과징금이 부과된다.

개정안은 그동안 정무위 제2법안소위에서 여야 간 의견 대립으로 통과하지 못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을 국민의힘과의 2+2 협의체를 통해 협의로 처리키로 한 교환법안 리스트에 올렸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여당이 퇴장한 사이 야당이 기습 상정해 통과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정수는 총 24명으로 더불어민주당 14명, 국민의힘 8명, 비교섭단체 2명으로 구성돼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논란은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당은 가맹점주협의회가 협의를 요청할 때 대표성이 없는 단체라는 이유로 본사가 협의를 거부하는 일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법안을 발의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가맹점주를 약자로 규정하는 시각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가맹점주의 협상 개시를 강제하는 근거법이 마련되면 단체교섭권을 통해 기본 사업활동을 위한 협상이 아닌, 가맹점주의 이익을 위한 투쟁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봤다. 또 가맹본부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부작용 크다"…가맹본사 반발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번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하자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의 본질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측은 "개정안은 가맹점주들에게 노조의 단체협상권과 유사한 권한을 부여해 악용소지가 높은 등 문제점이 많아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규정 보완이 필요해 수 년간 통과되지 못하고 있던 법안이 갑자기 통과된 것에 대해 당황하고 있다. 협회는 다양한 부작용들에 대한 보완규정이 미흡해 법안의 취지가 왜곡될 소지가 크다고 말한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협의 개시 요청 제한 없음 △대표단체 의미 퇴색 △브랜드 통일성 저해 △단체 명부제출 및 확인 규정 미비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맹점주단체가 가맹본부에 협의를 개시를 무한 요청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맹점주단체가 세력화돼 노조처럼 될 수 있다. 가맹본부 측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누구나 가맹점주단체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등록기준이 없어 해당 가맹점주단체의 대표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시스템 /사진=공정위 홈페이지 캡처

이와 함께 본사가 협의내용을 강제할 수 없어 프랜차이즈 업체들에게 가장 중요한 브랜드의 통일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같은 브랜드임에도 각 가맹단체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해야 한다. 이럴 경우 일부 가맹점들별로 다른 혜택을 줘야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단체 50개가 생기면 50개 단체와 각각 따로 적용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협의가 안 될 경우 단체의 무한 협의 요청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체의 명부 제출 및 확인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가맹본부는 가입점주의 폐점이나 개업시 정기적으로 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브랜드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보고 의무를 주지 않아 이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 가맹본부로서는 가맹점주단체의 규모를 인지할 방법이 없어진다.

"업계 특성 모르는 소리"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업계 특성과 현황을 고려하지 않는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단체화될 경우 일부에 의해 선동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업종인 다른 브랜드들의 점주들이 서로 영업비밀인 납품가격을 공유한 후 본사에 요구하게 될 수 있다"며 "가맹점들에 좌지우지돼 각 브랜드의 경쟁력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협의체를 이미 구축해 운영 중인 브랜드들도 많은데, 일부 본사들이 가맹점들에 갑질하는 걸 두고 전체적으로 규제를 일괄 적용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에 불공정한 거래가 혁신적으로 변화되지 못하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은 계속 생겨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법률이나 제도를 활용하려는 가맹점주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법률이나 제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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