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광장에 ‘갑툭튀’ 이승만 기념관 논란

유경선 기자 2023. 12.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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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추진위·오 시장, 지난달 면담 소식에 야당 자료공개 요구
서울시의회 상임위선 내년도 관련 예산 중 63억 삭감 등 ‘불똥’
시 “공식 논의 전무…시민 동의도 필요” 해명에도 안팎 여진

서울 종로구 송현동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서울시 안팎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건희 기증관’을 제외하고는 송현동 광장을 시민 공간으로 비워두겠다던 서울시의 기존 발표와 배치되는 데다 특정 정파에서 추존하는 논쟁적 인물을 시민을 위해 열린 공간에 짓는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1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승만 대통령 기념재단을 중심으로 한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건립추진위)는 지난달 9일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송현동에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송현동 부지와 관련된 개괄적 내용을 건립추진위 관계자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시가 ‘송현동 이승만 기념관’ 설립에 의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오 시장은 건립추진위에 4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오 시장과 건립추진위 간 만남 당시 설명자료 제출 및 공개를 서울시에 요구하고 있다. 시 내부에서 만들어진 자료인 만큼 시의회에도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송현동을 먼저 제안한 사실이 없고 부지 내 이건희 기증관 위치 등을 설명하기 위한 그림자료 정도였다”고 밝혔다. 시의회 제출 의무가 있는 내부 문서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불똥은 내년도 예산으로 튀었다. 송현동 공원화사업 소관 시의회 상임위원회(주택공간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송현동 사업 용도로 잡혀 있는 내년도 예산 66억9170만원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63억6000만원 삭감했다.

내년에 계획돼 있는 송현동 공원화사업은 이건희 기증관과 연계되는 지하주차장 조성 등이다. 이승만 기념관을 서울시에서 검토했다면 세부 내용을 알아야 주차장 사업 예산을 제대로 심의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 지적이다. 최재란 민주당 시의원은 “기념관이 검토됐다면 위치 등을 알아야 제대로 사업을 심의할 수 있다”며 “논란과 갈등의 소지가 큰 사안인 만큼 자료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의회 국민의힘에서는 서울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하루 앞둔 만큼 이를 복원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다만 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논의 과정에서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논의된 내용은 전무하고 시민 동의가 구해지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수준의 의사를 (건립추진위에) 전달한 정도”라며 “시민 동의를 구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닐 것”이라고 했다.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건립추진위가 송현동 건설 의지를 강력하게 보이고 있다. 김황식 이승만 대통령 기념재단 이사장(전 국무총리)은 “우리가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상대방이 있는 문제”라면서도 “여러 부지 중에서 (송현동을) 1순위로 희망하는 것”이라고 했다. 송현동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접근성이 좋고 이승만 전 대통령과의 역사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동상을 광화문광장에 세우겠다는 단체도 지난 10월 발족해 최근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서울시와 소통해 광화문광장에 동상을 세우겠다며 모금활동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도심 주요 장소에서 잇따라 이 전 대통령 기념 시설물 설치가 추진되는 것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서울시가 (이승만 기념관을) 송현동으로 먼저 제안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오 시장도 송현동은 시민의 공간이라며 시민 의견을 듣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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