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하고 때린다고 먹거리 물가 내려가나[기자의 눈]

신민경 기자 2023. 12. 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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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에서 같이 사셨던 친할머니는 어머니 앞에 서면 미간부터 찌푸리는 일명 '시집살이시키는 시어머니'였다.

아버지가 벌어 오시는 월급으로 생활비를 쓰셨던 전업주부 어머니는 매번 영수증을 할머니에게 건넸다.

생활비를 제대로 쓰는 지 확인하는 할머니의 감시였다.

우연히 만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곳간 감시하는 시어머니. 이런 시집살이가 없다"며 "가격 올리지 말라, 용량 줄이지 말라. 난감한 상황의 연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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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김치를 고르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신민경 기자 = 한 집에서 같이 사셨던 친할머니는 어머니 앞에 서면 미간부터 찌푸리는 일명 '시집살이시키는 시어머니'였다.

월말쯤 저녁이면 어김없이 식탁 위에는 어머니와 할머니가 마주 보고 앉았다. 아버지가 벌어 오시는 월급으로 생활비를 쓰셨던 전업주부 어머니는 매번 영수증을 할머니에게 건넸다.

생활비를 제대로 쓰는 지 확인하는 할머니의 감시였다. 다양한 이유에도 할머니의 "더 아껴 써라" 호통에 대화는 끝이 났다.

20년도 넘어 기억도 흐릿해진 할머니를 떠올린 건 최근 일이다.

우연히 만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곳간 감시하는 시어머니. 이런 시집살이가 없다"며 "가격 올리지 말라, 용량 줄이지 말라. 난감한 상황의 연속"이라고 했다.

앞서 다수의 식품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원부재료비 상승·전기요금/인건비 등 고정비용 증가 등이 이유였다.

정부는 식품기업 가격인상을 감시하겠다고 나섰다. 지난달 '빵 서기관'·'라면 서기관' 등 정부는 가공식품 담당 공무원을 지정하는 전담 관리제를 도입했다.

기존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이 이어지자 용량도 단속하기로 했다.

주요 식품·생활용품 용량·규격·성분 등이 변경되는 경우 이를 제품 포장이나 홈페이지·판매장소에 표시하도록 했다. 위반 시 '사업자 부당행위'로 간주해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했다.

정부 정책은 일부분 통했다. 가격 인상을 단행했던 기업들이 이를 보류한 것이다.

다만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보통 식품 기업은 원부재료비·인건비·전기요금·유류비 등 고정 비용 증가 분을 가격 정책에 반영한다. 가격 인상이 어렵다면 식품업체 부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된다.

또 슈링크플레이션 정책에 따라 제품 중량을 표기하는 패키지·홈페이지 정비 작업 등을 구비하는 데에는 기업 부담 비용이 증가한다. 정부 가격 인상 자제 기조가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식품기업들을 향한 엄포만이 정답일까. 지속해서 부담을 강요한다면 떨어지는 건 식품기업들의 저조한 수익률뿐일 거다.

가격인상 요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정책은 없을까. 가격인상을 토로하는 며느리. 귀를 열고 가격 인상 요인 해결 방안을 조언할 수있는 '현명한 시어머니'가 필요한 시점이다.

smk503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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