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3개월 앞둔 푸틴 "목표 달성까지 우크라 전쟁 계속"(종합)

강민경 기자 김성식 기자 2023. 12. 15.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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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하거나 무력으로 해결하거나 둘 중에 하나 달성"
일명 '마라톤 회견' 4시간 넘게 지속…"달걀값 오른 것 사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 (현지시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 홀에서 연말 기자회견을 갖고 “우크라이나에 현재 충분한 병력이 전투를 벌이고 있어 2차 동원령은 필요하지 않다” 고 밝히고 있다. 2023.12.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김성식 기자 = 내년 3월 5선에 도전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비(非)나치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장에서 열린 연말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질문을 받자 "평화는 우리가 목표를 달성할 때 찾아온다"면서 이같이 답변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의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 비무장화, 중립국 지위 등이 (전쟁)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비무장화와 관련한 합의에 도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군사적 조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 (현지시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 홀에서 연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2.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합의하거나 무력으로 해결하거나 둘 중에 하나 달성"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이스탄불에서 열린 (평화) 회의에서 (종전을 위한) 특정 조건에 동의했지만 이 합의는 결국 폐기됐다"며 "합의에 도달하거나 무력으로 해결한다는 두가지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해선 "거의 모든 전선에서 우리 군의 상황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모든 장병들이 전투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선에 투입된 병력은 모두 61만7000명이라고 확인해 줬다.

그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내 거의 모든 전선에서 입지를 개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차 동원령 발령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부분 동원령'을 통해 30만명을 모집했다며 "무기를 들고 조국을 지킬 준비가 된 남성들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원봉사자까지 합하면 (예비군이) 약 50만명 된다. 현재로선 동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 (현지시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 홀에서 연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2.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일명 '마라톤 회견' 4시간 넘게 지속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1년부터 매년 시청자와 전화 연결을 통해 여론의 목소리를 듣는 전화회견을 실시했다. 통상 4시간 남짓 전화회견이 진행되는 탓에 '마라톤 회견'이라고 불린다.

이같은 전화회견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잠정 중단됐다가 이날 재개됐다. 올해에는 대규모 내·외신 기자회견과 시청자 전화회견이 합쳐진 형태로 진행됐으며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이 생중계를 맡았다.

전날 크렘린궁은 올해 기자회견에 사전 접수된 질의가 206만건에 달하며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정세에 대한 질의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기 독재를 숨기기 위해 각본을 치밀하게 짠 '쇼'(show)라는 비판도 받는다.

AFP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1년 만에 기자회견을 재개하는 배경을 두고 "전황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반전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우크라이나의 과거를 왜곡하는 관례적인 수사를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 (현지시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 홀에서 연말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의 목표가 달성돼야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올 것” 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3.12.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달걀값 상승 등 민생 문제는 통 크게 사과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달걀 가격에 대한 불만을 듣고 "정부의 실패"라면서 사과했다.

이리나 아코포바라는 연금 수급자가 영상을 통해 "달걀과 닭가슴살, 닭날개의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불평했는데, 푸틴 대통령은 "이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이는 정부의 실패이며, 조만간 상황이 시정될 것임을 약속한다"고 답했다.

로이터는 그의 사과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에서는 올해 달걀값이 40%나 올랐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러시아 정부는 지난주 12억개의 달걀에 대해 내년 상반기에 수입 관세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온 질문들이 생계비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실질적 우려를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올해 물가 상승률이 8%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3.5% 성장하고, 제조업 또한 7.5%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자동차 기업을 포함해 많은 회사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했지만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 (현지시간)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 홀에서 연말 기자회견을 갖고 “우크라이나를 비(非)나치화하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 고 밝히고 있다. 2023.12.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방 언론인 질문도 받아…"억류 미국인 관련해 미국과 대화 중"

푸틴 대통령은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 서방 언론사 취재진들의 질문도 받았다.

러시아에 구금 중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미국인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와 미 해병대 출신 폴 윌런의 송환 요구에 관한 NYT의 질문을 받고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죄수 교환 가능성과 관련해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미국도 러시아의 조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며 지금 구체적으로 얘기하진 않겠지만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은 우리의 말을 듣고 러시아에 맞는 적절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 5일 러시아가 최근 몇 주 동안 이들의 석방을 위한 실질적인 새로운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8일 푸틴 대통령은 내년 3월 치러지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2000년 러시아 대통령으로 처음 선출돼 2008년까지 두 번의 임기를 지냈고, 2012년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 뒤 2018년 재선돼 4선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재선이 확정되면 최소 2030년까지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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