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모엣샹동도 콕 집은 中 와인 수도… 스마트화 날개 달았다

닝샤후이족자치구 인촨(중국)=이윤정 기자 2023. 12.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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닝샤후이족자치구 인촨시 허란산 와인 산지
모엣샹동, 10년째 中 내수용 와인 제조 중
위드코로나 와인 소비 기대감에 생산량 목표 ↑
포도 재배부터 양조까지 스마트화 추진 중
와인 숙성 핵심 ‘오크통’은 佛·美에 의존 ‘한계’

지난 13일 오후, 중국 서북부 닝샤후이족자치구 인촨시 허란산 동쪽 산기슭에 있는 샹동 와이너리의 발효실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외신 취재진이 탄성을 내뱉었다. 이토록 진동하는 달콤한 오렌지 향기는 처음 맡아봤다는 반응들이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산하에 있는 세계 최대 샴페인 제조사 모엣샹동은 이곳에서 중국산 오렌지의 향을 입혀 만든 스파클링 와인 ‘샹동 가든 스프리츠 오렌지 비터스’를 비롯해 샴페인 브뤼, 레드·로제 스파클링 와인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1억3800만병을 생산하며 중국 와인 생산량의 절반을 책임지는 닝샤 허란산 와인산업지구가 위드 코로나 시대 재도약을 위해 전열 정비를 마쳤다. 2025년까지 이곳 규모를 6억6600만㎡로 늘려 연간 3억병 이상의 와인을 생산, 1000억위안(약 18조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모엣샹동과 같은 세계적 제조사는 물론 중국 토종 기업들까지 스마트 농업·양조 기술을 앞세워 생산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 인촨시 허란산 샹동 와이너리가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들./이윤정 기자

◇ 모엣샹동 中 와이너리, 수출 없이 내수 시장에만 공급

모엣샹동은 2011년 중국 닝샤 진출을 결정짓고 2013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이곳 포도밭 규모는 68만㎡(약 21만평)로, 모엣샹동은 샤르도네와 피노누아 품종을 반반씩 재배하고 있다. 린린 보조양조사는 “1990년대부터 남쪽에서 북쪽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포도를 재배할 수 있는 중국의 모든 곳을 훑어봤는데, 닝샤 토양과 기후가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기에 가장 적합했다”며 “샹동 와이너리는 전 세계에 미국 나파밸리, 브라질, 호주 등 6곳에 불과한데, 그중 한 곳이 중국 닝샤”라고 설명했다.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 인촨시 허란산에 있는 샹동 와이너리 포도밭 전경./이윤정 기자

이날 와이너리에서는 스파클링 와인 제조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매년 8월 초에 수확한 포도를 종류와 크기 등에 따라 분류해 최대 50톤(t)에 달하는 거대한 탱크에 넣는다. 이후엔 발효에 발효를 거듭하게 된다. 포도에 압력을 가해 짜낸 ‘베이스 와인’을 2주간 발효시킨 뒤, 각 병 안에 약간의 설탕과 이스트를 넣어 또다시 발효 과정을 거친다. 이때 약 5~6바(bar) 압력의 이산화탄소와 함께 갈색의 퇴적물이 병 안에 축적된다.

이를 온도와 습도가 최적의 상태로 관리되는 지하실에 12개월가량 보관하면 갈색 퇴적물이 모두 사라진다. 코르크 마개와 와이어 후드로 밀봉하면 스파클링 와인이 완성되는데, 포도 재배부터 시간을 따져보면 약 2년이 소요되는 과정이다. 린 보조양조사는 “연간 생산량을 밝히긴 어렵다”면서도 “수출 없이 모두 중국 내에만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 인촨시 샹동 와이너리 발효장에서 직원이 발효 중인 스파클링 와인을 보여주고 있다./이윤정 기자

◇ 와인 산업도 스마트화… 포도 재배·양조 모두 최첨단

닝샤 허란산에 있는 토종 기업들 역시 대부분 수출보다는 중국 내수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와인 생산량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3만9700㎘에서 지난해 21만3700㎘로 52%가량 급감했지만, 올해 들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설명이다. 이에 자원 투입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와인 산업에서도 스마트화가 이뤄지고 있다.

허란산에 있는 시거 와이너리는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의 스마트화를 중국 내에서 최초로 달성한 곳이다. 이곳 와이너리 1층에 부착된 대형 스크린에는 공기와 토양의 온도·습도 등을 비롯해 일조량, 강수량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돼 있었다. 류첸 시거 와이너리 브랜드 대사는 “우리 와이너리의 포도원은 2130만㎡(약 640만평)로 자체 포도원을 보유한 단일 와이너리 중 최대 규모”라며 “현대화를 통해 연간 수자원의 40%를 절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거 와이너리는 현재 400만병 수준인 연간 생산량을 2025년 800만병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 인촨시 허란산에 있는 시거 와이너리 내부. 모든 탱크에 센서가 달려 있어 직원이 없어도 실시간 모니터링과 제어가 가능하다./이윤정 기자

최대 40t짜리 알루미늄 탱크 52개가 있는 발효장에는 단 한 명의 직원도 없었다. 류 대사는 “탱크 하나에 온도 측정 지점을 여러 개 설치해 내부 발효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고, 스마트폰을 통해 온도를 제어할 수 있다”며 “좋은 와인을 대량으로 양조하기 위한 기술적 기반이 모두 갖춰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장 라인 역시 한 시간에 3000병까지 라벨을 부착할 수 있는 기술이 도입돼 있었다.

◇ ‘와인 중국화’는 아직… 숙성 핵심 오크통은 佛·美에 의존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 인촨시 시거 와이너리 내 오크통 보관소. 80%가 프랑스산, 20%가 미국산 오크통이다./이윤정 기자

중국 정부가 닝샤를 중심으로 와인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지만, 현장을 둘러보니 중국 와인 산업은 여전히 중국이 목표로 하는 프랑스 보르도 등을 따라잡기엔 한계가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와인 숙성의 핵심인 오크통이다. 이곳 와이너리들은 모두 프랑스 또는 미국의 오크통을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었다. 와인 오크통은 2~3년만 쓰고 교체해야 해 양조 과정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한다.

중국이 자체 오크통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오크통에 필요한 목재 기준을 아직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와이너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화하오 와이너리 관계자는 “오크통의 기준 자체가 서양에서 왔기 때문에 아직 중국 기술로는 이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동북부 지방 일부 기업들이 중국 목재를 사용해 오크통 제작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산업이 형성됐다고 보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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