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법사' 사이그너 "한국 당구에 많은 '유산' 남기고 싶어"-①
(MHN스포츠 고양, 권수연 기자) '미스터 매직' 마법같은 샷을 구사하는 튀르키예 당구 스타, 세미 사이그너(휴온스)를 지칭하는 별명이다.
예술구와 동시에 3쿠션 실력까지 섭렵한 이 '마술사'는 각종 국제대회를 휩쓸고 2021년까지 통산 7승, 준우승 7승의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23-24시즌을 앞두고 한국 PBA리그로 돌연 이적소식을 알렸다. 당시 '4대천왕'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에스와이), 한국 3쿠션 전설 최성원(휴온스) 등과 함께 건너오며 최대어 중 한 명으로 주목받았다.
더불어 한국 리그에 건너오기 무섭게 데뷔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까지 달성하며 그의 화제성은 극에 달했다. 모델같은 멋진 몸매와 흥미로운 쇼맨십, 자국에서의 스타성까지 한꺼번에 조명됐다. '친한파 선수'이기에 유창한 한국어는 덤이다.
사이그너는 지난 12일, 팀리그 4라운드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고양 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MHN스포츠와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풀었다.
당시 휴온스는 하나카드에게 패하며 2연패로 아쉽게 자리를 떴다. 사이그너는 김병호(하나카드)와의 5세트 맞대결에서 충격의 0점 패를 당한 상황이었다. 김병호가 하이런 9점으로 질주했기 때문이다.
팀은 올 시즌 분발이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휴온스는 현재 9개 팀 중 최하위(34점)다.
그러나 사이그너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패배가 우리 팀을 나쁜 팀으로 만든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하나카드가 잘 해서 승리했다"는 칭찬 직후 나온 말이었다.
"축구로 쳐도 1위를 하는 팀이 있으면 꼴찌를 하는 팀이 있구요. 꼴찌를 한다고 해서 나쁜 팀은 아니죠. 우리 팀은 어떤 팀이든지 다 이길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팀리그는 세트당 점수가 짧아서 쉽지 않아요. 스카치복식의 9점도 그렇고 11점도 짧죠. 초구배치와 뱅킹부터 시작해서 변수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쳐요"
현재 팀리그의 세트당 구성은 남자복식(1세트), 여자복식(2세트), 남자단식(3세트), 스카치(혼성)복식(4세트), 남자단식(5세트), 여자단식(6세트), 남자단식(7세트)으로 구성되어있다.
여성들의 경기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분위기를 가져오는데에 매우 지대한 역할을 한다. 혼성복식의 경우에는 남성의 포지션 구성과 여성의 해결능력이 합일을 이뤄야한다. 해당 팀의 전체적인 전력을 가늠할 수 있는 특히 중요한 세트다.
사이그너는 PBA 혼성복식 경험이 단 한 번 뿐이다. 대부분 3, 5세트 남자단식이 그의 몫이다. 올해 예순 두 살의 그는 평생 커리어로써는 혼자 하는 당구가 훨씬 익숙하고 팀 플레이 자체가 생소하지만, 혼성복식의 중요함을 집어 거론했다.
그는 "(혼성 복식은) 완전 다른 시스템"이라며 "여자선수들의 스트로크에 문제가 있다면 남자선수가 조언하는 등의 보완이 이뤄지고, 반대로 남자선수가 주는 기본적인 배치가 잘 이뤄지면 여자들의 샷이 준수해진다. LPBA 선수들은 충분히 능력이 있는데 아마 다음 시즌에는 (이런 부분들로 인해) 기량들이 더 향상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어느덧 한국 리그에 제대로 정착한지 6개월 여를 맞이한 사이그너다.
개막전에서 우승컵을 들며 카메라에 사인하는 기쁜 순간을 맞이했지만, 이제 팀 뿐만 아니라 그의 성적도 약간의 반등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리그 성적은 우승 한 번, 8강 한 번(하나카드 챔피언십), 16강 한 번(휴온스 챔피언십)을 이뤄냈으며 나머지는 모두 64강 탈락이다.
한 마디로 퐁당퐁당 성적표를 받으며 명성과 실력에 약간 부족한 기록으로 적응기를 지나고 있다. 하지만 사이그너는 "즐기면서 임한다"는 답으로 이 우려를 압축했다.
그는 개막전에서 우승할 당시 "미래 세대에 남길 레거시(legacy, 유산)를 위해 PBA에 왔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 말은 현재도 주효했다. 그는 PBA와 한국 당구에 남기고 갈 '자산'에 상당히 구체적인 꿈을 그리고 있었다.
이 '레거시'에 대해 좀 더 상세히 알려달라는 요청에 사이그너는 사뭇 진지한 대답을 풀었다.
"프로선수로서 이렇게 계속 게임을 해나가는데 있어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제 게임을 볼거고, 또 PBA 무대를 선망하는 사람도 생길겁니다. 자신감도 심어주고요. 제가 한국에서 3년 계약을 맺었는데, 이제 2년 반이 남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24년에 당구 전시회를 할 계획입니다. 더 행복하고 자신감 있는 해를 만들고 싶습니다"
미래를 꾸준히 그리고 있는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첫 투어 당시 '레거시'를 남기고 싶다고 했는데 짧은 의미로는 팀원들에게 지식과 경험을 전수하는게 될 수도 있고요, 가까운 미래에는 어린 선수들을 위해 강의 세션도 열고 싶습니다. 네임드 선수들과 당구팬들이 어우러진 이벤트도 열 수 있겠죠. 저는 한국을 떠날 때 많은 팬 분들이 제가 한국에서 뛰었음에 좋은 인상을 가졌으면 합니다. 저는 프로도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에 대해 영향력을 더 많이 발휘하고 싶습니다."
▶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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