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추천| 마약 중독에 관한 4가지 이야기
‘O!리지널’은 OTT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및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범람하는 콘텐츠 세상 속 등대까진 못 돼도 놓치고 갈 만한 작품을 비추는 촛불이 되길 바랍니다.
야심과 부패의 합작품
‘페인 허슬러’
돈을 좇겠다는 야심과 제약 회사의 거짓말, 의사의 부패가 차곡차곡 쌓아 올려지는 이야기 전개는 미국 금융계를 다룬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나 '빅쇼트’를 연상시킨다. '페인 허슬러’는 다수의 넷플릭스 영화처럼 보다 간명하고 단조로운 줄거리를 택하지만 주인공 라이자 역의 에밀리 블런트 연기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뒤처지지 않는다.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제약 회사 직원 연기를 펼치는 크리스 에반스도 블런트의 연기를 잘 뒷받침해준다.
영화의 한 장면,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 학력을 갖고 있는 라이자의 이력서에 피트는 생물학 관련 이력을 추가하고 그가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위장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돼 있는 라이자는 이를 암묵적으로 승인한다. "이게 뭐 대수라고." 영화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영화 '퍼펙트 케어’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50만 명의 죽음 위에 쌓아 올린 왕국
‘어셔가의 몰락’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어셔가의 몰락’은 스산한 공기를 묘사하며 시작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인 그는 고딕호러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아몬틸라도의 술통’ 등 그의 19세기 작품들은 넷플릭스에서 현대화된 설정으로 재탄생했다. 그의 소설이 가진 음습한 기운을 유지한 채 19금 상상력이 덧붙여졌다.
검사 오귀스트 뒤팽은 굴지의 제약 회사 포추나토 수장 로더릭 어셔의 집으로 향한다. 73개의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 로더릭 어셔는 자기 죄를 모두 자백하겠다고 말한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모든 자식은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로더릭과 쌍둥이 남매인 매들린이 '왕국’으로 불리는 포추나토를 어떻게 장악하게 됐는지, 그리고 그 가문이 어떻게 몰락하게 되는지를 다룬다. 각 에피소드의 제목은 에드거 앨런 포 단편 제목을 그대로 따왔다. '제럴드의 게임’(2017), '힐 하우스의 유령’(2018)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공포 파트를 담당했던 마이크 플래너건이 연출했다.
‘어셔가의 몰락’은 픽션이지만 미국 오피오이드 사태의 주범으로 불리는 색클러 가문을 연상시킨다. 색클러 가문은 미국의 제약 회사 퍼듀 파마를 운영하며 옥시콘틴이라는 이름의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의 위험성을 축소해 다량 판매했다. 의사들은 이를 많은 환자에게 처방했고 5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펜타닐 역시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다. 드라마 속 어셔 가문은 몰락을 맞았지만, 색클러 가문은 여전히 건재하다.
드라마 '돕식: 약물의 늪’
꿈을 붕괴시키는 중독
‘레퀴엠’
마약 중독자 해리와 그의 여자 친구 마리온, 친구 타이론은 돈을 벌고자 헤로인 유통책 일에 뛰어든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중독의 음험한 길로 들어선다. 해리의 엄마 사라는 다이어트 약물과 TV에 중독돼 있다. '레퀴엠’의 원제는 'Requiem for a Dream’(꿈을 위한 장송곡)이다. 해리는 사업에 성공하는 꿈, 사라는 자주 보는 TV 프로그램에 살을 빼고 출연하는 꿈을 꾼다. 중독은 모든 꿈을 파멸로 이끈다.
‘레퀴엠’은 영화 '블랙 스완’ '마더!’로 유명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2000년 작품이다. 주인공 해리는 자레드 레토가 맡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약물 중독의 쾌락을 묘사한 신이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주사기의 약물이 몸에 주입되고, 동공이 커지고, 혈류가 증가하는 등 몸의 변화를 매우 짧은 장면으로 잘게 쪼개 편집했다. '레퀴엠’은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에 선정됐다.
영화 '블랙 스완’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
‘뷰티풀 보이’
‘뷰티풀 보이’는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저자 데이비드 셰프는 중독과 씨름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그의 절절한 칼럼은 화제가 됐고 책으로 만들어졌다. 이 이야기를 접한 제작사 플랜B엔터테인먼트 대표 브래드 피트가 이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다.
"눈을 감아 / 두려워하지 말고 / 괴물은 사라졌어 / 괴물은 도망가고, 아빠는 여기 있어."(존 레넌 '뷰티풀 보이’ 중)
데이비드는 잠든 닉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존 레넌의 '뷰티풀 보이’를 나지막이 읊조린다. 존 레넌이 아들 션 레넌을 생각하며 만든 곡이다. 노래의 가사와 데이비드이 아픈 마음이 적절하게 조응한다. 영화는 마약 중독을 극복한 극적인 사례에 집중하지 않고, 닉이 마약을 끊었다 다시 손대는 것을 반복하는 마약의 굴레를 잘 보여준다. 포기할 법도 한 아들의 손을 끝내 놓지 않는 데이비드의 심정이 스티브 카렐의 연기로 절절하게 드러난다.
영화 '벤 이즈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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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넷플릭스 프라임비디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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