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도 죽었다” 기간제교사 父 절규 이유 있었다 ···"학부모 악성 민원 사실"

주말·밤에도 학부모민원 일일이 응대
학폭 사안 다루며 우울증 진단 받아
유가족, 해당 학부모 형사 고발 검토

24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교직 3단체가 긴급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중 사립학교에 재직하던 딸이 서이초 사건과 똑같이 교권 침해 피해로 6개월 전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유족이 조 교육감에게 교권 침해 피해사례 조사를 전국 전수조사로 확대 실시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서울경제]

서울시교육청이 한 사립초등학교 기간제 교사가 올해 1월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조사한 결과,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협박, 폭언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교사는 지난 7월 서울시교육청 기자회견 도중 딸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해달라며 절규했던 남성의 딸이다. 유족은 해당 학부모에 대한 형사고발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는 1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유가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의 고인의 사망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고인 오모 씨는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서울 종로구 상명대사범대부속초등학교의 기간제 담임 교사로 근무했으며, 올해 1월 15일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해당 사건은 고인의 아버지가 지난 7월 24일 서이초 교사 사망 관련 서울시교육청 기자회견 자리에서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알려졌다. 그는 고인이 평소 과도한 업무에 시달린 데다,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의 폭언 등을 감내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는 고인의 사망에 대한 자체 감사에 나섰고, 이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유가족 면담과 고인의 진료 및 상담 기록 조사, 학부모 면담, 업무수첩 메모 확보, 두차례 상명대부속초 감사 등으로 이뤄졌다. 고인의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기기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 학부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통화 내역도 확보했다.

조사 결과 고인은 기간제 교사로 재직하던 중 잦은 초과근무에 시달렸다. 담임 업무까지 맡아 주말과 퇴근 후 밤시간에도 학부모들의 요구와 민원을 개인 휴대전화로 직접 받으며 일일이 응대해야 했다. 상명대부속초교는 담임 교사들의 휴대전화 개인 연락처가 학부모들에게 공개된 상태였다.

지난해 6월에는 학생들 간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해 관련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게 됐고 이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고인은 당시 학생들의 갈등 상황을 재연하는 동영상을 촬영해 학부모들에게 보내주기까지 했다. 한 학생의 아버지는 고인을 향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인은 이러한 민원, 협박에 시달리면서 자책감과 억울함, 무력감 등을 겪었으며 결국 정신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병원 측은 '고인의 사망은 병적 행동으로 인한 것으로, 질병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인은 사망 직전까지 우울증 치료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팀은 "학부모의 과도한 항의와 협박성 발언으로 고인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은 사실로 인정된다"며 "그로 인해 두려움, 무력감, 죄책감, 좌절감 등의 부정적 정신감정 상태에서 우울증 진단과 치료를 받다가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와 관리자들의 법령 위반 사실을 확인하지는 못했으며, 교직원 근무시간을 부적절하게 운영한 사실에 대해서는 시정을 요구했다.

유족 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이며 폭언, 협박을 한 학부모에 대해서는 형사 고발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신중섭 기자 jseo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