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리더십 내세운 카카오…'빛 좋은 개살구' 될까

정신아 내정자 역시 김범수 키즈… 논란 휩싸인 임원들은 여전히 근무

정신아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왼쪽)와 김범수 창업주. /사진=카카오 , 카카오 브런치

카카오가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신임 수장으로 내정하며 리더십 교체의 서막을 알렸다. 하지만 정신아 내정자 역시 김범수 창업주 라인으로 불리며 그동안 회사 의사결정에 참여했던 만큼 근본적 변화에 부합하는 인사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김기홍 전 재무책임자(CFO), 정명진 전 그라운드X·크러스트 대표 등 카카오 현재 위기에 책임 있는 경영진 역시 물러나지 않아 김범수 창업주의 쇄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계열사 대표들의 교체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카카오가 사회적 기준에 맞는 혁신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카카오는 지난 13일 오전 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대표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정신아 내정자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1975년생인 정신아 내정자는 만 48세로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eBay APAC HQ),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10여년 동안 벤처 캐피털(VC) 분야에서 성공 경험을 쌓으며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성장, 유니콘까지 각 성장 단계에 대한 분석 및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웠다.

김범수 창업주는 지난 11일 임직원들과의 대화에서 "항해를 계속할 새로운 배의 용골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하겠다"며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신아 내정자가 새로운 카카오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역시 김범수 키즈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까닭이다. 정 내정자는 2018년 카카오벤처스 대표에 오른 데 이어 올해 3월부터는 카카오 기타 비상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비판받아온 카카오의 의사결정을 함께한 인물이다.

카카오의 현재 위기는 공동체 주요 경영진에 김 창업주 측근이 자리를 차지한 탓에 경영 판단이 역동적이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정신아 내정자도 내부 이해관계에 얽혀 있어 과감한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달린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남궁훈 대표 이후 차기 대표로 배재현, 정신아 등이 물망에 올랐는데 배재현 카드가 사라진 상황에서 김범수 창업주에게 남은 건 정신아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젊고 유능한 여성 CEO 내세웠지만 문제 임원들 여전히 근무 중

━

/사진=임한별 기자

나이가 어리고 여성이라는 상징성을 내세워 위기 국면을 넘기려는 의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네이버 역시 과거 회사가 흔들릴 때 최연소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최수연 대표를 내세운 바 있다.

게다가 문제 있는 임원들은 여전히 카카오에서 활동 중이다. 법인카드 유용으로 정직 처분 3개월을 받았던 김기홍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에 이어 크러스트 CFO를 역임한 정명진씨도 이달 들어 공동체의 한 계열사 CFO로 복귀했다고 알려졌다. 그가 CFO였던 두 계열사가 '코인 먹튀 논란'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데도 버젓이 근무 중인 것이다.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은 지난 9월 김 창업주와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을 횡령·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클레이튼은 그라운드X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이자 코인이다.

향후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성과 부진으로 위기에 빠진 계열사의 CFO에 중책을 맡기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정전 CFO뿐만 아니라 크러스트 소속이었던 임원들 대다수가 카카오 공동체와 계열사에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 교체로 홍은택 대표,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경영진 물갈이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김범수 창업주가 밝힌 근본적 변화엔 못 미친다는 시각이 많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젊은 여성 CEO'라는 데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카카오는 위기 상황인 만큼 남녀노소 안 가리고 적합한 인물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 같은 건 여유 있는 기업이 보일 수 있는 행보"라며 "카카오는 포장지만 바꿔선 안 된다"고 일갈했다.

정신아 대표가 김범수 창업주에게도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이다. 황 교수는 내부 인사로 이번마저 성과가 없다면 외부 인사를 쓸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김범수 창업주와 거리를 두고 개혁할 수 있는 사람이 등용돼야 하고 이는 김 창업주의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