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번의 죽음이 깨우치는 삶의 소중함…'이재, 곧 죽습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은 그가 미리 아는 죽음이다.'
15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는 고대 그리스 시인 바킬리데스의 글을 인용하면서 이야기의 서문을 연다.
이 작품은 주인공 최이재(서인국 분)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죽음에 이른 벌로 죽음(박소담)이 내린 심판에 의해 처벌받는다는 내용이다.
죽음이 내린 벌은 죽음을 앞둔 열두 명의 몸 안에 들어가 열두 번의 죽음을 경험하라는 것. 다만 다가오는 죽음을 피하면 그 몸으로 남은 수명을 누리며 살 수 있다는 조건이 딸려 있다.
이미 한번 목숨을 끊었던 최이재이지만, 새로운 몸으로 깨어날 때마다 죽음을 향한 두려움에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러나 번번이 죽음을 피했다는 안도감을 느낄 때쯤 어김없이 예정된 운명처럼 죽음이 다가온다.
첫 번째 몸은 대기업 태강그룹 후계자 박진태. 난기류로 심하게 흔들리는 비행기에서 박진태의 몸으로 눈을 뜬 최이재는 죽음(박소담)이 설명한 대로 곧장 죽게 되는 줄 알고 두려움에 몸부림친다.
곧이어 난기류를 지나 비행기가 안정을 되찾자 최이재는 자신이 누구의 몸으로 깨어났는지 돌아본다. 태강그룹 후계자로 살게 된다는 생각에 기뻐하는 순간, 비행기 엔진에 불이 붙어 결국 죽고 만다.
이후로도 최이재는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 학교폭력 피해 고등학생, 폭력조직 소속 암살자, 격투기 선수 지망생 등의 몸으로 깨어나 죽을 위기를 넘기는 듯 하다가 끝내 죽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삶과 죽음을 오가는 비현실적 설정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오락적인 재미를 준다. 8부작의 분량 안에 열두 명의 죽음을 다루는 만큼 빠르게 이야기가 진행돼 지루할 틈을 두지 않았다.
특히 최이재가 폭력조직 암살자와 격투기 선수 지망생으로 깨어나는 부분에선 속도감과 타격감이 돋보이는 액션 장면이 펼쳐진다.
죽음과 최이재가 나누는 흥미로운 대화나 시각특수효과(VFX)를 이용한 지옥의 묘사, 권총으로 최이재를 쏴 이승에 보내는 연출 등 다른 볼거리도 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열두명의 특별출연 배우들이 최이재를 연기하는 것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최시원과 성훈, 장승조, 이재욱 등 쟁쟁한 배우들이 최이재에게 몸을 내주는 인물로 등장한다.
원작 웹툰인 '이제 곧 죽습니다'의 독자라면 원작과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고 만화 속 장면을 OTT 드라마가 어떻게 구현해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작품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강한 오락성이 '이재, 곧 죽습니다'의 전부는 아니다.
초반부에 다뤄지는 최이재의 이야기나 이후 다뤄지는 죽음들은 개인에게 또는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최이재는 대학 졸업 전 태강그룹 신입사원 입사 최종 면접까지 올라가며 꿈에 부푼 청년이었는데, 면접을 망친 결과 학자금대출 빚에 시달리며 7년 동안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는 취업준비생이 된다.
최이재를 응원하던 여자친구는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 같고, 설상가상으로 월세를 내지 못해 옥탑방에서 쫓겨난다. 이에 최이재는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죽음은 내 고통을 끝낼 도구에 불과하다"고 독백한다.
이후 최이재는 거듭되는 죽음 속에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데도 그들의 아픔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음을 차츰 깨닫는다. 죽음은 최이재에게 "너의 잘못이 뭔지 스스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 같은 주제 의식은 앞으로 공개될 후반부에서 최이재가 어떻게 성장하고 달라질 것인지, 최이재가 죽음을 피하고 삶을 이어갈 수 있을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좋은 오락성과 생각할 거리를 담긴 했지만, 이야기의 성격상 자살과 살인 등 폭력적인 요소가 자주 등장하는 점은 시청 전에 염두에 둬야 할 지점이다.
8부작인 '이재, 곧 죽습니다'는 이날 정오에 파트1(1∼4회)이 공개됐으며, 내년 1월 5일에 파트2(5∼8회)가 공개될 예정이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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