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고문치사' 정의찬 공천 적격 판정 뒤집어…'부적격' 의결

[the300]정 특보 "검증위 결과 받아들일 수 없어...당 판단 다시 구해볼 것"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병기 중앙당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중앙당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윤덕 중앙당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부위원장, 김 위원장, 강선우 중앙당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위원. 2023.11.16.

더불어민주당이 정의찬 당 대표 특보에 대한 공천 적격 판정을 뒤집고 '부적격'으로 결정했다. 정 특보가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적격 판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자 재검증 후 이 같이 결정한 것이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15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정 특보에게 제기된 문제에 대해 다시 검증한 결과 특별당규 별표1의 예외 없는 부적격 사유에 해당하는 범죄경력에 해당한다"며 공천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앞서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전날 정 특보를 포함한 검증 적격 판정자 95명을 공개했다. 정 특보는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 중이다. 공천 적격 판정 이후 정 특보가 과거 전남대에서 발생한 '이종권 고문 치사 사건'에 관여해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전남대 총학생회장이자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산하 광주·전남대학총학생회연합(남총련) 의장이었던 정 특보는 1997년 일반인 이종권씨를 경찰 프락치로 몰아 고문하고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듬해 1심에서 징역 6년,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특별사면·복권됐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 특보여서 적격 판정을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재논의해서 처리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며 "규정을 잘못 본 업무상 실수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정 특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검증위 결과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1997년 치사사건 관련 당시 폭행 현장에 있지도 않았고 폭행을 지시하지도 않았다. 다만 사건 직후 광주전남지역 학생운동을 이끌던 책임자로서 양심에 따라 법적,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최초 경찰 조사에서 '남총련 의장' 정의찬은 빠져 있었다. 그러나 수사당국 윗선에서 '남총련 의장' 정의찬을 이 사건에 포함시키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며 "사건 당사자들에게 자행된 수사당국의 회유, 협박, 폭행, 강압적 수사를 괴로워하다 최종적으로 의장으로서 책임을 졌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생운동으로 충분히 수감생활을 했다"며 "시민과 당원에 대한 평가 기회조차 없이 내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다시 한번 당의 이의신청 절차에 따라 당의 냉정하고 객관적 판단을 구해보겠다. 그 결과에 따라 최종적 입장을 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