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흑인단체대표 “중남미 출신은 강도 야만인” 발언 파장

김서영 기자 2023. 12. 1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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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 지부장 발언에 사퇴·사과 요구 확산
영상 속 논란 커지자 “AI로 조작된 것” 해명
테레사 헤일리 페이스북 갈무리

미국에서 유력 흑인단체 대표가 중남미 출신들을 “강간범·강도·야만인”으로 지칭하며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비난해 파장이 일고 있다.

1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국 최대 흑인 인권운동단체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일리노이 지부장 테레사 헤일리(58)는 지난 10월26일 열린 NAACP 지역 대표 회의에서 발언한 영상 일부가 지난 12일 공개돼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패트릭 왓슨 NAACP 듀페이지 카운티 전 대표가 공유한 1분48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헤일리는 정부가 불법 입국자를 위한 숙소와 긴급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반감을 표하며 “불법 입국자들이 가난한 흑인 주민들보다 더 호의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흑인들이 길거리에 깔려 있어도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 흑인들을 마약중독자·정신이상자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입국자들은 강간·주거침입·강도 행위를 일삼는다. 야만인 같다”며 “영어도 못하면서 우리를 미친 사람 보듯 하는 그들을 정부는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영상이 퍼지자 헤일리는 영상 속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인공지능(AI)으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며 동영상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발언이 나온 자리에 있었다는 마이클 차일드레스 NAACP 듀페이지 카운티 신임 대표는 지역 WLS방송에 “헤일리의 연설 내용 일부만 발췌돼 전체 맥락이 오도됐다”며 “이 발언은 NAACP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영상을 공개한 왓슨 전 대표는 “헤일리는 과거 노예였던 이들의 후손들을 옹호하려다가 살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남미 출신들을 폄훼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위 직책을 맡은 사람이 혐오 발언과 분열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도 헤일리가 “비난받아 마땅한 발언”을 했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이번 사태는 시카고 남부 국경지대에서 이송된 불법 입국자가 급증하며 흑인과 라틴계의 반목이 심해진 가운데 나왔다. CNN은 시카고시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8월 이후 시카고에 이송된 불법입국자 수는 2만5700여명”이라고 전했다. 시카고시는 남부 국경지대에서 이송된 중남미 이주민 중 1만4000여명이 정부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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