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는 힘들어'…꽉 닫힌 대부업 대출 문 열릴까
조달금리 올라 수익 악화…불법사금융 내몰릴 위기
금융당국 우수대부업자 지원 강화…숨통 트일까
#A씨는 최근 급전이 필요해 등록(합법) 대부업체 문을 두드렸지만, 대출이 거절됐다. A씨는 “신용점수도 740점이고 신용카드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대출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대출 불가 통보를 받았다“며 “최근 신용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대부업체에서 신규대출을 거절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상 대출 승인이 거절되니 어디서 돈을 빌려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가계대출이 8개월째 증가하고 있지만 A씨와 같은 저신용자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최근 제2금융권뿐만 아니라 대부업권까지 대출 문을 닫으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불법 사채 시장으로 밀려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금융당국은 우수대부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저신용층 신용공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부업체와 저신용층에 숨통을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 줄었다…대출 문 더 꽉 닫는 대부업체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주요 69개 대부업체의 지난 9월 말 기준 신규 대출액은 834억원이다. 지난해 1월(3846억원)과 비교하면 78.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부업체에서 신규로 대출을 받은 금융 소비자는 3만1065명에서 1만1253명으로 63.8% 줄었다.
최근 대부업권의 대출 총량이 줄어든 것은 불어난 조달 금리로는 수익이 나지 않자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을 꺼리는 탓이다. 이미 법정 최고 금리인 연 20% 상단에 가까운 금리로 영업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조달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대부업계는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신규 대출을 내주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 대부업체의 경우 지난해 말 신규 대출을 중단한 후 대출 재개를 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계 1위였던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쉬)마저 대부업권에서 철수, 남은 대부업체들이 전반적으로 대출을 매우 보수적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제로 금리 시기던 2021년에 맞춰서 내려간 법정최고금리로는 수익이 나지 않아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대부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조달 금리 8%에 손실이 날 때를 대비하는 대손비용 8~10%를 더하면 17%가 넘는다. 이외에도 대부 중계사를 이용한 광고비용 약 3%와 인건비나 임대료 등의 기타 비용을 감안하면 법정 최고 금리 20%가 넘는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부업계가 문을 닫으면 기존 대부업의 차주였던 저신용자들은 모두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강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대부업 시장 기능 위축 및 불법사금융 피해 증가 등 법정 최고금리 규제의 역기능이 급격히 나타나고 있다"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도입된 규제가 고금리 장기화 상황에서는 오히려 취약계층 금융 소외를 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2021년 7월 최고금리 인하 이후 1년 동안 1만8000명에서 3만8000명 정도가 대부 대출 시장에서 배제,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지난달 9일 금감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 현장 간담회'에서 불법사금융 처단과 불법 이익 박탈 등 다각적인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 우수대부업자 지원…'숨통 트일까'
이런 분위기에 금융당국도 대부업자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서민금융 취급 실적이 높은 '우수대부업자'로 19개 사를 선정, 앞으로 우수대부업자가 저신용층 신용공급 노력을 지속하도록 제도적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서민금융 우수대부업자 제도'는 관련 요건을 충족하는 대부업자들을 대상으로 은행 차입 등을 허용해 서민금융 공급을 지원하는 제도다. 저신용자 신용대출액 잔액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70% 이상인 경우 선정된다.
우선 금융당국은 대부 협회 등에 개별 우수대부업자의 저신용자 대상 대출 취급 실적을 공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은행이 저신용자 신용공급 실적이 높은 우수대부업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대출 심사에 참고·반영토록 한다. 또 우수대부업자에게는 실적에 따른 평판도 제고 등의 혜택도 함께 제공된다.
통상 대부업체들은 저축은행·캐피털 업체에서 돈을 빌리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1금융권인 은행권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보통 대부업은 8~10%의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어 수익 구조가 맞지 않았다"면서 "우수대부업자로 선정되면 아닌 기존보다 1~3%포인트 낮게 조달할 수 있어 그나마 영업할 여력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업을 불법과 합법 간에 있는 경계선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에서 이렇게 나서서 체계 정리를 해주는 장이 만들어진 것은 소비자들이 제도권 내에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일보 진전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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