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실패했다"…9058억 슈퍼스타 오타니의 결핍 자극, 다저스 '초대박' 비결이었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지난 10년을 실패했다고 하더라고요."
우승에 목마른 슈퍼스타를 자극한 말이다. 오타니 쇼헤이(29)는 LA 다저스가 지난 10년을 '실패'라 표현할 정도로 챔피언십을 향한 열망이 큰 팀이라고 판단했고, 미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액 계약에 사인했다. 오타니는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060억원) 초대형 계약에 합의하면서 우승을 향한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오타니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자신의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다저스 마크 월터 구단주,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부문 사장, 데이브 로버츠 감독 등이 함께 참석해 앞으로 10년 동안 다저스 유니폼을 입을 슈퍼스타를 환대했다.
다저스는 올겨울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적극적으로 오타니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카고 컵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LA 에인절스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5~6억 달러 선에서 형성될 것 같던 몸값은 상상 이상으로 치솟았다. 마지막까지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토론토가 오타니 모시기에 열을 올렸고, 결국 7억 달러를 써낸 다저스가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계약 발표 뒤에는 샌프란시스코도 똑같이 7억 달러를 써서 냈으나 오타니가 다저스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그래서일까. 입단식에 참석한 취재진은 '다른 구단의 구애에도 다저스를 선택한 이유'를 집요하게 물었다. 오타니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아직 스토브리그가 진행되고 있다. 다른 구단을 언급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대신 다저스를 선택한 이유만큼은 명확하게 설명해 줬다. 결국 우승이다. 오타니는 "몇몇 구단과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내가 만나 대화를 나눈 모든 팀이 좋았다. 한 팀을 선택해야 했고, 그게 다저스였다. 다저스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미팅했을 때 구단 수뇌부들이 지난 10년 동안 한 차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것을 실패로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고 싶다. 사람들이 챔피언십을 되돌아봤을 때 챔피언 팀에서 내가 핵심 멤버이고, 큰 부분을 차지했던 사람이었다고 말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대표하는 최강팀이고, 오타니에게 7억 달러를 쓸 수 있는 빅마켓이다. 오타니 외에도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클레이튼 커쇼 등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MVP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류현진, 매니 마차도, 켄리 잰슨, 잭 그레인키, 저스틴 터너 등 다저스를 거쳐 간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만 통산 21차례 달성했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11년 동안은 2021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10차례 지구 우승을 달성했다. 문제는 다음 관문이었다. 언제나 월드리시즈 우승 후보로 꼽히지만, 21세기에는 2020년 한 차례 월드시리즈 반지를 챙긴 게 전부다. 2020년은 코로나19 여파로 60경기 단축 시즌을 치른 탓에 반쪽짜리라는 평가도 있다. 다저스는 1955, 1959, 1963, 1965, 1981, 1988, 2020년까지 모두 7차례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는데, 대부분 오래 전 과거의 일이라 늘 우승에 목말라 있다. 구단 수뇌부가 오타니에게 "우리는 실패했다"고 설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타니는 다저스 못지 않게 우승에 갈증이 있는 선수다. 오타니는 2018년 시즌을 앞두고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무려 27개 구단의 어필을 받았는데, 고르고 골라 LA 에인절스를 선택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투타 겸업을 꿈꾸는 오타니에게 가장 현실성 있는 로드맵을 제시한 구단이 에인절스였다.
에인절스는 오타니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기도 했다. 오타니는 투수와 지명타자로 한 시즌을 뛰는 루틴을 만들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2018년 10경기 선발 등판 뒤 팔꿈치에 문제가 생겨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투수로는 2019년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갈수록 '현대 야구에서 투타 겸업은 역시나 무리'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아졌지만, 오타니는 포기하지 않았고 4년차였던 2021년 드디어 역사를 썼다. 타자로 155경기, 타율 0.257(537타수 138안타), 46홈런, 100타점, OPS 0.965 맹타를 휘두르고, 투수로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9승2패, 130⅓이닝, 156탈삼진,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면서 생애 첫 MVP 시즌을 보냈다. 투타 겸업이 더는 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첫해였고, 오타니는 단숨에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어린 야구 선수들의 우상이 됐다.
이후로는 투타 겸업 스타로 꾸준히 성적을 냈다. 올해는 타자로 13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4(497타수 151안타), OPS 1.066, 44홈런, 95타점, 102득점, 투수로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승5패, 132이닝, 167탈삼진,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며 생애 2번째 MVP 시즌을 보냈다.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 끝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킬 수는 없었지만, 만장일치로 MVP를 차지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오타니 개인적으로는 에인절스와 함께한 6년 동안 성공의 연속이었지만, '팀 우승'이라는 결핍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에인절스는 오타니라는 거물을 데리고 있는 6년 동안 단 한번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오타니는 이날 로스앤젤레스 지역 방송사인 '스포츠넷LA'와 별도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장 큰 목표는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직 한번도 플레이오프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경기에 뛰어보는 것 또한 내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오타니가 얼마나 가을야구에 나서고 싶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타니는 투수로는 다음 시즌부터 바로 다저스에 도움을 주기 어렵다. 오타니는 지난 9월 닐 엘라트라체 박사의 집도로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전통적인 토미존 수술을 받았는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오타니는 타자로라도 빨리 그라운드로 돌아오기 위해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른 수술법을 선택했다. 엘라트리체 박사는 당시 "건강한 인대를 보강하는 동시에 팔꿈치 생명 연장을 위해서 조직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오타니는 입단식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오자 2018년에 처음 받았던 토미존 수술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확인해줬다. 그러면서 "최근 가벼운 스윙을 시작했고, 개막일에는 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개막전에 지명타자로는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타니의 우승 의지는 독특한 계약 조건에도 드러난다. 오타니는 7억 달러 가운데 6억8000만 달러를 사후 지급받기로 했다. 계약 기간 10년 동안은 연봉 2000만 달러를 받고, 계약 종료 시점인 2034년부터 2043년까지 남은 6억8000만 달러를 분할 지급받을 예정이다. 자신의 몸값이 다저스가 전력 보강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해서였다.
구단주 월터나 프리드먼 사장이 팀을 떠날 경우 옵트아웃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까지 포함했다. 수뇌부 교체로 팀의 방향성이 바뀌면 언제든 팀을 떠나겠다는 뜻이었다.
오타니는 독특한 계약 조건과 관련해 "모두 우승이라는 같은 페이지를 바라보고 가는 팀이다. 월터 구단주와 프리드먼 사장은 이 팀을 이끄는 2명이다. 나는 이 2명과 계약했다고 생각한다. 둘 중 한 명만 없어도 통제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한다.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싶었다"며 구단과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고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
다저스는 내년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 시리즈를 치른다. 샌디에이고에서 뛰는 김하성의 활약상을 인정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서울 개막전을 추진했다. 오타니가 다저스로 향하면서 한국 야구팬들은 안방에서 한일 양국의 슈퍼스타가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나서는 장면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오타니는 "다저스에 합류할 순간을 정말 간절히 기다렸다. 다저스는 나와 같은 열망을 갖고 있었다. 우승과 관련해 역사와 비전도 있었고, 나와 가치관도 같았다. 그래서 다저스에 빨리 합류하고 싶다"며 내년부터 푸른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빌 순간을 고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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