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AI 시대 맞아 '노태북' 또 진화…삼성, 애플 '맥북' 맞설 新무기 꺼냈다
에이서·LG전자 등 경쟁사도 신제품 출시 예고…주춤했던 노트북 시장, AI 타고 훈풍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이 '세계 최초의 AI 노트북'이란 타이틀을 가진 신(新)무기로 주춤했던 전 세계 노트북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주도권 잡기에 본격 나선다. 올 초 출시 후 '노태북', '갓태북'으로 불리며 인기를 끈 '갤럭시 북3' 시리즈에 이어 또 다시 히트작이 탄생할 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15일 인텔 14세대 '메테오 레이크' 칩 공개에 맞춰 '갤럭시 북4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강력한 AI 퍼포먼스의 최신 프로세스와 다이내믹 아몰레드(Dynamic AMOLED) 2X 터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새로운 개념의 노트 PC로, '갤럭시 북4 울트라', '갤럭시 북4 프로 360', '갤럭시 북4 프로' 등 3개 모델로 출시된다.
가격은 모델,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카드, 메모리 등 세부 사양에 따라 달라진다. '울트라'는 336~509만원, '프로 360'은 259~314만원, '프로'는 188~289만원으로 구성됐다. 특히 '울트라' 모델의 경우 최대 64GB 메모리(RAM)와 2TB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스토리지를 탑재한 제품도 라인업에 포함됐다.
구매를 원하는 사용자는 내년 1월 2일부터 전국 삼성스토어,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오프라인 매장과 삼성닷컴, 11번가, G마켓 등 온라인몰에서 구매 가능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오는 18일 삼성닷컴에서 400대 한정 수량의 '갤럭시 북4 프로 360'과 '갤럭시 북4 프로'를 얼리 버드로 판매할 계획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사장은 "소비자의 보다 나은 일상을 위해 강력한 기능과 연결된 경험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라며 "터치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새로운 기능과 오픈 파트너십을 통해 손끝으로 자유롭게 경험하는 'AI 노트북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 출격한 '갤럭시 북4'…AI 노트북 시대 본격 개화
삼성전자가 노트북 신제품을 공개하는 시점은 전작에 비해 한 달가량 빨라졌다. '갤럭시 북4' 시리즈에 '세계 최초의 AI 노트북'이라는 인식을 심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 제품에는 새로운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Intel® Core™ Ultra Processor)가 탑재돼 있는 것이 전작과의 차별점이다.
코드명 '메테오 레이크'로 잘 알려진 코어 울트라는 인텔 프로세서 중 처음으로 반도체 기판을 레고 블록처럼 구성한 '칩렛' 형태를 채택했다. 특히 시스템온칩(SoC)에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넣어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복수의 인공지능 연산을 처리할 수 있으며 3차원(3D) 적층 솔루션 '포베로스'를 통해 전력 효율도 높였다. 앞서 인텔은 인터넷 연결 없이 코어 울트라의 NPU만으로 메타 '라마2' 기반 GPT 챗봇을 구동하는 모습을 시연한 바 있다.
삼성전자 외에도 '인텔 코어 울트라'를 장착한 노트북들은 앞으로 줄줄이 출시될 예정이다. 대만 PC 제조사 에이서는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시제품을 공개했고, 중국 레노버도 AI PC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내년 중으로 AI 엔진을 장착한 노트북 제품을 선보일 계획으로, 오는 18일 국내에서 진행되는 인텔 행사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레노버와 PC 시장 양강을 이루고 있는 HP도 인텔의 메테오 레이크가 출시된 이날에 맞춰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가 열리면서 PC 시장 판도도 변화하고 있다"며 "AI 반도체를 장착하고 온디바이스 AI 등의 기능을 적용한 PC가 쏟아질 예정으로, 인텔과 퀄컴, 애플은 관련한 AI용 반도체를 줄줄이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AI 장착에 속도를 내면서 랩톱 시장은 한층 성장할 전망"이라며 "시스템온칩에 AI 엔진 '내장형 신경망(VPU)'을 탑재한 칩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랩톱 시장이 한번 더 붐을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AI를 장착한 PC 제품의 수요가 대폭 늘면서 노트북 시장이 내년에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내년 세계 PC 출하량은 1억7200만 대로 2023년보다 3.2%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4.9%)와 IDC(3.7%) 등도 내년 출하량이 3~4% 늘어날 것으로 봤다. PC 출하량이 2021년 이후 3년 만에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I를 장착한 PC 제품의 전망은 더 밝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전체 PC 시장에서 AI 성능을 강화한 PC 점유율은 내년 19%에서 2027년 60%로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의 메테오 레이크, 퀄컴의 스냅드래곤X 등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장착한 PC가 대표적이다. 이들 CPU 등을 적용한 PC는 전력은 더 적게 쓰면서 AI 처리 속도는 빠르다.
애플도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적극 나선 모습이다. 지난달 30일에는 PC용 칩인 M3, M3프로, M3맥스를 선보였다. 애플 맥북에 들어가는 이 제품들은 애플이 설계해 TSMC의 3나노 공정으로 제조했다. 이 반도체는 AI 머신러닝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조정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모바일 기기와 PC를 시작으로 웨어러블 기기, 드론, 자율주행차, 로봇 등 거의 모든 제품에 온디바이스 AI가 본격적으로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계 온디바이스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50억 달러(약 7조원)에서 2032년 700억 달러(약 87조원)로 연평균 20%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괴물칩' 덕에 AI 퍼포먼스 강화…터치 스크린 달고 흥행 기대
이처럼 성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는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나선 삼성전자는 '갤럭시 북4' 시리즈를 첫 출발로 삼고 있다. '갤럭시 북4'가 다음달 공개될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4'처럼 온디바이스 AI가 적용된 것은 아니지만,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 AI 퍼포먼스를 지원해주는 NPU가 프로세서에 첫 적용됐다는 점이 기대되는 요소다. 장기적으로는 노트북에서도 온디바이스 AI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는 평가다. 게임, 비디오, 영상편집 등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100여 개 애플리케이션의 다양한 AI 기능이 '갤럭시 북4'에서 원활히 구현해 생산성을 높여준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애플을 제외한 다른 노트북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AI 노트북 시장에서 대응하기 유리한 점이 있다"며 "특히 윈도우 체제에서도 삼성만의 AI 기능들을 스마트폰과 연동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갤럭시 북4'에서 처음 선보이는 '비전 부스터(Vision Booster)'는 AI 기능이 노트북에 적용된 대표적 사례로, 기존 노트북에선 되지 않던 외부 환경에 따른 밝기 조정이 이제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런 기능들과 AI 관련 앱 사용성이 점차 확장되고 스마트폰도 이에 맞춰 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가 앞으로 시장을 주도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 삼성전자는 '갤럭시 북4'를 전작만큼의 판매 흥행을 위해 다른 부분에서도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프로세서에 새롭게 적용된 내장 그래픽 '인텔 아크(Intel® Arc™ Graphics)'는 게임이나 콘텐츠 제작 시 더욱 향상된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갤럭시 북4 울트라'에는 노트 PC용 외장 그래픽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 시리즈(NVIDIA® GeForce RTX™ 4070/4050)'가 탑재돼 고사양 게임과 그래픽 작업 등 높은 성능이 요구되는 기능을 보다 원활하게 지원한다.
사용자의 민감한 데이터를 더욱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갤럭시 북 시리즈 최초로 물리적으로 분리된 '삼성 녹스(Samsung Knox)' 보안 칩셋도 탑재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존 인텔·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구축했던 갤럭시 북의 보안 시스템에 '삼성 녹스'가 추가돼 더욱 견고한 보안 성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리즈 최초로 3개 모델 모두에 고해상도의 다이내믹 아몰레드(Dynamic AMOLED) 2X 터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것도 차별점이다. 3K 수준의 고해상도, 최대 120Hz의 주사율을 갖췄고, 안티 리플렉션(Anti-Reflection)이 적용돼 화면의 빛 반사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
애플에 비해 생태계가 약하다는 지적을 의식해 '갤럭시 에코 시스템'도 더 강화시켰다. 갤럭시 노트 PC와 스마트폰·태블릿을 하나로 연결하는 새로운 기능을 '갤럭시 북4 시리즈'에 적용했는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편집하던 영상을 PC에서 이어서 작업할 수 있는 '삼성 스튜디오' △오래된 사진이나 저화질 이미지를 고화질로 바꿔주는 '포토 리마스터' △갤럭시 버즈2 프로와 연결해 작업을 하던 중 전화가 오면 자동으로 연결해주는 '오토 스위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전작만큼 '갤럭시 북4' 시리즈가 인기를 끌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전작인 '갤럭시 북3' 시리즈의 경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좋다는 입소문과 함께 노태문 사장의 이름을 따 '노태북'이라 불리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국내 노트북 시장에선 '갤럭시 북3'의 흥행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에 수량 기준으로 52%의 점유율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전년 동기(34.2%) 대비 17.8%포인트, 전 분기(35.6%)와 비교해도 16.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다만 삼성전자는 '갤럭시북3' 시리즈로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주춤한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노트북 시장에서 판매 채널 확대, 성능 개선 등으로 수년째 글로벌 점유율 확대를 노리지만 아직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노트북 시장(데스크톱 포함) 점유율은 레노버가 22.9%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HP(21.6%), 델(16.6%), 애플(11.0%), 에이서(6.4%) 순이었다. 순위권에 들지 못한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부터 출시 국가를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북3'부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는 데다, 이에 힘입어 삼성 노트북 판매량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터치스크린이 탑재된 첫 AI 노트북인 '갤럭시 북4'는 전작보다 더 인기를 끌 요인이 많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애플이 iOS로 생태계가 묶여 있어 불편함을 느낀 이들이 최근 윈도우 체제가 적용된 노트북으로 돌아오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삼성이 AI 노트북이란 점과 더 강화된 에코 시스템을 기반으로 애플에게 뺏겼던 프리미엄 시장을 되찾을 발판을 '갤럭시 북4'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향후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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