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택시 인명 사고 내자 직원 900명 해고됐다
자율주행 분야 선두 업체로 분류되는 GM 크루즈가 전체 직원의 24%인 900명을 해고한다고 14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 대규모 인력 감축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크루즈 로보 택시가 보행자를 덮쳐 인명 사고를 낸 데 대한 후속 조치다. 크루즈는 이 일로 카일 보그트 CEO를 교체하고 CCO와 법률 책임자 등 핵심 임원 9명을 해고했다.
크루즈는 한 때 GM 미래차의 핵심 경쟁력으로 분류되며 자원이 집중 투입됐지만 최근 분위기가 한 풀 꺾였다. 일부 주주들은 비용은 늘어나는 데 성과는 없는 상황에 비판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GM은 지난해 크루즈에 분기당 7360억원을 지출했다. 그러나 지난달 사고 등으로 미 캘리포니아 자동차국은 크루즈 로보 택시에 대한 운행 중단을 결정한 상태다.
이는 GM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 때 자율주행이란 말만 붙으면 투자가 몰렸지만, 지난해 포드와 폴크스바겐이 합작한 자율주행 업체 아르고 AI가 문을 닫은 후 기술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강해지고 있다. 자율주행차로 기획된 애플카의 출시는 계속해 연기되고 있고, 현대차도 자율주행 3단계 적용을 지난해부터 계획해 왔지만 탑재는 계속해 미루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 장치인 오토 파일럿 결함을 문제 삼아 203만대의 리콜 조치를 명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테슬라 측은 OTA(무선업데이트)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배포해 고치면 되는 문제라고 얘기하지만, 이는 미 당국이 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NHTSA는 주로 엔진이나 브레이크 등 물리적 결함을 문제 삼아 왔는데, 이번을 계기로 소프트웨어 결함 등으로 시야를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자율주행 업체들에 대한 최근 평가에도 반영돼 있다. 한 때 350조원 가치로 인정받던 구글 웨이모의 최근 평가는 50조원 수준(피치북)이었고, 모빌아이는 인텔이 당초 밝혔던 기업가치 5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340억 달러의 시가총액에 머물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아마존이 투자한 오로라는 상장 당시 17달러대였던 주가가 3달러 대에 거래되고 있다. 자율주행 전문가인 게리 마커스 뉴욕대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 기술은 딥러닝(기계학습)을 통해 AI를 학습시키는 것에 기반하는 데 이는 일종의 암기”라며 “유사한 상황이 충분히 학습될 때 효과가 있지만 3차선을 가로지르는 차량, 사슴, 독수리, 드론의 출연처럼 도로에서 일어날 수 있는 특이 상황은 무한대에 가까워 실제 구현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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