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역대 1위 타자 온다"…SF, 이정후와 1463억 확정-7억은 기부한다[공식발표]

김민경 기자 2023. 12. 1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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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만든 이정후 이미지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 샌프란시스코 구단 SNS 대문을 한글 '자이언츠'로 바꿨다.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이정후(25)가 까다로운 신체검사를 통과하고 당당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가 됐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15일(한국시간) '외야수 이정후와 6년 계약에 합의했다'는 공식 성명문을 발표했다. 구단은 '이정후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63억원) 메이저리그 계약에 합의했다. 2027년 시즌 뒤에 옵트아웃 신청 가능 조항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야수 최고액 역사를 썼다. 종전 기록은 일본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0)가 올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한 5년 9000만 달러였다. 일본 언론은 이정후가 요시다의 금액을 뛰어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미국 언론에서는 '오버페이' 우려를 표하기도 했으나 어쨌든 최고액 타이틀은 이정후가 넘겨받게 됐다.

구단은 세부 계약 조건도 공개했다. 이정후는 계약 첫해인 2024년 연봉 700만 달러를 받고, 2025년 1600만 달러, 2026년과 2027년은 똑같이 2200만 달러를 수령한다. 옵트아웃을 신청하지 않으면 2028년과 2029년은 연봉은 2050만 달러다. 이정후는 사이닝 보너스 500만 달러도 받는다.

이정후의 계약에는 기부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구단은 '이정후는 자이언츠 커뮤니티 펀드에 자선 기부도 할 예정이다. 2024년 6만 달러, 2025년 8만 달러, 2026년과 2027년은 11만 달러, 2028년과 2029년에는 10만2500달러를 기부한다'고 설명했다. 기부금을 모두 더하면 56만5000달러(약 7억원)다.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가 계약 합의한 사실은 지난 13일 일찍이 보도됐고, 15일 메디컬 테스트만 남겨둔 상태였다. 미국 언론은 이정후의 발목 부상을 문제 삼으면서 '제2의 카를로스 코레아 사태'를 예상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12월 대형 유격수 FA 코레아와 13년 3억5000만 달러(약 4530억원) 계약에 합의했다가 취소했다. 메디컬 테스트에 합격하지 못해서였다. 코레아는 2014년 마이너리그에서 뛸 때 다리 부상이 있었는데, 이 부위 검사 결과를 두고 선수 측과 구단의 의견이 갈려 결국 계약 무산으로 이어졌다. 코레아는 뉴욕 메츠와 12년 3억15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가 또 같은 이유로 무산됐고, 결국 미네소타 트윈스와 6년 2억 달러에 합의하면서 계약을 마무리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매체 '샌프란시스코 클로니클'은 이정후도 최근 발목 부상 이슈가 있었기에 신체검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체는 14일 '이정후는 이번 시즌 후반기 대부분을 발목 부상으로 날렸고, 마지막에 돌아와 대타로 한 타석에 들어섰다. 샌프란시스코가 FA 최대어 애런 저지를 영입하지 못한 이후 가장 최근 플랜B가 유격수 코레아였기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어 '코레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신체검사를 받았을 때 과거 발목 골절이 잠재적 문제로 분류되면서 계약에 문제가 생겼다. 덕분에 우리는 공식 발표 전까지는 어떤 것도 확신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게다가 이정후는 기동성이 중요한 리드오프 유형'이라고 덧붙였다.

▲ 이정후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우려를 딛고 이정후는 건강히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게 됐다. 구단은 16일 홈구장인 오라클파크에서 이정후의 입단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이정후는 입단식에서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처음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인사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일단 구단 SNS에 이정후 관련 게시물을 잔뜩 올려 축하했다. 이정후 계약 확정 사진과 함께 '이정후 선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온 걸 환영합니다'라고 한국어로 환영 인사를 남겼다. 구단 페이지 배경도 한국어로 '자이언츠'라고 크게 적어 바꿔 걸었다.

계약 발표 성명문에서 이정후 소개 내용을 살펴보면 구단의 애정이 듬뿍 담긴 걸 확인할 수 있다. 구단은 '이정후는 KBO 골든글러브를 5차례(2018~2022년) 수상했고, KBO 신인상(2017년)을 받았다. 마지막 풀타임 시즌인 2022년에는 MVP를 차지했다. 2022년 MVP 시즌에는 타율 0.349, 85득점, 2루타 36개, 3루타 10개, 홈런 23개, 113타점, OPS 0.996을 기록했다. 142경기에서 627타석에 들어서면서 삼진은 단 32번밖에 당하지 않았다. 타율과 안타(193개), 타점, 3루타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또한 2021년은 타율(0.360), 2020년은 2루타(49개), 2019년은 3루타(10개) 부문에서 리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어필했다.

이어 '이정후는 KBO 넥센과 키움(2017~2023년)에서 통산 884경기에 나서 타율 0.340, 581득점, 2루타 244개, 3루타 43개, 65홈런, 515타점, 69도루, OPS 0.898을 기록했다. 이정후의 통산 타율은 KBO 역대 30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가운데 1위'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이정후 ⓒ곽혜미 기자
▲ 이정후 ⓒ곽혜미 기자

미국 언론은 아시아 야수 최고액을 찍은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얼마나 빨리 안착할 수 있을지 여러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수적인 미국 언론 특성상 '오버페이'라는 시선이 조금 더 많긴 하다. 지금은 성공 사례로 꼽히는 김하성(28,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2021년 데뷔 시즌에는 타율 0.202(267타수 54안타)로 부진했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올해도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을 기록했다. 이정후도 비슷한 시련을 겪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의 2020년과 이정후의 건강했던 2022년 시즌 KBO리그 타격 성적을 비교해 근거로 삼았다. 김하성은 평균 타구 속도는 90.1마일(145㎞), 발사각은 13도, 시속 95마일(152.8㎞) 이상 타구 비중은 50.4%, 타구 최고 속도는 108.9마일(175㎞)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평균 타구 속도 88.7마일(142.7㎞), 발사각 12.3도, 시속 95마일 이상 타구 비중은 37.7%, 타구 최고 속도는 107마일(172㎞)이었다.

디애슬레틱은 '이정후의 트랙맨 타구 속도 데이터는 한국에서도 평균 이하였는데, 심지어 또래들과 비교해도 그랬다. KBO에서 이정후는 김하성의 최고 타구 속도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지난해 메이저리그 규정타석에 든 선수 가운데 김하성보다 파워가 떨어지는 선수는 단 5명뿐이었다. 이정후는 또한 하드히트(타구 속도 95마일 초과)도 김하성보다 적었다'며 우려를 표현했다.

CBS스포츠는 '메이저리그 적응 여부는 이정후와 김하성을 비롯해 KBO리그에서 빅리그로 넘어오는 모든 타자들이 받는 질문이다. KBO는 세계 3위 리그이지만, 빅리그와 NPB보다 구위가 떨어진다. 이정후는 수준급 공격 능력을 갖췄는데, 특히 콘택트가 빼어나다. CBS스포츠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정후는 지난 시즌 스윙해서 배트에 맞힌 타구가 91%였는데, 그중 97%가 직구 상대 스윙이었다. 스트라이크존을 잘 설정하는 타자다. 다만 파워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스'는 이정후의 앞으로 6년을 예상하면서 샌프란시스코가 적정가에 잘 계약한 것으로 바라봤다. 팬그래프스는 ZiPS(SZymborski Projection System, 댄 짐보스키가 고안한 야구 예측 시스템)를 활용해 이정후의 예상 성적을 내놨다. 2024년부터 2029년까지 6년 예상치를 공개했는데, 2024년과 2025년 모두 타율 0.288로 가장 높고, 이후 2026년 0.287, 2027년 0.281, 2028년 0.282, 2029년 0.281로 하락세를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해마다 홈런은 8~9개, 타점은 60개 수준으로 바라봤다.

타율 0.288는 KBO리그를 기준으로 삼으면 실망할 수 있는 수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부문 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성적이다. 올 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0.288는 빅리그 전체 14위에 해당한다. 올해 빅리그에서 3할 타자는 9명뿐이기도 했다. 한국보다는 3할타자가 훨씬 귀하다. 이정후가 타격으로 빅리그 상위 15명 안에는 들면서 첫 시즌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다.

팬그래프스는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오버페이를 한 게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팬그래프스는 '거액 계약을 한 선수답게 이정후는 스카우팅과 데이터를 기반으로한 예측 모두 상당히 강력했다. ZiPS 예상 수치는 주전 중견수 중에서도 평균을 뛰어넘는다. 이 정도 수준이면 ZiPS는 6년 1억3200만 달러 계약을 권장할 것'이라며 적정했다고 봤다.

▲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 ⓒ 폭스스포츠

이어 '이정후는 6년 계약에서 4년 뒤 29살일 때 옵트아웃을 신청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했다. 그가 계약 마지막 2시즌 연봉 1900만 달러보다 더 벌 수 있다는 판단이 들 정도로 잘한다면, 그는 옵트아웃을 신청해 돈을 더 벌어들일 수 있다. ZiPS는 1억1300만 달러 계약에서 4년 뒤 옵트아웃 신청 조항이 포함돼 6년 1억3400만 달러 계약과 가치가 같다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팬그래프스는 또 '이정후의 무기는 배트 컨트롤 능력이다. 보고 치는 능력이 좋고, 그라운드 전역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다. 손과 눈을 모두 잘 써서 교묘하게 배럴 타구로 조작하는 능력도 있다. 그의 스윙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지고, 보기에도 즐겁다'며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뛸 날이 기다려지게 했다.

다만 '투수들이 시속 91마일짜리를 던지는 리그에서 95마일짜리를 던지는 리그로 넘어올 때 약간의 위험이 있다. 이정후가 2023년 시즌 내내 지켜본 시속 94마일을 웃도는 공이 100구 미만이었다. 이정후는 지난 2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93마일 이상) 이상인 직구를 단 154구밖에 보지 못했다. 이정후는 이때 타율 0.268, 출루율 0.348, 장타율 0.415를 기록했다. 때문에 이정후가 빅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기까지는 약간 시간이 걸리긴 할 것'이라고 했다.

벌써 이정후를 향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내년 3월 빅리그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 이정후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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