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극단 선택' 조사하니…"콩밥 먹인다" 학부모 폭언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지난 1월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가 학부모의 협박성 발언을 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15일 A 기간제 교사 사망사건의 민원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A교사의 유가족은 지난 7월 사망원인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산하 공익제보센터에 민원을 이첩했다. 공익제보센터는 유가족·학부모 면담 등을 통해 감사를 실시했다.

유가족은 "망인이 초등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재직하면서 담임업무 과중과 학교폭력 관련 학부모들의 항의성 민원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이 발병해 사망에 이르렀다"며 진상규명과 기간제 교사의 명예회복을 요구했다.

특히 A교사는 지난해 6월 담임으로 있던 학급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해 학부모로부터 "경찰에 신고하겠다", "콩밥을 먹이겠다", "다시는 교단에 못 서게 하겠다" 등의 폭언을 듣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고통을 호소했다고 유가족이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에 따르면 A교사는 지난해 6월 발생한 학교폭력 건으로 학부모들로부터 문의와 항의를 받고, 당시 상황을 재연한 동영상을 촬영했다. 학부모에게 아이들의 갈등 경위를 정확히 알리기 위해서다. 촬영한 동영상은 학부모에게 전달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한 학생의 아버지가 망인을 향해 '경찰에 신고하겠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양측을 중재하는 입장에 있었던 망인은 학부모로부터 비난과 항의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자책, 억울함 등 심각한 스트레스로 괴로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학부모의 과도한 항의와 협박성 발언으로 망인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은 사실로 인정되고 그로 인해 두려움, 무력감, 죄책감, 좌절감 등의 부정적인 정신감정 상태에서 우울증 진단과 치료를 받다가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유가족은 학부모의 폭언성 항의에 대해 형사 고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