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주업 진보당 광주시당 위원장 "反尹 연대가 진보정당도 사는 길"
광주 총선 지역구 1석 목표…'진보당 찍으면 진보 후보 된다'는 소신투표 기대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진보정당들의 내년 총선 전망이 어둡다. 여야 거대 양당 지지 세력들이 한 치의 양보 없이 격돌하는 정국이 제3의 선택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병립제를 염두에 둔 양당 중심의 선거제 개정 논의도 진보 정당들의 운신의 폭을 옥죄고 있다.
우후죽순 신당 창당이 거론되고 있는 국면도 진보 정당의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양당을 떠난 표심이 진보정당으로 모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총선 이후 존립 여부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정의당은 물론 진보당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올해 4월 전주 재선거에서 첫 지역구 의원을 만들어냈지만, 이 성과가 총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진보당 광주시당을 이끌고 있는 김주업 위원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진보정치 기대 모아 광주 지역구 1석 획득이 총선 목표"
<더팩트>가 지난 12일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더팩트 광주전남본부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힘든 상황이지 않느냐’고 떠보는 기자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진보당 찍으면 진보당 후보 당선된다는 유권자의 확신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진보정치를 향한 기대가 있지만 사표를 만들지 않기 위해 소신투표를 꺼리는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보겠다는 우직한 뚝심이다.
이 뚝심이 통한다면 광주에서 지역구 한 석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 목표를 위해 선거전이 진행되는 일정 시점에 경쟁력 있는 한 지역구를 겨냥, 총력을 집중하는 전략도 구상 중이다. 지역구 한 석 돌파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하겠다는 각오다.
선거제 개정 논의로 화제가 옮겨가자 김 위원장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이탄희 의원도 불출마를 걸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정치연합을 중심에 둔 선거제 개정을 해야 한다. 워낙 엄혹한 정국이라 총선만을 염두에 둔 셈법에서 민주당이 불안해 할 수도 있지만, 더 멀리 대선까지 생각하면 정치연합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민주당이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절충안인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덧붙여진 석패율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김 위원장은 고개를 저었다. 지역구 투표 2등에게 비례의석을 주는 석패율제가 진보정당에 유리할 듯 싶지만 그 제도 또한 양당 독식 구조의 선거제라는 설명이다.
"연동제 아닌 양당 논의 선거제 개정, 어떤 결론 나든 독식구조"
김 위원장은 "진보정당에 우호적인 선거구가 있긴 하다. 이를테면 광주가 그런 곳이다. 하지만 전국 구도에서 볼 때 매우 비좁은 영역이다. 이 한계를 지닌 채 전국을 3개의 횡으로 나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에서 석패율제는 별 의미가 없다. 영남과 호남에 독과점 기반을 구축한 여야 양당이 의석수를 다 가져가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고 선을 그었다.
호남권은 국민의힘과 진보당이 다퉈볼 여지가 있지만 그 외의 지역은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횡으로 나누는 것이 아닌, 호남권과 영남권, 이런 식의 권역 구분이라면 문제는 좀 다를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결국 선거제 개정과 관련 민주당과의 소통이 중요한 과정인데 아직은 논의구조가 없어 보였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아직은 소통 창구가 없다. 부산의 경우 지역 단위에서 고무적인 대화가 이뤄지는 걸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1대1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의 얘기들이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대화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부산이라는 지역구 특성상 민주당도 결코 나쁘지 않은 제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중앙당 차원에서 민주당과의 대화 채널은 아직은 없다"고 밝혔다.
"반 윤석열 전선에 힘 모으는 것이 진보정당도 사는 길"
진보정당의 통합은 진보세력의 오랜 화두였음을 전제로 총선 연대 가능성을 묻자 김 위원장은 시국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는 전술상의 차이가 너무 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답하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예로 들었다.
김 위원장은 "강서구청장 선거 초반에 우리 후보가 7~9%대를 유지했다. 막판에 가면서 윤 정권 심판하려면 야당 후보가 압도적으로 이겨야 한다는 바람이 불면서 1.8% 득표율로 선거가 끝났다. 이런 현상이 총선에서 되풀이되지 말란 법은 없다. 양당 체제에 대립하는 진보정당 통합론이 정권 심판이 우선이라는 시대정신에 눈길이 쏠린 민심을 현실적으로 파고들기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윤 정권을 지키려는 세력과 심판하려는 세력이 강하게 격돌하는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정의당의 의제 실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론이었다. 김 위원장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김 위원장은 "큰 틀에서 양당 정치 극복하자는 정의당, 또는 개혁정당들의 의제에 공감한다. 그러나 큰 전선에 한데 모이는 전술 전략도 팽개칠 수는 없다. 지금의 시대정신을 볼 때 반 윤석열 전선을 펴는 것이 진보정당도 사는 길이다. 역사적으로도 옳은 길이라 본다. 양당 정치를 극복해가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누구랑 같이 하느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누구와 연대하느냐’의 문제가 그렇게 중요할수록 오히려 민주당과의 선거제 논의가 당면 과제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옛날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소통 부재를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얼마 전에 함세웅 신부를 비롯해 재야 원로들이 이재명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원로분들이 진보정당과의 선거연합을 제안했다. 비례연합 정당 얘기도 거론됐다. 민주당이 가진 것을 조금 내놓는 결단을 주문했는데 이재명 대표가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진보당 찍으면 진보후보 당선된다는 시민들의 소신투표 기대"
화제가 시민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진보당의 플래카드 정치로 옮겨갔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부터 진보당의 톡톡 튀는 현수막 문구가 시민사회에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이를 ‘섹시하다’는 말로 표현했을 정도로 기존의 슬로건들에 비하면 획기적인 변화였다. 시민들은 그 변화된 슬로건에서 진보당이 대중과 가까워지려는 간절한 노력을 읽었다.
김 위원장은 "진보정당은 필요해서 존재하는 ‘소금 정당’에서 ‘수권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 민주노총 표만 얻어서 수권정당이 될 수 없는 것 아닌가. 뭔가 바꿔가야 한다는 생각이 절박했다. 우리가 내지르고 싶은 말만 하는 그런 정당 문화를 극복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현수막 카피를 일반 대중의 정서와 감각에 맞추는 노력은 그러한 탈바꿈의 일환이다. 처음에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런 변화가 당원들 입장에선 매우 어색했지만, 시민들의 호평을 받다보니 이제 진보당의 자연스런 플래카드 문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플래카드 이야기 뒤 끝에 진보당 광주시당의 이번 총선 슬로건이 무엇이냐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김 위원장은 "두 가지를 준비 중인데 우선 한가지는 윤 정권 심판에 맞춘 ‘탄핵의 봄’이다. 또 하나는 민주당과의 지역구 경쟁구도를 겨냥해 ‘광주사람 평생 밀어줬는데 민주당 뭐했어’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시민 유권자들의 신념이 담긴 소신 투표다. 진보당 선택하면 진보후보 당선된다는 믿음으로 투표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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