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교사, '학부모 협박' 있었다…일기장에 "내 잘못 아냐"(종합)

성소의 기자 2023. 12. 15. 14: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父 "별이 된 딸, 가슴에 품고 살아야…평생 한 돼"
학생들 갈등 중재하다 학부모 협박·비난 시달려
스트레스로 우울증 앓다가 올해 1월 극단 선택
서울교육청 "고발 계획 없어…유가족 협조할 것"
유가족 "산재 신청…협박 학부모 형사고발 검토"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지난 7월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의한 긴급 추진 과제 제언 및 법안 신속 입법 촉구 서울시교육청-교직3단체 긴급 공동 기자회견에서 교사 교권과 관련, 몇달 전 사망한 교사의 아버지가 오열하며 조희연 교육감과 교직 단체장들에게 진상 규명을 부탁하고 있다. 2023.07.2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성소의 기자 = 올해 초 상명대부속초 소속 기간제 교사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조사한 결과, 해당 교사가 숨지기 전 담임을 맡은 학급 반 학부모로부터 협박과 악성 민원을 받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교사 A씨의 아버지인 오재근씨는 "우린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했는데 왜 국가는 우리 가족을 지켜주지 못하냐"고 말하며 오열했다.

유가족 측은 A씨의 산업재해를 신청하는 한편 A씨에게 지속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해온 학부모를 대상으로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이다. 시교육청은 해당 학부모에 대한 별도 고발 계획은 없고, 유가족이 고발할 경우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가족 오열…"별이 된 딸, 가슴에 품고 살아야"

시교육청은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명대학교사범대학부속초등학교(상명대부속초) 기간제 교사 사망 사건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사건을 조사한 이만종 시교육청 감사관, 박용덕 시교육청 상근시민감사관, A씨 아버지인 오씨와 유가족 법률대리인이 참석했다.

오씨는 이날 간담회에서 "(딸의 죽음을) 저희 가족들 아픔으로만 생각하고 아무런 노력 없이 6개월을 보냈는데,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도움을 청하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오씨는 "딸을 얼마나 사랑했는데, 딸이 옆에 있을 때 못한 게 너무나 한이 된다"며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별이 된 딸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된다"며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했는데 국가는 왜 우리 가족을 지켜주지 못하나"며 오열했다.

이날 유가족 측은 A씨가 사망하기 한 달 전 일기장 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7일 쓴 일기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내 잘못이 아니다. 다 의미가 있는 시간이다. 너 대단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 왔잖아. 봄날이 올 거야. 포기하지마. 넌 유능한 초등교사다"라고 적었다.

학생들 갈등 중재하다 학부모 협박·비난 시달려

이날 시교육청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 교실에서 발생한 학생들 간 갈등을 중재하던 과정에서 학부모로부터 협박성 발언과 비난을 받아왔다.

문제가 된 사건은 지난해 6월2일 A씨가 당시 담임을 맡았던 2학년 교실 점심시간에 벌어졌다.

B학생이 다른 학생과 실랑이를 벌이다 학생 3명으로부터 행동을 저지 당하는 일이 발생했고, A씨는 이 사건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자 학생들 설명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재연한 동영상을 촬영해 해당 학부모들에게 전송했다.

당초 B학생 학부모는 자녀가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오해하고 나머지 학부모들에게 사과를 했지만, 동영상을 확인한 후 태도를 바꿔 나머지 학생 학부모들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 간에 다툼이 벌어졌고, 갈등을 중재하던 A씨는 학부모 C씨로부터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등 협박성 발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A씨가 촬영한 동영상이 편파적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등 학교에 지속적으로 항의성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A씨는 주말과 퇴근 후에도 이러한 항의성 민원과 요구를 개인 휴대전화로 직접 받으며 일일이 응대했다. 사립초인 상명대부속초는 당시 담임교사들의 개인 휴대전화 연락처를 학부모들에게 공개하고 있었다.

사건이 알려지자 다른 교사가 A씨를 대신해 학부모를 설득했지만, 이 외에 학교가 나선 일은 없었다고 한다. 학교 차원의 특별한 개입은 없었던 것이다.

A씨는 이 사건 이후 정신건강 의학과를 방문해 우울증 진단을 받고 올해 1월까지 치료를 받다가 같은 달 15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시교육청은 A씨가 학부모의 과도한 항의와 협박성 발언으로 고통 받다가 우울증이 발병했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의 우울증 발병에 학교와 관리자 측의 법적 책임은 없다고 봤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가 고인이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았겠지만, 그것이 충족되지 못했다고 해서 법적 책임을 묻거나 행정적 처분을 내릴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 "별도 고발계획 없어…유가족 협조할 것"

유가족은 A씨가 학교 측 방관과 지원 시스템 부재 속에서 업무상 질병을 얻어 사망하게 됐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신청서를 접수하기로 했다.

또 A씨에게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에 대해 형사 고발 여부도 검토 중이다.

시교육청은 해당 학부모에 대한 별도 고발 계획은 없고, 유가족이 고발할 경우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유가족이 고발하게 되면 저희는 별도로 고발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가족이 고발한 것에 대해서 공동 고발인에 준하는 고발 수사 과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는 유가족이 지난 7월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교직 3단체와 공동기자회견' 현장에서 A씨 사망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 추진됐다.

당시 A씨 아버지인 오씨는 기자회견 진행 중 "잠깐만요"라며 "우리 딸도 몇 개월 전에 똑같이 죽었다. 같이 조사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서이초 선생님은 조화가 놓이는데 우리 딸은 꽃송이도 하나 못 받고 죽었다"고 말하며 오열했다.

이에 시교육청은 같은 달 26일 산하 공익제보센터에 민원을 이첩했고, 센터에서 유가족 면담과 A씨 진료기록 조사, 학부모 면담 등을 진행했다. 이어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상명대부속초 감사를 실시해 이날 최종 결과를 내놨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