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소상공인이 '큰 물'에서 놀려면

최훈길 2023. 12. 1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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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사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새롭게 내정된 장관 후보자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자영업 관련 경험이 전무한 전문 외교관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예견한 듯 내정자의 외교분야 경험이 중소기업 글로벌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임명 배경이 친절히 달려 발표됐다.

과연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앞으로 내정자가 입증해야 할 숙제라 할 수 있다. 필자에게 와 닿는 것은 중소기업 글로벌화 이슈가 부각돼 강조되었다는 점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내수시장은 사양 시장이다. 별의별 용을 써도 인구가 줄어들면 시장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를 반영해 이미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내수시장 침체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띨 것이다.

그래서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앞날은 어둡다. 그런데 기업 규모와 내수시장 의존도는 반비례한다. 글로벌 시장을 주활동 무대로 하는 대기업들에 비해 중소기업의 내수시장 의존도는 훨씬 높고 소상공인 자영업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정책은 효과 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쪼그라드는 내수시장을 두고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하는 제로썸(zero sum) 게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글로벌화 전략이 더없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도 진작부터 중소기업의 글로벌화 지원 노력을 해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이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고 효과도 있었다. 새 장관 내정자의 일성도 중소기업 글로벌화를 역설했으니 앞으로도 더 잘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2030년에는 세계 경제의 약 80%가 글로벌 시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돼,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인 자영업의 글로벌화가 갈수록 중요해질 전망이다. (자료=한국무협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소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의 글로벌화다. 좁은 내수시장에서의 과잉경쟁 상황을 감안하면 이들의 글로벌화 필요성이 더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책의 관심 영역 밖에 머물러 있다. 마침 중소기업 글로벌화를 특히 강조한 만큼 관심의 범위를 넓혀 소상공인 자영업의 글로벌화에도 정책의 역점을 두는 적극적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

소상공인 자영업은 그 영세성과 높은 서비스업 비중을 감안할 때 중소기업과는 또 다른 차별화된 글로벌화 전략을 필요로 한다. 몇 가지 전략 방향을 들면 첫째, 기존의 수출 인프라를 지렛대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다. 영세한 소상공인이 혼자 힘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엄두를 내기 쉽지 않다.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축적된 해외시장 개척 노하우와 수출 인프라를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코트라 및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수출 유관기관의 자원 활용과 함께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동반 해외 진출 등 상생적 노력을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플랫폼경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플랫폼경제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글로벌화에 천군만마가 되는 핵심적 요소다. 좁은 물리적 공간 제약을 넘어서 전세계 시장을 상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국내 플랫폼기업의 글로벌화 및 역직구 활성화, 결제시스템 글로벌화 등 풀어야 숙제들이 많다.

셋째, 지역 중심의 업그레이드된 관광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 인바운드 관광객은 인구감소로 인한 내수시장 위축을 메워줄 훌륭한 자원이다. 특히 지역 중심의 인바운드 관광객 확대는 인구감소가 집중되는 지방경제를 살릴 소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소상공인 자영업 글로벌화 전략은 단순히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수출 촉진을 통한 경제성장 도모와 소멸해가는 지역경제 회생에 특효약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글로벌화가 뜬금없이 불쑥 등장한 이슈가 아니라 진정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절실히 추구해야 할 숙제로 다뤄지기를 바란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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