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득점왕 주민규'에 가려진 토종 골잡이의 침묵…내국인 득점 10년새 최저치, 가벼이 볼 게 아니다

윤진만 2023. 12. 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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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대장정의 막을 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에선 총 567골이 터져 축구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올시즌 득점은 590골을 기록한 2022시즌 대비 23골 줄었다. 큰 폭의 변화는 아니지만,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토종 선수들의 줄어든 득점 수치다.

2023시즌, 득점왕 주민규(울산)를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전체 567골 중 346골을 넣었다. 346골은 2013년 출발한 스플릿시스템 하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K리그를 축소 운영한 2020시즌을 제외하면 그렇다. 전체 득점 대비 내국인 득점을 비율로 따져봤다. 올해는 약 61%다. 5골 중 3골 정도를 한국 선수들이 넣은 셈이다. 내국인 득점 비율은 2013년부터 작년까지 70.0%(474/677), 74.8%(379/507), 71.6%(379/507), 68.4%(423/618), 62.1%(389/626), 60.8%(377/620), 64.8%(384/593), 60.9%(259/425), 67.2%(379/564), 69.7%(411/590)였다. 올해보다 내국인 득점 비율이 낮은 시즌은 2018시즌(60.8%)과 2020시즌(60.9%), 두 시즌 뿐이지만 별 차이가 없다. 도리어 내국인 득점 비율이 가장 높았던 2014시즌(74.8%)과 비교하면 13% 이상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두 시즌에 비해서도 각각 6.1%와 8.6%가 빠졌다.

◇2013년 이후 K리그 시즌별 총 득점, 내·외국인 득점 그래프. 올해 내국인 득점은 2020년을 제외할 때 지난 10년 중 가장 적었다.
◇2013년 이후 K리그 시즌별 총 두자릿수 득점자, 내·외국인 두자릿수 득점자 그래프. 올해 10골 이상을 넣은 한국 선수는 달랑 3명이다.

외국인 선수들의 득점이 작년 179골에서 올해 221골로 32골 상승한 반면, 내국인 선수 득점은 전년 대비 65골 줄었다. 외국인 득점의 상승폭보다 내국인 득점의 하락폭이 더 크단 뜻이다. 두자릿수 득점자 현황을 보면, 올해 토종 선수 중 10골 이상을 넣은 건 주민규(17골) 나상호(서울·12골) 이승우(수원FC·10골) 등 3명 뿐이다. 2020시즌을 제외할 때, 지난 10년 중 2018시즌과 더불어 가장 적은 숫자다. 작년엔 주민규 조규성(당시 전북) 오현규(당시 수원) 포함 올해 2배가 넘는 8명이었다. 지난 2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한 내국인은 주민규와 이승우, 3시즌 이상은 주민규 한 명이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시즌 연속 두자릿수 골을 넣은 이동국을 비롯해 김신욱 박주영 정조국 양동현 황의조와 같은 정통파 스트라이커를 대신할 골잡이들이 최근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대다수 구단이 최전방 자원으로 외국인 선수들을 선호해 젊은 국내파 스트라이커가 쉽게 등장할 수 없는 구조인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면 다음시즌엔 내국인 득점 비율이 더 떨어진다 한들 이상할 게 없다.

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2023 K리그 어워즈'가 열렸다. K리그1 최다도움상 수상한 포항 백성동.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12.04/

2023시즌만 돌아볼 때 내국인들의 득점 침묵 현상은 비단 마무리 작업을 한 공격수들의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플레이메이커도 없었다. 포항 백성동은 9월30일 울산전 이후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고도 도움왕을 차지했다. 8월20일 대전전에서 작성한 8번째 어시스트가 놀랍게도 올시즌 최다 어시스트였다. 역대 K리그에서 한자릿수 도움왕은 이근호 이청용 등 7명이 나란히 6개 도움을 기록한 2006년 이후 17년만이다. 작년엔 이기제(수원) 김대원(강원) 신진호(당시 포항) 등 3명이 두자릿수 도움을 기록했다. 프로축구연맹은 2016년 순위 산정 방식으로 득실차보다 다득점을 우선하고 있다. 제도 도입 후 반짝 효과가 있었지만, 2018년 이후 5시즌째 총 득점이 600골대로 재진입하지 못한 것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올해 K리그 경기당 평균 득점은 2.48골, 2022~2023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는 2.85골이었다.

일각에선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이 '뽑는 선수만 뽑는다, 국내파를 소홀히 다룬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주민규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냉정히 올해 K리그에서 대표팀에 뽑힐만한 공격수 혹은 윙어가 있었을까. 스탯은 아니라고 말한다. 수비수, 미드필더와 달리 공격수, 윙어는 스탯이 많은 걸 말해준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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