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에 1500억 투자한 미래에셋, BTS 돌아오면 웃을까

김보라 2023. 12. 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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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하이브 전환사채에 고유자금 1500억 투자
현 주가 20만원대인데 전환가 38만원, 리픽싱 없어

미래에셋증권이 2년 째 하이브에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2년 전 하이브가 이자율 0%로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중 3900억원을 미래에셋증권이 투자했지만 지금까지 주식전환을 통한 차익실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미래에셋증권이 투자한 3900억원어치 전환사채 중 2400억원은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했다는 것이다. 다만 미래에셋증권 고유자금이 들어가 있는 1500억원어치 전환사채는 이자도 받지 못하고 주식전환을 통한 차익실현도 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 하이브 CB에 1500억 직접투자 

하이브가 지난 11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9월 기준 회사가 발행한 채무증권은 4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가 유일하다. 전환사채는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가 주식전환을 통해 추후 차익실현을 할 수 있는 주식연계채권(메자닌채권)이다. 

2021년 11월 당시 하이브가 미래에셋증권 등을 대상으로 발행한 전환사채권 내역

해당 CB는 지난 2021년 11월 5일 발행했다. 하이브가 지난 2020년 10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후 처음으로 발행한 CB이기도 하다. 

4000억원어치 CB는 미래에셋증권이 3900억원, 하이브 산하 레이블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의 한성수 마스터 프로페셔널(Master Professional·MP)이 나머지 100억원을 투자했다. 

미래에셋증권의 투자금액은 다시 두 유형으로 나뉜다. 1500억원은 미래에셋증권 고유자금으로 투자한 금액이고 나머지 2400억원은 미래에셋증권이 CB를 인수 후 다른 투자자에게 재매각한 셀다운(Sell Down·인수 후 재매각) 형태의 투자금이다. 즉 미래에셋증권이 하이브 CB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1500억원인 것이다.

전환가격 38만원.. 현 주가는 20만원대

문제는 하이브 주가다. 

하이브는 2020년 10월 공모가 13만5000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이후 주가가 크게 올라 2021년 11월에는 1주당 42만1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미래에셋증권이 하이브 CB에 투자한 시점도 주가가 크게 상승한 시기였다. CB를 발행했던 2021년 11월 4일 기준 하이브 주가(종가기준)는 35만6500원이었다. 공모가 대비 164% 오른 수치다.

주가가 많이 올라간 상태에서 발행한 CB였기 때문에 1주당 주식 전환가격도 38만5500원으로 정해졌다. 미래에셋증권이 고유자금 투자분(1500억원)을 모두 주식전환한다면 총 38만9105주를 확보할 수 있는 가격이다. 이는 하이브 총발행주식의 1% 수준이다.

하지만 CB발행 이후 하이브 주가는 최고점(40만원 대)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하면서 10만원 대까지 내려왔다. 주가가 공모가(13만5000원)보다 더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하이브 주가는 반등을 거듭해 현재 20만원 대 초반을 기록 중이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하이브 CB 전환가격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금액이다.1500억 무이자 대출.. 미래에셋 선택은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하이브 CB는 지난해 11월부터 주식전환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전환가격보다 주가가 낮아 현재로선 주식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주가하락에 따른 전환가격 조정 조건(리픽싱)도 없다. 일반적으로 CB발행 시 주가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리픽싱 조건을 넣지만 하이브CB에는 시가하락에 따른 리픽싱 조건을 넣지 않았다. 

CB발행 당시 주가가 고공행진했기 때문에 하이브에 유리한 조건으로 채권을 발행한 것이다. 투자자인 미래에셋증권도 하이브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리픽싱 조건을 포함하지 않은 CB 투자에 나선 것이다. ▷관련기사: [공시줍줍]자신감 뿜뿜 하이브(feat. 유상증자·전환사채) 

물론 하이브가 현재 주가에 맞춰 유상증자,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발행한다면 미래에셋증권이 투자한 CB 역시 전환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또 합병이나 주식분할, 감자, 주식병합 등을 한다면 이때도 전환가격 조정이 가능하다. 다만 이는 주가하락과 관련없이 주식발행량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온 가격조정으로 미래에셋증권의 투자 단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히 채권 성격을 가진 CB이지만 이자율(표면, 만기)이 0%이기 때문에 2021년 투자 이후 미래에셋증권은 사실상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있는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9월부터 물려있는 돈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이때는 원금 1500억원만 받을 수 있다. 풋옵션 행사 시 원금만 받도록 하이브와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이 역시 하이브에 유리한 계약구조다. 

결과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은 2년이 넘도록 하이브로부터 이자를 받지 않고, 풋옵션을 행사해도 원금만 받을 수 있다. 

향후 미래에셋증권의 선택은 △내년 9월부터 가능한 풋옵션 행사로 원금만 돌려받거나 △하이브의 콜옵션(매도청구권) 행사로 CB 일부를 넘기거나(콜옵션 최대한도는 1320억원) △장기투자를 통해 하이브 주가가 전환가격 이상으로 회복할 때까지 기다린 후 차익실현을 하는 방법이 있다.

하이브 기업가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RM·진·슈가·제이홉·지민·뷔·정국) 멤버 전원은 현재 군백기(군복무로 인한 공백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멤버 전원이 전역하는 시기는 2025년 6월이며, 미래에셋이 보유한 CB 전환청구 기간은 2026년 10월 5일까지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추후 BTS컴백 등을 통해 (하이브)주가가 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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