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아’와 ‘따아’의 전쟁[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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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의 한가운데 있으니 '얼죽아'가 아닌 한 '아아'를 마실 일은 없다.
그런데 '아아'의 반대말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가리키는 '뜨아'와 따뜻한 그것을 가리키는 '따아'가 경쟁하고 있다.
사전을 보면 '따뜻하다'는 '덥지 않을 정도로 온도가 알맞게 높다'로 정의되고 '뜨겁다'는 '손이나 몸에 상당한 자극을 느낄 정도로 온도가 높다'로 정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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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설한의 한가운데 있으니 ‘얼죽아’가 아닌 한 ‘아아’를 마실 일은 없다. 그런데 ‘아아’의 반대말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가리키는 ‘뜨아’와 따뜻한 그것을 가리키는 ‘따아’가 경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뜨아’가 더 많이 쓰이지만 ‘따아’도 만만치 않다. 커피는 뜨거워야 하는가, 아니면 차가워야 하는가. ‘뜨겁다’와 ‘따뜻하다’는 물리적으로 어떻게 정의되는가?
액체의 온도를 표현하는 말은 ‘차다-미지근하다-따뜻하다-뜨겁다’의 단계를 설정할 수 있다. 이 단계는 물리적 온도가 아닌 사람의 느낌에 기댄 것이니 그 기준을 사람의 체온인 36도 정도에 두는 것이 좋겠다. 따라서 미지근함과 따뜻함의 경계는 이 체온이 될 수 있다. 따뜻함과 뜨거움의 경계는 모호하지만 피부에 화상을 입히는 온도가 경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70도 이상의 물은 1초만 피부에 닿아도 따가우니 이 어름이 경계가 될 것이다.
사전을 보면 ‘따뜻하다’는 ‘덥지 않을 정도로 온도가 알맞게 높다’로 정의되고 ‘뜨겁다’는 ‘손이나 몸에 상당한 자극을 느낄 정도로 온도가 높다’로 정의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심한 자극에 쾌감을 느끼는 이들이 아니라면 ‘뜨아’를 마실 이유가 없다. 뜨거운 액체는 입안은 물론 식도까지 상하게 할 수 있으니 의사들도 너무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것을 말린다.
커피가 아닌 사람이라면 ‘뜨거운 사람’과 ‘따뜻한 사람’ 중 어느 편이 좋을까? 젊은 시절 불꽃 같은 사랑을 하고 싶은 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따뜻한 사람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따뜻하다’의 두 번째 뜻은 ‘감정, 태도, 분위기 따위가 정답고 포근하다’이니 더더욱 그렇다. 뜨거움은 곧 식어서 따뜻함이 되고 따뜻함은 꽤나 오래 지속된다. 커피나 차는 따뜻해야 천천히 오래 머금어 맛과 향을 느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 물리와 느낌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따아’가 승리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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