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은 껐는데…'300억 펜트하우스' 청담동 PF, 올해가 마지막 기회?

권화순 기자, 이용안 기자, 배규민 기자, 이소은 기자 2023. 12.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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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164조원 PF, 구조조정 시작된다 (上)
[편집자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속에 160조원이 넘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만기연장 중심으로 소극적 대응을 했던 금융당국도 '옥석가리기'로 돌아섰다. PF 구조조정은 금융회사 구조조정까지 동반한다.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지 않고 순차적으로 정리될 수 있도록 질서 있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다.
"만기연장만 벌써 세 번째"...부실 PF '산소 호흡기' 뗀다

부실 우려가 큰 187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만기연장 중심으로 관리해 오던 금융당국이 '옥석가리기'를 공식화 했다. 질서있는 구조조정을 위한 로드맵도 마련한다. 부지 매입 단계에서 나간 브릿지론의 만기연장 주기가 6개월 이상에서 3개월 이하로 짧아지고 있다. 내년부터는 본 PF 전환에 실패한 사업장들이 경공매를 통해 대거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공격적으로 브릿지론을 급격히 늘려 온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제2금융권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강남 청담동 '노른자위 땅'에서 진행되는 '르피에드 청담 PF'가 지난 5일 가까스로 만기가 연장됐다. 브릿지론 4640억원 가운데 1900억원을 대출해준 선순위 채권자 새마을금고가 만기연장에 반대하면서 지난 8월부터 넉 달동안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 새마을금고는 경공매로 청담동 땅을 매각하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시행사나 후순위 채권자인 저축은행, 캐피탈, 증권사 등은 전액 손실 위험까지 몰렸다.

청담동 PF는 지난 5월부터 가동한 대주단협약 사업장 187곳 중 하나다. 시행사와 대주단 설득으로 새마을금고가 입장을 바꿔 내년 5월까지 일단 만기는 연장됐다. 3번째 만기연장이다. 대출이자를 후취로 바꾸는 대신 이자율은 연 10%대로 껑충 뛰었다. 내년 5월까지 서울시 인가, 본 PF전환을 위한 리파이낸싱, 시공사 선정을 못하면 청담동 PF도 결국 정리수순을 밟아야 한다. 50층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300억원, 25층 이상 고급 주택 분양가는 100억원에 육박해 사업성이 있을지 물음표가 붙었다.

대주단 협약이 진행 중인 187개 사업장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땅만 확보했지 착공도 못한 브릿지론 단계가 전체 협약의 77%(사업장 기준)다. 대주단협약 가동 이후 현재까지 본PF 전환한 사업장이 한 곳도 없다. 그동안에는 대주단협약 참여 금융회사들이 만기연장과 이자유예, 이자감면 등으로 사실상 '버티기'를 도왔다. 브릿지론 만기연장만 평균 2~3차례에 달한다. 만기연장 주기가 종전 6개월~1년이었다면 최근엔 3개월, 심하게는 1개월 단위로 짧아지고 있다. 최근 사업성 부족 판단에 따라 대주단이 경공매로 넘긴 사업장이 28개로 늘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복기해 보면 부동산 경기침체 후 2년 안에 PF 부실이 현실화 했다"며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안 좋아졌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PF 부실 문제가 터질 수 있어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두 차례 고비 전망…경공매 통한 질서있는 구조조정 필요

내년 2월 전후 만기연장을 하면서 한 차례 고비가 오고, 이후 청담동 PF 만기 시점인 5~6월경에 두 번째 고비가 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업장 별로는 비수도권의 오피스텔, 상업시설, 데이터센터 등 비주거용 PF 부실 가능성이 높다. 금융업권 별로는 리스크가 큰 브릿지론 위주로 저축은행, 캐피탈, 증권사가 '약한 고리'다.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자본여력이 있지만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은 선별적으로 구조조정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진 2011년 저축업권 PF대출 연체율은 13%였다. 지난 9월말 기준 저축은행 PF 연체율은 5.56%로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2021년 말 1.22% 대비 4%포인트 넘게 올랐다. PF 대출과 사실상 동일한 토지담보대출은 대주단협약 개시 전 기준 연체율이 10%대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전체 PF 연체율은 9월말 기준 2.42%로 2021년 말 0.37% 대비 2%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증권사의 경우 PF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연체율이 13.85%로 이미 위험수위다. 캐피탈사와 상호금융권도 각각 4.44%, 4.18%로 2021년 0.47%, 0.09% 대비 크게 오른 상황이다.

이혁준 나이스평가정보 본부장은 "올 연말쯤 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깨고 고금리가 장기화 하고 있다"며 "저축은행은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았고 자본확충도 했지만 금리 상황이 바뀐 만큼 더이상 만기연장으로만 버틸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주단협약을 통해 관리 중인 사업장 일부는 과감하게 경공매를 통해 자산가격을 재조정해야 질서있는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부실 사업장 옥석가리기…건설사·시행사 구조조정 시작되나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 옥석 가리기를 강조하면서 건설업계에서 줄도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주단이 만기 연장을 거부하는 사업장이 한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20위·40위권 내에 드는 중견사 부도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공포심리도 커진다.

◇'만기연장 불가' 통보 시작됐다…중견사도 부도 가능성 '벌벌'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구 A 사업장은 최근 대주단으로부터 기한이익상실(EOD)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말 대주단과 협의했지만 만기 연장에 실패했다. 해당 단지는 이미 입주민이 거주 중인 후분양 단지다. 하지만 지난 9월 말 기준 분양률은 22.6%에 불과하다.

악성 미분양은 시행사·시공사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통상 도급 계약시 건설사는 책임 준공을 약속하는데 분양이 안 되면 공사비를 못 받더라도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공사를 끝내야 한다. 이 사업장은 공사를 끝냈지만 미분양으로 대금 회수가 요원하다. 해당 사업장의 시공사인 B사는 이 사업장뿐 아니라 대구에서 공급하는 다른 2개 단지도 분양률이 20%대로 저조하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B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공사비 관련 자금 수요와 PF 우발채무 등으로 재무부담이 늘어서다. 공사원가 상승과 미분양사업장 관련 손실로 지난해부터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20위권 내인 C사의 경우 워크아웃설이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C사는 사옥과 알짜 자회사 등 담보를 잡혀서 빌린 돈만 1조원이 넘는다"며 "부산 등 지방 개발사업 관련해 일부 프로젝트 관련 연간 금융비용만 4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시장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상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대한건설협회 정기총회에서는 몇 개 업체가 실제 한계 상황까지 왔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들린다. 내년 총선 이후에 금융권에서 PF 대출 만기 연장을 거절하면 무너지는 회사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시기가 생각보다 당겨지고 있다는 것.

이미 올들어 대창기업, 신일, 에이치엔아이엔씨가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이달초 경남지역 8위인 남명건설이 장기 미회수 공사대금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다 만기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해외공사나 공공공사 등 대형사처럼 사업구조가 다변화돼 있지 않고 주택사업에 집중된 중소·중견사의 경우 줄도산 우려가 제기된다. 한 중견사는 부동산 PF대출에 실패하면서 조합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 시공권을 대형사에 빼앗겼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는 책임준공 확약이 되면 발주처가 돈을 주지 않더라도 책임지고 완공시켜야 한다. 하청업체 등에 돈을 지급해야 하는데 그걸 못 막으면 1차 부도, 2차 부도까지 가고 결국 법정관리를 택한다"면서 "건설업 호황일 때 벌여 놓은 일들이 많은데 시장 침체와 고금리 직격타를 맞았다. 우량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망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부실화 차단을 위해서는 PF 옥석가리기는 필요하지만 세세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방에서 사업을 추진 중인 시행사 관계자는 "시장이 좋지 않다고 하는 지역에서도 입지마다 상황이 다르다"면서 "부도가 목적이 아니라면 사이트별로 세세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분간 신규 수주 불가, 인력도 줄인다"... 움츠리는 건설사

건설사들은 내년에 올해보다 더 큰 한파가 불 것으로 보고, 수주를 최소화 하고 몸을 최대한 움츠린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대형사도 예외도 아니다. 위기설 명단에 늘 이름이 오르는 D사는 내년에는 금융조달 환경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현금보유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수주는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대형사의 계열사인 E사도 신규 수주보다는 기존 사업 현장 관리에 집중한다. E사는 올해도 신규 수주는 한 건도 하지 못했다. E사 관계자는 "이전에 수주한 사업장도 공사비가 올라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야 하고 수익성도 악화했다"면서 "시장이 좋아질 때까지는 신규 수주 보다는 기존 사업장이 멈추지 않는 것에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속된 시장 침체로 공사 현장이 줄어든 건설사들은 희망퇴직 등의 구조조정과 인력 재배치를 고민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시장이 좋지 않아 분양을 취소하고 공사도 멈춘 곳은 인력 운용이 문제"라면서 "계약기간이 남은 직원에겐 무급 휴가를 주거나 휴직으로 돌리는 등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확 달라진 금융당국, PF發 금융회사 구조조정 시작된다

사실상 170조원에 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정리하면서 금융회사, 특히 2금융권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공매 사업장 70개→120개로.. 원금회수 못한 제2금융권 일부 구조조정 가능성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단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PF 문제와 관련, "대원칙으로는 시장원리에 따라 사업성이 다소 미비한 사업장은 자산감축 등의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재무적, 영속적 문제가 있는 건설사와 금융사는 기본적으로 적절한 형태의 조정 내지는 정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내년 4월 총선까지는 PF 구조조정에 소극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는데 이 원장은 "오해"라고 적극 해명했다. "자구노력, 손실부담을 전제로 한 자기 책임에 따른 진행은 불가피하다"며 구조조정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금융당국이 부동산PF 사업자으이 '옥석가리기'를 공식화한 만큼 부실 우려가 있는 대주단협약 적용 187개 PF 사업장의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그동안 만기연장, 이자유예 위주였던 대주단협약 사업장 중 상당수가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경공매로 정리된다. 실제로 경공매가 진행 중인 사업장이 지난 6월말 19개에서 9월말 28개로 늘었다. 전체의 14.9%가 정리되고 있는 셈이다. 이와 별도로 금융회사 자체적으로 추진중인 경공매 사업장도 지난해 말 70개에서 9월말 120개로 50개 늘었다. 전체 사업장 약 3000개 중 약 4%다.

경공매로 토지가 처분되면 선순위 채권자는 원금을 회수할 수 있으나 후순위로 들어간 저축은행, 캐피탈, 증권사들은 투자한 돈을 다 떼일 수 있다. 나이스평가정보가 자산관리공사(캠코) 구조조정 펀드 사례로 분석한 결과 브릿지론의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저축은행 토지담보대출까지 포함시 약 30조~40조원 규모의 브릿지론 중 약 10조~15조원은 손실처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공매로 부실 사업장이 어느정도 정리가 돼야 고점에서 산 토지 가격이 하향 조정된다"며 "자산가격 재조정이 이뤄지면 신규로 부동산 투자를 하려는 자금도 유입될 수 있어 선순환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다만 한꺼번에 경공매가 쏟아지면 경착륙에 따른 충격이 예상보다 커지고 자칫 리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 자산가격의 급격한 하향으로 금융회사 부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5월부터 가동한 대주단협약의 역할이 앞으로 더 중요해진 이유다. 대주단협약은 전체 채권자의 3분의2 동의를 얻어 만기가 연장된다. 특정 금융회사가 원금 회수를 위해 독단적으로 경공매 처리할 수 없는 구조라서 속도조절이 어느정도 가능하다.

이혁준 나이스평가정보 본부장은 "브릿지론 부실 10조원 이상 난다고 가정할 경우 저축은행, 캐피탈, 증권사 등의 연간 순이익 규모가 9조원인 점을 감안할 때 손실을 매년 2조~3조원씩 수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며 "대주단협약 틀을 활용해 질서있는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본여력이 부족한 2금융권은 일부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PF대출과 토지담보대출을 단기간 급격히 늘린 중소형 저축은행 일부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과거 2011년 저축은행 사태때처럼 자본력이 있는 은행계 지주사들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수순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배규민 기자 bkm@mt.co.kr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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