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일만에 팬들에게 전한 인사, 박혜진은 울지 않았다

권수연 기자 2023. 12.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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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3시즌 경기에 나섰던 흥국생명 박혜진, KOVO

(MHN스포츠 삼산, 권수연 기자) "사실 진짜 울컥했는데, 그래도 참았어요. 너무 기뻤어요" 짧지만 그간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감상이었다. 

지난 14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3-24시즌 도드람 V-리그 3라운드 여자부 경기에서 흥국생명이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2(26-24, 22-25, 25-18, 23-25, 18-16)으로 꺾었다.

흥국생명으로서는 사실 당황스러우면서도 필사적인 경기를 치렀다. 21-22시즌 2월 이후로 기업은행을 상대로 풀세트 대결을 펼쳐본 적이 없었다.

이 날 폰푼의 운영과 더불어 36득점을 올린 아베크롬비의 맹폭이 흥국생명의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흥국생명은 처음으로 기업은행에게 4세트를 허락했다. 5세트도 치고 받았지만 김연경의 클러치 득점과 레이나의 막판 맹활약으로 경기를 신승했다.

더불어 흥국생명은 경기 전 세터 이원정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전해왔다.

이에 김다솔의 선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으나 예상을 깨고 박혜진이 1년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20-21시즌 1라운드 5순위로 데뷔한 박혜진은 프로 2년 차에 선발로 기용되는 등 장신 세터(177cm)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지난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대표팀에도 합류했지만 무릎 연골 부상으로 인해 수술대에 올랐고, 장기간 시즌아웃 판정을 받았다. 

23-24시즌 첫 복귀전을 치른 흥국생명 박혜진, KOVO
흥국생명 박혜진, KOVO

회복기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1년 이상을 훌쩍 넘겼다. 마지막 국내 무대는 2022년 8월 17일, 순천 도드람컵대회 GS칼텍스전이었다. 이후로는 수술로 인해 코트에 서지 못했다. 486일만의 국내 복귀전이다.

컨디션은 일찌감치 돌아온 상태였지만 주전 공격수들과의 호흡을 맞춰보지 못해 훈련에 시간을 오래 투자했다. 

흥국생명을 이끄는 아본단자 감독은 이 날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원정의 공백에 박혜진 선발이라는 파격적인 모험을 했다. 

그리고 올 시즌 처음으로 팬들 앞에 선 박혜진은 이 날 블로킹과 패스페인트 공격 등을 포함해 5득점을 올리며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선 박혜진은 오랜만의 경기 출전이 얼떨떨하면서도 기쁜듯 보였다. 그는 "감독님이 선발 출전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이 없으셨다. 오랜시간 못 뛰었는데 '다 뛰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출전하기 전 (선발) 포지션을 보니 들어가서 더욱 자신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박혜진과 김수지가 하이파이브한다, KOVO

박혜진은 백토스와 중앙 사용을 번갈아 사용하며 경기를 운영했다. 김연경이 후위 공격에서 개인 시즌 최다 점수인 5득점을 올렸다. 이주아, 김수지에게도 번갈아 속공이 올라갔다. 

박혜진은 이에 대해 "감독님이 세터들에게 항상 '속공과 백어택을 많이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하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니들과 디테일하게 호흡을 맞춘 시간이 길지 않아 걱정했는데, 앞으로 좀 더 맞춰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코트에 서지 못하는 기간에도 배구는 빠짐없이 챙겨봤다. 자신이 빠진 자리에 대한 아쉬움도 물론 있었다. 회복을 앞당기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아본단자 감독은 꾸준히 준비해온 박혜진에게 이 날 팬들 앞에 설 기회를 줬다.

박혜진은 "(팬들에게 인사할 때) 사실 진짜 울컥했는데, 그래도 참았다. 너무 기뻤다"며 "재활할때는 오히려 울지 않았는데 수술을 결정했을때 그 전까지 진짜 많이 울었다"고 털어놓았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박혜진을 포옹한다, KOVO

힘이 돼준 것은 같은 팀 언니동생들의 격려와 더불어 신뢰를 전한 코칭스태프,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들의 응원이었다. 이 경기에서 36득점으로 폭발적인 활약을 펼친 김연경은 이 날 복귀한 후배 박혜진에게 중간중간 격려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오늘 본인의 경기에 대해서 점수를 매기면 몇 점 정도일까요?" 잠시 망설이던 박혜진은 멋쩍게 웃으며 "10점 만점이요? 한 7점 정도?"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본인의 적극적인 높이 공략에 스스로 양호한 점수를 매긴 박혜진은 이 날 블로킹으로만 3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블로킹 감각은) 오히려 연습할 때는 잘 안됐다. 근데 오늘은 뭔가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컸다"며 "다들 제가 장신 세터라 높이에서 뭔가를 보여줄거라 기대하니까, 그 부분에서 공격적으로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흥국생명은 오는 17일 김천에서 한국도로공사와의 대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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