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몽니에 혈세 20억 날릴 판…철산법 개정 위기

김아름 2023. 12.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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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BCG에 8개월간 연구용역 진행
유지보수 코레일, 건설 철도공단 위탁
시설관리 파편화 철도사고 원인 지적
법개정 시급한데 국회는 뒷짐
철도노조·野 야합 의혹까지 제기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내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개통되는 등 철도운영사업자가 다변화하는 상황에서 시급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개정안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이달 19일 올해 마지막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해당 내용이 상정조차 되지 않으리라 예상하면서다. 지난 20년간 공방을 벌여온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정부가 용역을 맡겨 국민의 세금까지 들여 노력한 만큼 이번에는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지보수 단서조항 삭제, 민영화 수순 아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4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철산법 개정안에 대해 민영화라는 시각으로 철도노조에서 보고 있는데 민영화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 나서서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이유는 철도시설의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에서 분리하려는 움직임에 철도노조가 민영화 시도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철도 운영을 담당하는 코레일이 유지보수를 시행하는 것이 안전하며 타 기관으로 업무가 이관되면 민간 위탁을 통해 민영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코레일의 독점적인 유지보수를 보장한 철산법 단서조항으로 진접선 등과 같이 코레일이 운영하지 않는 노선까지 코레일이 유지보수를 수행하면서 안전과 효율성이 저하되는 문제가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철도 구조개혁 이후 코레일은 여객·화물 수송과 차량 운행·관리와 철도시설 유지보수를 하고 철도공단은 철도 건설·관리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 GTX 등 코레일이 운영하지 않음에도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국가철도 구간은 계속 증가할 예정으로 철산법 개정(단서삭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는 코레일, 철도공단과 공동 발주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분석한 철도안전체계 국제컨설팅을 진행했다. 20억원을 들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컨설팅 용역을 맡겼고 올 3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용역을 진행했다. 그 결과 유지보수와 관제는 코레일로, 건설과 개량은 철도공단으로 위탁된 시설관리의 파편화가 철도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돼 국토부는 철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컨설팅 결과를 고려해 국토부는 철산법에서 코레일의 독점조항을 보장하는 대신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간은 코레일이, 그 외의 구간은 해당 운영사 등이 유지보수를 수행토록 하되 코레일이 긴장감을 갖고 안전지표를 준수하도록 시행령에 규정하는 방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안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간에 대해서는 코레일이 운영할 것이고 운영기관이 다른 사업자는 유지보수 기관을 따로 정하는 식으로 운영할 것이기 때문에 민영화와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서울 강남구 수서역 SRT 승강장에서 GTX-A 철도차량이 동탄 구간까지 시운전 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철도노조 눈치 보느라 국회 상정조차 어려워

다만 국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뒷짐만 쥐고 있는 상태다. 국회 교통소위에 상정되면 철도노조가 총파업을 단행하겠다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법안을 발의한 야당 측에서도 민영화를 들어 철도노조가 반대하자 돌연 태세를 전환했다.

지난 9월에만 해도 교통소위에서 야당 간사인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드시 21대 국회에서 처리한다. 11월 용역 직후에 열리는 법안 심사에서 결론 내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용역 결과가 나왔음에도 지난 5일 열린 교통소위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데다 이달 19일 열릴 마지막 교통소위에도 상정되지 않으리라 예상하는 상황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10월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철도노조가 집행간부 결의대회를 열고 민주당의 공식입장을 요구한 뒤 민주당 원내지도부를 만나 개정안 반대의 뜻을 전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철도노조와 민주당이 야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철도를 이용하는 국민의 안전보다 철도노조를 더 의식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실제 철도노조는 2만 2000명이 넘는 노조원을 앞세워 9월 총파업, 12월 총파업 경고 등 실력행사를 하고 있다. 국회가 철도노조 눈치를 보느라 개정안 처리를 미룬다는 지적이다. 이달 19일 소위에서도 법안을 상정하지 않으면 내년 4월 총선 등으로 기존 개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시행한 철도안전체계 컨설팅 용역에서도 철산법 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론 났다. 정부에서도 용역결과를 토대로 철도안전체계에 대한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제는 국회가 답할 차례다”며 “올해 다 통과한다던 최인호 위원장의 발언이 공염불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아름 (autum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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