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뉴스12]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던 초임 교사가 올해 초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잊혀질 뻔한 이 사건은 서이초 교사 사망을 계기로 세상에 알려졌는데요.
서울시교육청이 넉 달에 걸쳐 조사한 결과, 학부모의 심각한 협박과 악성 민원이 이 교사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진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이초 교사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를 촉구하는 교육청 기자회견.
한 남성이 울부짖습니다.
인터뷰: 사립초 기간제 교사 유가족 (지난 7월)
"제 딸도 그렇게 똑같이, 똑같이 죽었습니다. 교육감님 제발 말 좀 들어주세요. 우리 딸좀…."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일하던 자신의 딸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났다며, 서이초 교사의 사건처럼 엄격히 조사해달란 호소였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넉 달에 걸쳐 이 학교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고, 조사 결과를 오늘 공개했습니다.
포렌식한 교사의 휴대전화 등엔 지난해 6월 학생 4명 사이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린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한 학부모가 해당 교사에게 '경찰에 신고해 콩밥을 먹이겠다'는 취지의 협박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병원 진료기록과 주치의 등을 조사한 결과, 업무상 질병으로 생긴 우울증과 사망 간의 인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인터뷰: 박용덕 센터장 /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
"정신과 의사 상담과정에서 자기의 고통을 호소하면서 사건으로 되게 괴롭고 학부모 중에는 '경찰에 고소한다고 생난리를 치고' 이런 표현 정도가 있고요"
딸을 잃은 유족은 더이상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인터뷰: 사립초 기간제 교사 유가족
"저희도, 저희가 얼마나 딸을 사랑했는데…지금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들도, 본인을 미워하고 있다는 사람들은 자기를 싫어하고 있다는 사람들은 자기 사랑하는 사람보다 훨씬 적거든요."
교사들의 잇따른 극단 선택 이후에도,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고소 고발로 인한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
교사들을 보호할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과 함께, 악성 민원에 대한 엄정한 대응과 학부모 교육 등, 다양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BS뉴스 서진석입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