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후 경영학 공부→극적 ML 복귀' LG 새 외인 파란만장 커리어, 한국서 꽃피울까

김동윤 기자 2023. 12.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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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탬파베이 시절 디트리히 엔스. /AFPBBNews=뉴스1
3년 전 은퇴까지 고민했던 디트리히 엔스(32)가 LG 트윈스의 새 외국인 선수로 합류하면서 한국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꿈꾼다.

LG는 14일 "새 외국인 투수 엔스와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키 185㎝, 몸무게 95㎏ 체격의 좌투좌타인 엔스는 최고 시속 94마일의 빠른 공과 체인지업이 매력적인 투수다. 마이너리그 시절 커터를 새로이 장착하면서 2021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불펜으로서 9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82, 22⅓이닝 25탈삼진으로 쏠쏠한 활약을 하기도 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185경기 중 109경기를 선발로 나서 통산 55승 40패 평균자책점 3.32, 트리플A에서는 85경기 중 67경기를 선발 투수로서 32승 24패 평균자책점 4.26, 393이닝 336탈삼진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2022년에는 일본프로야구(NPB) 세이부 라이온즈로 이적해 2시즌 동안 35경기 11승 17패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했다.

하지만 엔스의 커리어는 진작에 끊길 수도 있었다. 2020년 전 세계에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많은 마이너리거들의 밥줄을 끊었는데 엔스도 그 직격타를 맞은 선수 중 하나였다.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9라운드에 뉴욕 양키스에 지명된 엔스는 2017년 미네소타 트윈스로 트레이드돼 잠깐 빅리그 생활(2경기 4이닝)을 맛봤다. 이후 샌디에이고를 거쳐 2020년 당시에는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이었다.

미네소타 시절 디트리히 엔스. /AFPBBNews=뉴스1

미국 매체 탬파베이 타임스에 따르면 엔스는 코로나로 셧다운된 후인 2020년 5월 28일 방출 통보를 받았다. 탬파베이 타임스는 "막 29세가 된 엔스는 빅리그로 복귀하기 위해 계속 훈련하고 있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언제 또 다른 기회를 받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경영학에 관심을 가지고 노스이스턴 대학교의 온라인 과정을 등록했다"고 전했다.

야구 이후의 삶을 대비하기 시작한 엔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준 것은 2019년 결혼한 아내 줄리였다. 아내의 응원을 받은 엔스는 고향 시카고 근처의 독립리그 팀 툴리 몬스터즈에서 새로운 투구 메커니즘을 가다듬었고 이는 극적인 빅리그 복귀의 발판이 됐다. 이때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았던 탓에 선발 로테이션을 돌 때를 제외하고는 공석이던 투수코치를 겸직하기도 했다.

툴리에서 엔스는 5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72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독립리그에서 투수를 찾던 탬파베이 레이스의 수석 스카우트 케빈 아이바흐의 눈에 띄었다.

여러모로 극적이었다. 당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가 모두 열리지 않은 탓에 선수 수급을 위해서는 독립리그로 발품을 팔 수밖에 없었고, 코로나 19로 이동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그는 시카고의 유일한 스카우트였다. 더욱이 아이바흐는 센트럴 미시건 대학에서 뛰던 엔스를 지켜본 적이 있었다. 아이바흐는 엔스가 대학 시절보다 기량이 발전했다 판단해 에릭 니엔더 탬파베이 단장에게 대체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투수로 쓸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는 탬파베이와 마이너리그 2년 계약으로 이어졌고 엔스는 겨우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빅리그 재데뷔를 이뤄냈다.

디트리히 엔스. /사진=LG 트윈스

만 31세의 나이에 아시아 무대에 도전했던 엔스는 또 한 번 좌절을 겪었다. 2년 차인 올해 12경기 1승 10패 평균자책점 5.17, 54이닝 30탈삼진으로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것. 그런 그에게 LG가 손을 내밀었다. LG는 이와 같은 커리어를 소개하면서 "엔스는 내구성과 꾸준함이 돋보이는 투수로 우수한 속구 구위와 변화구 커맨드를 겸비했다. 일본 프로야구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적응해 2024시즌 팀의 1선발 역할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KBO는 NPB만큼이나 트리플A에서 한계를 느낀 선수들의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여겨진다. 메릴 켈리(35·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SK), 조쉬 린드블럼(36·전 롯데-두산), 크리스 플렉센(29·전 두산) 등 KBO리그에서의 성적을 바탕으로 금의환향하는 경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환경도 외국인 투수에게는 최적의 조건이다. 드넓은 잠실야구장은 트리플A 무대서 9이닝당 피홈런이 1.4개로 좋지 않았던 그의 단점을 가려주며 2~3실점 정도는 가볍게 눈감아줄 타선이 버티고 있다. 내년이면 한국생활 6년 차를 맞이할 동료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5)는 그의 말동무가 돼 줄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을 방문했던 수많은 마이너리거들 못지않게 파란만장한 커리어를 보낸 엔스가 자신의 기량을 꽃피우고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엔스는 "LG의 일원이 돼 기쁘다. 코칭스탭, 팀 동료들, 그리고 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 또한 가족들과 새로운 곳에서 겪을 색다른 경험도 기대된다. 좋은 동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LG가 또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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