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는 공마다, 야심찬 신인왕…“내년엔 더 재밌을 거예요”
“류현진 선배나 오타니 선수처럼
‘유니폼 갖고 싶은’ 야구 하고 싶어”
든든한 선발 넘어 빅리그 포부도
지난 8일 뉴트리디데이 일구상 시상식이 열린 리베라호텔에서 만난 문동주(한화 이글스)는 많이 피곤해 보였다. “전날 감기에 걸려서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 2023 정규리그 최우수신인부터 이날까지 모든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왕을 받고 있는데 거듭된 일정에 피로가 쌓였다. “시즌 뒤 계속 일정이 있었어서 내년 목표는 아직 생각해보지도 못했다”는 그다.
2023년은 문동주에게 많은 것을 줬다. 국내리그 최초로 공식 구속 시속 160㎞ 이상(160.1㎞)의 공을 던졌다. 2023 항저우아시안게임 때는 대만과 결승전에 선발투수로 나서 금메달을 따내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시즌 뒤 일생에 단 한 번밖에 기회가 없는 신인왕을 품었다. 한화 선수로는 류현진 이후 17년 만의 수상. 문동주는 지난해 프로 데뷔했으나 부상 등으로 1군에서 28⅔이닝만 던져서 올해까지 신인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KBO리그는 입단 5년 이하, 누적 기록 투수 30이닝, 타자 60타석을 넘지 않는 선수를 신인왕 후보로 선정한다.
올 시즌 문동주의 성적은 23경기에 등판해 118⅔이닝을 던지면서 8승8패 평균자책점 3.72. 탈삼진은 95개를 기록했고,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는 1.31이었다. 문동주는 “아쉬운 점은 많은데 탈삼진 100개를 못 채운 것이 제일 아쉽다. 내년에는 꼭 100개를 채우겠다”고 다짐했다.
풀타임 첫해라서 한화 구단은 문동주의 시즌 투구 이닝을 제한(120이닝)했고 9월초 그는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3주 정도 휴식기를 갖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면서 싱싱한 어깨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문동주는 “내년 시즌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규정 이닝(144이닝)은 꼭 던지고 싶다”고 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일단 내년에는 문동주의 이닝 제한이 없다”며 “규정 이닝을 채우게 되면 이후 구단이나 문동주의 상태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문동주는 내년 시즌 한화에서 2~3선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개인 타이틀 욕심은 아직 없다. 다만 “만약에 내년에 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모두 골고루 상위권에 있으면 시즌 막판에 확률 있는 것에 도전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타이틀이라는 것이 나만 잘해서도 안 되고 야수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오프 시즌 동안 안치홍, 김강민 등 베테랑 야수들이 타선에 보강된 데 대해서는 “마운드에서 던질 때 든든할 것 같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선배들께 배울 수 있는 것은 배우겠다”고 말했다. 문동주는 안치홍을 상대로 5타수 4피안타로 약했던 터라 그의 합류가 더욱 반갑기도 하다.
문동주는 광주진흥고 1학년 때 야수에서 투수로 보직을 바꿨다. “야구를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야수보다는 투수가 나을 것 같은 생각”에서였다. 결과적으로 이는 대성공이었다. 고교 1, 2학년 때 필라테스를 하면서 유연성을 키운 것도 도움이 됐다. 문동주는 “공을 예쁘게 던진다”는 말을 듣고는 한다. 강속구를 던지지만 구속에 대한 욕심은 그리 크지 않다. “타자와 어떻게 잘 싸워서 이겨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투구 루틴이나 프로그램 등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1월 미국 애리조나로 건너가 클리닉센터 등을 다녀볼까도 고민 중이다.
그의 롤 모델은 얼마 전 엘에이(LA) 다저스와 10년 7억달러 계약을 한 오타니 쇼헤이(29)와 한화 출신의 리빙 레전드 류현진(36)이다. 문동주는 “오타니는 어릴 적부터 너무 좋아했다. 오타니 자체가 사람이 좋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꼭 오타니 유니폼을 사고 싶다”고 했다. 류현진의 국내 복귀가 논의되는 데 대해서는 “빨리 같이 야구해보고 싶은데 류 선배도 나름의 꿈이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류현진이 신인 시절 구대성에게 서클 체인지업을 전수 받았듯이 문동주 또한 류현진에게서 서클 체인지업을 배워보고 싶기도 하다.
신인상을 휩쓸며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더 커진 상황. 그는 어떤 야구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문동주는 “류현진 선배처럼, 오타니처럼 모두의 존경을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내가 오타니 유니폼을 갖고 싶듯이 ‘이 사람 유니폼 정말 갖고 싶다’, ‘이 사람 폼 진짜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야구 선수가 되고 싶다. 류 선배처럼 한화에서 열심히 한 뒤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했다. 23일이면 만 스무살이 되는 문동주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했다. “어릴 적부터 야구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올해 야구는 재밌었고, 2024년에는 더 재밌을 것 같다. 재밌게 했다는 것은 한 시즌 잘 치렀다는 얘기니까 내년에도 열심히 하겠다.”
한국 야구 차세대 에이스이자 ‘대전의 왕자’는 그렇게 신나게, 재미있게 야구하면서 나날이 한 뼘씩 자라나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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