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말뿐인 상생금융…4대 시중은행, 전세사기 피해자 대출 건수 ‘4건’[머니뭐니]
4대 시중은행 실제 대출잔액은 4억원도 안 돼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빌라왕’ 등 대규모 전세사기가 속출한 지난 4월, 4대 시중은행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수천억원대 저리 대출지원을 약속했지만 실제 이뤄진 건수는 거의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이들은 거의 1만여명에 이르렀음에도 은행의 지원프로그램을 이용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은행들이 현안에 맞춰 ‘땜질식’으로 내놓는 상생금융안이 공허하게 끝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올 11월 20일까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당국의 대출규제 완화에 따라 은행 자체 프로그램으로 지원한 전세사기 피해자 구입자금 대출 건수는 4건에 그쳤다. 그나마 4건의 대출에 나간 재원도 2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경매를 진행중인 주거지 구입을 희망할 경우 지원하는 경매 낙찰자금(경락자금) 대출이 이뤄진 사례는 겨우 1건이었다. 이 경우 신규취급액이 1억8000만원이었으며, 잔액은 1억1000만원에 해당했다.
4대 은행은 지난 4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각각 수천억원대 대출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선제적으로 나선 우리은행이 먼저 미추홀구 등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53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대환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세대당 최대 1억5000만원씩 총 15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며, 주택구입자금대출과 경락자금대출도 각각 2300억원과 1500억원씩 약속했다.
당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융당국에 피해자의 적극적인 지원을 위해 LTV와 DSR 등을 한시적으로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를 적용한 전세사기 특별법에 따라 피해자들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은 한도 4억원 이내에서 DSR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LTV는 일반 주담대의 경우 60~70%에서 80%(비규제 지역)로 완화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하나 상생 주거지원 프로그램’을 내걸고 전세 피해 확인서를 발급한 가구에게 세대당 2억원 한도로 5000억원 규모의 대출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1년간 이자 전액과 인지세, 채권할인료,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면제하는 혜택도 부여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도 전세자금대출 구입자금대출 등을 실행 후 금리를 경감해주겠다고 했다.
이같은 상생안에도 불구하고 실제 진행 현황이 저조한 데 대해 당국은 결국 정책대출이 시중은행의 지원 프로그램보다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락대출의 경우 피해자 입증이 되고 본인이 낙찰을 받아야 가능한데 최근 다세대주택에 낙찰을 받아 들어가려고 하는 피해자가 별로 없는 걸로 안다”며 “또 전세자금대출은 정책자금이 더 유리해서 정책자금 쪽으로 많이 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이 상생 방안을 ‘보여주기’식으로 발표하고, 적극적인 홍보는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로 419명이 추가 인정돼 총 피해자는 9786명으로 늘었다. 전세사기 피해자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책대출에만 피해자를 떠넘기는 건 은행권이 내세운 상생방안의 방향성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은행의 대출지원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들 입장에서 저리의 대출 지원책이 당장 닥친 위기를 모면하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떼인 돈을 돌려받는 것이 시급한 입장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낙찰 받으란 의미여서 아쉽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금공과 같은 정책대출기관이 조건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건수가 많지 않은 것”이라며 “전세사기는 계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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