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人문화] 임충섭 40년 조형미학 살피는 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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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적 힘을 넣어주는 게 획이에요. 서예나 동양화의 획은 우리의 중요한 미학적 근원입니다."
서양의 현대미술과 동양의 서예 예술의 조형성 사이를 다각도로 실험하며 한국 미술계에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임충섭(82) 작가가 다음달 21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 '획(劃)'을 선보인다.
갤러리현대는 올해 임충섭 작가를 비롯해 박민준, 정주영, 사이먼 후지와라, 정상화, 사라 모리스, 라이언 갠더, 성능경, 유근택 등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을 열어 다채로운 작품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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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적 힘을 넣어주는 게 획이에요. 서예나 동양화의 획은 우리의 중요한 미학적 근원입니다."
서양의 현대미술과 동양의 서예 예술의 조형성 사이를 다각도로 실험하며 한국 미술계에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임충섭(82) 작가가 다음달 21일까지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 '획(劃)'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획'은 한지에 그어지는 서예의 획과 동양 철학의 '기', 나아가 작가가 화면에 서양미술의 재료나 일상의 기억과 개별적 역사가 담긴 오브제를 얹는 행위 전반을 포괄한다.
이번 전시는 2017년 '단색적 사고'와 2021년 '드로우잉, 사잇'에 이어 2년 만에 갤러리현대가 기획한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1973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뒤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40년의 작업들을 살피는 자리다. 자유형 캔버스와 드로잉, 발견된 오브제, 고부조, 아상블라주, 영상과 결합된 키네틱 설치 등 4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작가는 두 장소나 대상 간의 거리나 공간을 의미하는 '사이'와 그것을 연결하는 '잇다'를 결합한 단어인 '사잇'을 창작의 원동력이자 시각적 모티프로 삼는다. 방대한 작업 방식을 통해 한국(동양)과 미국(서양), 자연(시골)과 문명(도시), 과거와 현재, 여백과 채움, 평면과 입체, 추상과 구상 등 양자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품세계를 펼쳐왔다.
재료 선택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작가는 '모든 사물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에 큰 영감을 받아 길거리에서 주워온 나뭇가지나 흙, 산업물품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2층 전시장 한쪽벽면을 가득 채운 오브제들은 약 20년간 작가가 뉴욕의 길거리를 산책하며 발견한 소재들이다. 동양 회화의 이론과 실기를 정리한 개자원화보, 파란 하늘에서 영감을 받아 채색된 자전거 안장, 뉴욕의 오래된 건물에서 발견된 쇳덩이, 길거리에 떨어진 녹이 슨 철 고리, 끊어진 운동화 끈, 잡지가 콜라주된 발견된 낙엽 등 수많은 사물이 모여 새로운 역사가 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자연과 문명의 조화로운 만남을 건축적인 접근으로 시각화하는 키네틱 설치작업 '길쌈'을 통해서는 문명과 자연, 동양과 서양 간의 공존을 위한 사잇 존재 역할을 수행한다. 전통적인 베틀을 닮은 구조물이 벽면에 기대어 있고, 바닥에서 올라오고 천장에서 내려오는 실과 나무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서로 마주보며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바닥에 펼쳐지는 영상에는 하와이의 밝은 달이 떠 있고, 작가의 작업실 근처에 있는 허드슨 강물이 흐른다.
갤러리현대는 올해 임충섭 작가를 비롯해 박민준, 정주영, 사이먼 후지와라, 정상화, 사라 모리스, 라이언 갠더, 성능경, 유근택 등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을 열어 다채로운 작품들을 소개했다. 새해에도 다수의 국내외 작가들의 개인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1970년 4월 당시 20대였던 박명자 회장이 인사동 사거리에서 현대화랑을 열면서 출발한 갤러리현대는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변관식, 천경자, 이응로, 남관, 백남준 등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앞서 문을 연 국내 화랑들이 모두 문을 닫으면서 현대화랑은 국내 최고(最古) 상업화랑이 됐다. 미술품 거래를 중개하는 현대적 의미의 화랑 역할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1975년 사간동으로 이전한 현대화랑은 1987년 갤러리현대로 이름을 바꿨고, 1995년 신관을 열었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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