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결산] 힘겨운 '상저하고'…고금리에 민생고 우려

한지훈 2023. 12. 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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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성장 벗어나 연간 1%대 성장률…인플레이션 느리게 둔화
기준금리 7연속 동결…가계대출은 사상 최대
부산항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박재현 기자 = 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의 이중고 속에 저성장의 긴 터널을 통과했다.

기대했던 수준의 강한 경기 반등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3분기 들어 반도체 업황 개선을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면서 가까스로 '상저하고' 흐름을 만들어냈다.

세계적인 물가 상승 압력에서 한국도 자유롭지 않았다. 기준금리는 1년 내내 동결됐고,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가계·기업부채 부실 우려가 커졌다.

완만한 우상향 성장 곡선

올해 한국 경제는 힘겨운 상저하고 흐름을 나타냈다.

연말로 갈수록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렸지만, 하반기부터 경기 반등 흐름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 대비 0.3% 성장했다. 지난해 4분기 -0.3%까지 추락했던 부진을 딛고 한분기 만에 역성장에서 벗어났다.

성장을 견인한 것은 민간 소비였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와 해외여행 증가 등 영향으로 전분기보다 0.5% 늘면서 성장률을 0.3%포인트(p) 높였다.

반면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순수출은 성장률을 0.1%p 끌어내렸다.

2분기 성장률은 0.6%까지 상승했다. 수출 부진이 계속됐지만,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면서 순수출이 1.3%p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1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민간 소비는 전분기보다 0.1% 줄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정부 소비와 투자도 일제히 감소하면서 상저하고 전망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최근 발표된 3분기 성장률은 0.6%였다. 2분기와 동일한 수치지만,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수출이 3.4% 증가한 점은 고무적으로 평가됐다.

10월 들어서는 작년 10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하던 월간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수출도 작년 8월 이후 16개월 만에 증가 전환하며 경기 회복의 신호탄을 쐈다.

정부는 4분기에도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 회복세가 계속되면서 성장률이 상승할 것으로 봤다. 1.4% 성장률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남대문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좀처럼 잡히지 않은 고물가

1년 내내 고물가 우려가 가시지 않은 한 해였다.

상반기 중에는 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이 이어졌지만, 8월부터 석 달 연속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전체적으로 물가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1분기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4.7% 올랐다. 1월 전기요금 인상과 가공식품 가격 상승에 5.2%를 기록한 뒤 2월 4.8%, 3월 4.2% 등으로 다소 진정되는 흐름이었다.

지난해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전기·수도·가스 물가는 20%대 상승률을 지속했다.

2분기 물가상승률은 3.2%까지 낮아졌다. 석유류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개인 서비스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한 덕분으로 분석됐다.

또 가공식품 가격 상승 폭이 줄면서 6월 2.7%, 7월 2.3% 등으로 2%대에 진입했다.

8월 들어 물가상승률은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기저 효과가 점차 소멸한 반면, 높은 대외 의존도에 따른 2차 파급 효과가 나타났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돌발 변수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농축수산물 가격 역시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10월 물가상승률은 3.8%까지 치솟았다.

이에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5%에서 3.6%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2.4%에서 2.6%로 높여 잡았다.

물가상승률 목표 수준(2%) 수렴 시점은 2024년 말이나 2025년 초로 전망했다.

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준금리 3.50%로 7연속 동결

한국은행은 올 한 해 동안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4·5·7·8·10·11월에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일곱 차례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조정 없이 묶었다.

지난해 두 차례의 빅 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포함해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뒤의 고금리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이를 두고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처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가계대출 억제를 명분으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가계·기업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내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 2.4%에서 11월 2.1%로 낮추는 과정에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고물가에 발목이 잡혔다.

이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됐다. 일시적으로 금리차가 없었던 지난해 8월을 제외하면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12월까지 17개월째다.

한은의 '빚투' 경고에도 올해 가계대출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해 1천900조원에 육박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지난 8월 한 달 동안에만 7조원 급증해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관리 강화에 나섰다.

고금리 장기화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올해 3분기 말 0.24%로, 전년 동기(0.12%)의 두 배로 뛰었다. 같은 기간 전국 누적 어음 부도액도 배 이상 늘었다.

한은은 긴축 기조를 당분간 더 이어갈 전망이다.

물가상승률 둔화의 더딘 속도를 고려할 때 내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yonhaphanj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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