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죽음의 바다', 장점도 단점도 분명한 마지막 출정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2023. 12. 15. 10: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즈 ize 정수진(칼럼니스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드디어 마지막이다. '명량'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한다. 한국 역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한 '명량'으로 시작해 10년간에 걸친 시리즈의 마무리로 무척 안정적이지만, 마지막인 만큼 아쉬움도 진하게 남는다. 장점이 명확하지만, 단점도 확연한 마지막이다.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는 임진왜란이 시작된 지 7년이 지난 1598년 12월, 왜군 수장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철군 명령을 내리고 죽음을 맞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는 전쟁의 시작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필요로 했던 '한산'이나 열두 척의 배만 남았던 절체절명의 '명량'의 상황과는 확연히 다른 판도이다. 왜군은 갑작스러운 수장의 죽음으로 퇴각을 원하면서도 본국에서 쟁취해야 할 것들을 고뇌하고, 조선과 '조명연합함대'를 꾸린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정재영) 또한 다 끝난 전쟁에서 피해를 볼 생각이 없기에 왜군의 뇌물을 받으며 퇴로를 열어줄 결심을 한다. 심지어 조선 내부에서도 전쟁 이후를 생각하는 시점. 그러나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김윤석)만은 이 전쟁을 이렇게 끝낼 생각이 없다. 

'노량'은 이순신 및 조선이 처한 위기의 상황을 전반에 그려낸 뒤 이후 본격적인 해전을 다루는 전작들과 흡사한 구조다. 다만 '노량'의 경우 왜군이 퇴각을 결심하여 이미 끝난 전쟁이라는 심리가 팽배한 상황에서 조선, 왜(일본), 명나라 삼국이 처한 각기 다른 상황과 미묘한 알력 다툼을 그려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모두가 끝난 전쟁을 말하는 때에 끝까지 항전하여 적들을 섬멸하려는 이순신의 고뇌 및 전쟁이 남긴 상흔과 의미를 곱씹어보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빌드업'이지만, 이 과정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어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전반부의 빌드업을 지나면 장장 100분 동안 해전 장면이 그려진다. 조선과 명나라, 왜나라까지 1000여 척이 참전해 처절하게 벌이는 야간 전투 장면은 박진감이 넘친다. '한산'과 마찬가지로 VFX(특수효과) 기술로 물 한 방울 없는 세트장에서 만들어낸 바다와 실제 판옥선 크기로 재현해 만든 배들은 전투 장면의 사실감을 높이고, 삼국의 병사들이 직접 뒤엉켜 싸우는 대규모 백병전 장면은 전쟁의 참혹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롱테이크로 조선군과 왜군, 명나라군, 그리고 장수들을 거쳐 이순신 장군으로 옮겨가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 

전 국민이 다 아는 이순신의 죽음은 예상보다 담백하게 그려진다. 마지막 순간까지 병사들을 독려하고자 북을 두들기는 장군의 모습은 무척 담대하고 비장하지만, 막상 "내가 죽었다는 말을 내지 마라"라며 당부하는 마지막 모습은 전투 뒤로 미루는 데다 그 어떤 비장미 없이 담담하게 표현한다. 오히려 깜짝 특별출연이 등장하는 쿠키 영상의 비장미를 이순신의 마지막에 조금 더 부려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 '국뽕'이 넘실거리던 '명량'만큼은 아니지만, 후반부 과잉된 감정의 고양을 덜어냈자면 관객들에게 더 큰 여운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마지막 이순신 장군으로 나선 김윤석 및 배우들의 호연은 시리즈의 마지막에 단단히 한 몫 한다. '명량'의 이순신(최민식)이 피를 토하듯 절절한 심정을 유감없이 드러내던 핏빛 장군이었다면, '한산'의 이순신(박해일)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깊은 물과 같은 모습으로 분해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노량'의 이순신은 그 모두를 아우른 듯한 느낌이다. 전쟁으로 어머니와 셋째 아들 면(여진구)을 잃고, 어영담(안성기)과 이억기(공명), 정운(김재영) 등 전쟁으로 떠나보낸 수많은 동료 장수들을 전투 중 환상처럼 떠올릴 만큼 인간적인 모습이면서도 적을 완전히 섬멸할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의연한 장수의 모습을 깊이 있게 표현한다. 모든 것을 품은 채 생명과 죽음을 틔우는 흙과 같은 장군이다. 맹장(猛將)과 지장(智將)에 이은 현장(賢將) 이순신을 김윤석이 잘 그려낸다. 다만 많은 인물과 담고자 하는 메시지에 치어, 세 명의 이순신 중 가장 특색이 덜 드러내는 감이 있다. 

명나라 도독 진린과 부도독 등자룡(허준호), 왜군 명장 시마즈 요시히로(백윤식), 고니시 유키나가(이무생), 고니시의 수하 아리마(이규형), 조선 수군 장수 이운룡(박훈)과 송희립(최덕문) 등 눈에 띄는 배우들도 많다. 특히 시마즈를 연기한 백윤식은 전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압도적인 왜군 지휘관의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등장하는 장면 자체에서 표출되는 아우라가 '역시 노장 백윤식'이란 감탄을 자아낸다. '한산'에서도 이운룡으로 등장해 스승 어영담과 훈훈한 케미를 선보였던 박훈은 '서울의 봄'에서 분노를 자아냈던 반란군으로 열연했던지라 관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길 듯. 

러닝타임은 153분이지만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진 않는다. 전술보다는 드라마에 집중한 모양새지만, 성웅 이순신의 마지막을 그려내는데 적합한 선택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쿠키 영상이 있는데, 이 쿠키 영상에 대한 호불호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세 관람가, 12월 20일 개봉.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