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다저스, 지난 10년을 실패로 여겨…이에 계약 결심"
"계약 발표 전날 밤 결정…마음에 따라 움직였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일원이 된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29)는 지난 10년 동안의 성적을 '실패'라고 단정 지은 다저스 수뇌부의 발언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구단 경영진은 지난 10년을 실패로 여긴다고 하더라. 다저스 관계자들에게 이기고 싶다는 의지를 느꼈고, 이에 계약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다저스는 지난 10년 동안 놀랄 만한 성적을 거뒀다.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뒀고,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2022년과 올해에도 다시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아울러 2019년과 2021년, 올해엔 각각 역대 구단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오타니의 마음마저 움직였다.
오타니는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마크 월터 구단주,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이 퇴진할 시 계약을 중도에 파기할 수 있는 옵트 아웃 조항까지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이 교체돼 '승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구단의 방향성이 틀어지면 곧바로 작별하겠다는 의미다.
오타니는 관련 내용에 관해 "우리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 내용이 무너지면 우리의 계약도 무너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타니는 다저스의 상징인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행사장에 들어왔다.
월터 구단 회장, 프리드먼 사장, 데이브 로버츠 감독 등 구단 관계자들의 축하를 받은 오타니는 등번호 17번이 새겨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었다.
단상에 선 오타니는 "빅리거로 뛸 기회를 준 (전 소속팀)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구단에 감사하다"라고 입을 연 뒤 "명확한 승리를 목표로 하고 깊은 역사를 가진 다저스의 일원이 돼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통해 계약 과정 등에 관해 소개했다.
오타니는 다저스와 계약 결정 시기와 이유에 관해 "계약을 발표하기 전날 밤 결심했다"라며 "몇몇 구단의 제의를 받았지만 '예스'라고 답할 수 있는 구단은 하나밖에 없었다. 다저스에서 뛰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그 마음에 따라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지 기자는 오타니가 지난 9월에 받았던 수술을 '토미 존 서저리'(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이유와 실제로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지에 관해서도 물었다.
오타니는 이에 "수술 발표 단계에선 어떤 수술을 할지 결정하지 않았다"라며 "수술 방법은 (첫 번째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았을 때와) 다른데, 이는 의료진이 잘 알 것 같다"라며 웃어넘겼다.
오타니는 몸값 대부분을 10년 후부터 수령하게 된 배경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오타니는 지난 10일 다저스와 계약기간 10년, 총액 7억 달러에 초대형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다.
이는 전 세계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다.
다만 오타니는 몸값의 97%에 해당하는 6억8천만 달러를 2034년부터 2043년까지 수령하기로 했다.
다저스의 연봉 상한제, 부유세 지출 등 각종 문제를 고려해 통 큰 결정을 한 것이다. 일각에선 절세 효과를 노린 결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관해 오타니는 "대형 계약엔 늘 붙을 수 있는 조건"이라며 "내가 지금은 조금 적게 받더라도 구단의 재정 문제가 유연해진다면 괜찮다"라고 말했다.
'다른 구단도 비슷한 규모의 제안을 했나'라는 질문엔 "타 구단들이 다른 선수들과 협상하는 중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올해 최우수선수상(MVP) 발표 때 화제가 됐던 애완견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오타니는 "이름은 데코핀이고, 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워서 데코이라고 소개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엔 3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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