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수협, 북항 활어위판장 건립 보조금사업 ‘제멋대로’ 논란
보조금 신청 사업계획서에는 “신구 2개 위판장 병행 운영하겠다”
실제는 한 곳만 운영, 구 위판장 ‘방치’…목포시에 계약해지 통보
(시사저널=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전남 목포수협이 추진한 북항 활어위판장 건립 보조금사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단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무단으로 사업 내용을 변경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조금수급에 지나치게 매몰된 나머지 무리하게 부실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가장 주목된 부분은 '사업계획서'다. 논란거리 모두가 사업내용을 담은 이 지점에서 합류하기 때문이다.
'사업내용 무단 변경' 논란
우선 보조금 교부조건 위반 논란은 보조사업자인 목포수협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목포시와 전남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다르게 위판장을 운영하는 것이 밝혀지면서 불거졌다. 애초 목포수협은 2021년 2월 당시 목포시에 제출한 '북항 활어위판장' 사업계획서에 2개 위판장을 병행 운영한다고 적시했다.
구 활어 위판장은 낙지, 문어, 소라, 갑각류 위주로 위판하며 신축 활어 위판장은 구 위판장 적정 위판물량을 '초과하는' 낙지 물량과 광어, 참돔, 장어 등 활어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구 위판장이 '주 위판장'이고 신축 위판장은 '보조 위판장'인 셈이다. 이는 사업계획의 뼈대로 전남도와 목포시는 이 같은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2021년 4월 보조금 교부를 결정했다. 구 위판장은 목포시 소유로 수협은 연간 1억2000여만원에 임차하고 있으며, 계약기간은 내년 5월까지다.
그런데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목포수협은 신축 활어위판장이 본격 가동된 무렵인 지난 2월부터 구 위판장 운영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목포시에 구 활어위판장을 올 연말까지만 사용하겠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는 사업계획서와 달리 두 개 위판장을 병행 운영하지 못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며 교부조건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조합 안팎에선 이를 두고 보조금사업에 대한 수협의 이중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은 시의회 도마 위에도 올랐다. 최현주 시의원은 지난달 20일 목포시 행정사무감사에서 "목포수협의 구 위판장에 대한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인해 어민들의 불만과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목포수협은 당초 사업계획서에 들어있던 △선어위판장(62.7㎡) △중매인수조(210.75㎡) △차양시설(204㎡)을 빼고, 기타(공용) 312.56㎡를 29.82㎡로 줄이는 대신 관람석 및 라운지(233.99㎡)와 위판장 통로(908.45㎡) 등을 포함시키는 사업변경을 했다. 특히 새롭게 포함된 관람석 및 라운지는 추후 휴게라운지(217.81㎡)와 휴게음식점(94.19㎡)으로 용도 변경됐다.
문제는 모두 전남도지사로부터 사전에 사업계획 변경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목포수협은 한 차례에 걸친 사업계획 변경 승인 신청에서 위판장 운영과 주요시설 변경은 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전남도는 2021년 4월 목포수협에 보낸 '북항 활어위판장 건립 지방보조금 교부조건 안내'라는 공문에서 사정의 변경으로 지방보조사업의 내용 또는 지방보조금과 자부담간 소요되는 경비의 배분을 변경하려면 도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교부조건을 달았다.
이에 대해 목포시는 '사업계획에 포함된 항목 간 변경사용 등 경미한 사항의 경우에는 목적사업 범위 내에서 승인 없이 변경가능하다'는 교부조건 단서를 들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복수의 전문가는 "두 개의 위판장 운영은 사업 내용의 중대한 사항에 해당한다"며 "다른 사안의 경우도 제출된 사업계획에 포함이 안 된데다 관람석 및 라운지를 영리를 목적으로 한 휴게음식점(카페) 등으로 사업내용을 변경한 것은 위판시설 설치가 주 목적사업인 점을 감안하면 항목 간 변경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부실 사업계획서 제출 '의혹'
또 다른 논란은 사업계획서의 부실 문제다. 일각에선 수협 측의 고의적인 부실 사업계획서 제출까지 의심하는 분위기다. 목포수협이 사업계획서에 두 개의 위판장 병행 운영을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이를 이행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끼워넣어 보조금을 타 냈다는 것이다. 이는 제출된 사업계획서가 워낙 허술한데다가 보조금 받은 이후 무모할 정도로 달라진 자세에 따른 의혹으로 수협이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목포수협 조합원 김아무개(63)씨는 "낙지 위판 성수기 때 다소 혼잡하긴 했지만 위판 물량만을 고려하면 구 위판장이 감당하기에 충분했다"며 "해수부 소유 신축 부지(무상 영구임차)를 차지하기 위해 신축에 나선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수협 사정에 밝은 또 다른 조합원은 "최근 몇 년 사이에만 500억원대 보조금사업을 수행한 실적이 있는 목포수협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교부조건마저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목포수협 "어민들 민원 때문…사업계획 변경 실수로 놓쳐"
목포수협은 '말도 안 된다'며 부실 사업계획서 제출에 대해 펄쩍 뛰었다. 수협 관계자는 "올 2월 해수펌프가 고장 나 잠시 운영이 중단된 데다 어민들이 2개 위판장 운영에 따른 어가 차이와 낡은 시설, 이동 불편 등 여러 이유로 구 위판장 사용을 꺼려해 불가피하게 신축 위판장만 가동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구 위판장을 리모델링한 후 재활용하기 위해 목포시에 매각을 제안했으나 행정재산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명해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사업계획 변경 승인 절차를 밟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사업계획 변경을 못한 것은 착오로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며 "문제점이 드러나면 전남도와 목포시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전남도에 보조금 교부조건 위배 여부 등에 대한 질의서를 보낸 목포시는 전남도의 해석이 나오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목포수협의 구 위판장에 대한 일방적 계약해지는 법적 검토를 통해 보조금 반환요구 등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포수협은 지난해 7월 부족한 공간을 확보하고 활어 유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활어위판장을 새로 짓겠다며 전남도와 목포시로부터 도비 15억원, 시비 15억원을 지원받았다. 총 사업비 50억원(자부담 20억원)을 투입해 북항 새 활어위판장을 지난해 7월 중순, 지상 2층(부지 3909㎡, 건축면적 2171㎡) 규모로 구 활어위판장 인근에 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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