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결혼 미루는데, 더 가난해진 20대

이승훈 2023. 12. 1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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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 흑사병 때보다 심각하다." 한국의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뉴욕타임즈 칼럼의 한 대목입니다.

지난 3분기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명으로 떨어졌습니다.

한국보건사회 연구원이 시행한 결혼 의식 조사에서, 20대 청년 가운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34.7%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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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 흑사병 때보다 심각하다." 한국의 인구 감소를 우려하는 뉴욕타임즈 칼럼의 한 대목입니다. 지난 3분기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명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러다 0.6명대로 주저앉을 거라는 우려마저 큽니다.

출산율 지표도 심각하지만, 이보다 선행하는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혼인 건수'입니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고,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을 테니까요. 혼인 건수는 지난 2016년 30만 건 아래로 떨어진 뒤, 단 5년 만인 2021년 20만 건 아래로 내려갔고, 지난해에는 19만 1,000건까지 줄었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40% 넘게 감소한 수치입니다.

인구감소를 막고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우선 혼인율을 높이는 게 급선무입니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2023 한국의 사회동향>을 보면,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은 사회적 기대와는 많이 달라 보입니다.

한국보건사회 연구원이 시행한 결혼 의식 조사에서, 20대 청년 가운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34.7%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절반을 넘어 40% 선마저도 붕괴된 겁니다. 특히 20대 여성은 전체의 27.5%만 결혼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4분의 3 가까이가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젊은 청년들은 왜 결혼을 기피하는 것일까? 역시 경제적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로 32.7%가 '결혼 자금이 부족해서'라고 답했고, '출산과 양육이 부담된다'가 11.1%, '현재 직업이 불안정하다'가 10.6% 등으로 '경제적 이유'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열쇠는 '경제 문제'라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는 듯 합니다. <2023 한국의 사회통향>을 통해 같이 발표된 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청년층의 경제적 형편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습니다.
상명대학교 유경원 연구팀이 세대 간 소득과 불평등 추이를 조사해봤더니, 20대 청년 세대주의 연간 평균 소득은 2018년 3,363만 원에서 2021년 3,114만 원으로 3년 사이 7.4%나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의 소득이 22.5% 증가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여기에 더 걱정되는 건 빚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20대 이하 청년층의 부채 보유액은 2018년 2,591만 원에서 2022년 5,014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4년 사이에 무려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겁니다.

금리까지 많이 오른 상황에서 눈 앞에 대출 이자 갚아 나가기도 힘든 청년들이 앞으로 결혼을 더 꺼리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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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hun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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