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 타로카드가 중국에"…청년사업가 울리는 中 알리익스프레스
저작권 피해 신고하자 중국어 이메일로 회신…가짜 차단조치는 안 해
판매자에 직접 '짝퉁' 팔지말라 요청하자 오히려 큰소리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해외직구 사이트인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에서 여전히 지적재산권 침해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 짝퉁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제는 국내 중소형 업체의 인기 제품까지 카피해 판매까지 하는 상황이지만, 알리익스레스 측이 적극적인 판매 중단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아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15일 국내서 타로카드 등을 제작해 판매 중인 A사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를 둘러보다 자신들의 타로카드가 판매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A사는 처음에는 구입 후 재판매 제품인 '리셀' 상품으로 여겼지만, 판매 페이지를 자세히 살펴보자 새 상품이었고 심지어 같은 제품을 판매 중인 판매자도 여러 명이라는 점을 알아냈다.
A사는 웹툰작가와 협업해 자체 제작한 타로카드를 자사몰에서 5만원 대에 판매하고 있지만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5분의1 가격인 1만원 수준에 제품을 판매했다.
A사의 김 모 대표는 "우리 제품은 국내에서 제작했기 때문에 디자인 파일 등이 해외로 빠져나갔을 가능성은 낮다"면서 "중국 셀러가 우리 제품을 구입해 스캐너로 스캔 후 짝퉁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는 짝퉁 제품은 이미지 픽셀이 깨지고, 인쇄가 조잡해 제품 질이 떨어진다.
심지어 이들 짝퉁 판매자들은 정품에도 없는 종이 케이스까지 제작해 그 겉면에 A사가 가진 이미지 저작물을 인쇄하고, 웹툰작가 이름과 A사명 등을 넣어 더욱 정품처럼 보이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A사는 즉시 알리익스프레스 측에 판매 중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중국어와 영어로 된 지적재산권 침해 신고서를 이메일로 보내면서 '중국 내 저작권 등록증을 보내라'고만 했다. 하지만 중소업체인 A사는 제품 판매를 시작조차 하지 않는 중국에 사전 저작권을 등록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을 밝히자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더 이상 A사의 문의에 답변조차 주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사는 더 이상 짝퉁 제품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변리사 등에게 지적재산권 등록을 문의하기도 했으나, 중국법상 "이미 중국내에서 판매가 시작된 제품의 경우 저작권을 등록하더라도 판매를 막을 방법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답답한 마음에 A사는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 짝퉁 제품을 판매하는 판매자들에게 일일이 항의 메일을 보내고 법적조치를 하겠다며 판매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중국에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았으니 판매할 수 있다”는 황당한 대답이었다. 이들 판매자는 중국 뿐만 아니라 A사가 저작권 등록을 한 한국에도 해당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이들 판매자와 알리익스프레스는 A사의 항의가 계속되자 IP 등을 기반으로 한국에서만 해당 제품을 검색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이는 앞서 아이뉴스24가 보도한 <[단독] 알리의 '꿩 머리박기'…"짝퉁 근절 대신 검색어 차단"> 기사처럼 해당 제품 판매를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검색어를 차단하거나, 특정 IP에서만 해당 제품을 보이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눈속임이다.
A사는 알리익스프레스의 짝퉁 판매 탓에 자신들이 제작한 정품 타로카드의 판매 부진은 물론, 짝퉁을 구입한 경험을 가진 소비자들이 향후 자사 제품에 대한 불신을 가질까 더욱 걱정이다.
김 대표는 "우리가 만들지 않은 짝퉁을 구입했던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에 가질 불신이 더 큰 걱정"이라면서 알리익스프레스가 밝힌 짝퉁 제품 판매 근절 방침에 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소환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한국 전체 거래량 대비 가품 비중은 0.015%"라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발언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대하는 알리익스프레스 인식 수준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논란이 계속되자 100억원을 투입해 한국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색어 차단 △IP 회피 △가품 신고 미온적 대응 논란이 지속되면서 ‘짝퉁 판매’에 대한 비판을 일시적으로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대처를 내놨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가품 판매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도 업계 최저 수준"이라면서 "지금은 가품을 저가로 판매하기 때문에 이를 인지할 수 있지만, 향후 가품을 정가로 판매할 경우 소비자들이 이를 모르고 구입해 피해를 볼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국내 업체의 타로카드 짝풍 판매와 관련해 알리 측은 "해당 내용을 본사에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법인이 있지만, 실제 주요부서 관계자는 모두 중국에 근무하는 상태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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